정부는 25일 내년부터 적용할 세제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서민·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경제위기 이후 미래도약을 지원하는 한편 재정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의 특징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데 역점을 둬 앞으로 3년간 10조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한 것이다. 21조3000억 원의 감세를 단행했던 지난해 세제개편과는 정반대로, 증세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재정 건전성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5조6310억 원이었던 재정적자가 올해 51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5%에서 5%로 늘게 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작년부터 지난 8월까지의 세제 개편으로 2008년 이후 5년간 90조1533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감세규모 33조8826억 원(전년대비 방식)에 비해 2.7배 많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은 내년도 세수부족액 23조 원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에어컨, 냉장고 등 에너지 다소비 품목에 대한 5% 개별소비세 부과, 주택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액 축소 등은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중산층 증세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감세와 증세의 냉온탕을 오가는 듯한 정책이 헷갈린다. 늘어나는 세금의 90% 이상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게 돼 있다지만 지난해 부자 감세로 내년에 줄어드는 세금은 20조 원 정도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내년 7조70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채권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분 4조8000억 원이 포함돼 있는데, 세금 징수 시기를 내후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긴 것으로 실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세수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는 약 3조 원 규모다. 결국 부자들에게 많이 깎아주고 나서 조금 더 걷어들이면서 생색만 내는 꼴이다.
주택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월세소득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세를 물리고 있는 것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전세 보증금이 3억 원이면 60%인 1억8000만 원에 정기예금이자율(3~4%)을 곱해 나온 540만~72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법의 원칙이지만 집주인 입장에서 세금이 늘어나면 이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세원 개발과 세수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불안과 부작용이 속출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공모펀드와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도 마찬가지다. 부산시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트렌드에 맞지 않고 부산의 지역발전에 배치될 뿐 아니라 세수증대 효과도 미미하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 중 불합리하거나 이해상충되는 부분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길 바란다. 물론 소소한 몇몇 문제 조항을 고치는 것 만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는 없다.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재정적자를 메우고 민생안정을 위해선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또 야당과 학계 등이 반대하는 2단계 법인세·소득세율 인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부자감세로 5년간 90조 원의 국세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지방교부세 등 지방재원이 5년간 45조 원 감소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11조 7000억 원의 지방재원이 감소됨에도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 등 일부 국세의 지방이전 및 지방세입 확보 대책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갈된 지방재정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증세보다는 세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4대 강 정비에 22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 정부 예산안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