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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디어법이 산업법이라고요? /이지양

공정한 言路 확보 본질적 문제 망각

정부·여당은 산업논리만 들이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7-29 20:58:2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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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연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역사가 세계사 속에 참으로 특이한 족적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왕조국가 단위 역사가 최소 500년이다. 신라 992년, 고구려 705년, 백제 678년, 고려 475년, 조선 519년. 이런 역사 연표를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하나의 왕조가 지속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도덕적 자기 정화능력, 자기 비판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충신, 열사가 유난히 많다는 점과도 통한다.

사회적 양분이 집중된 '권력과 부'는 무엇으로 자기의 '소금'을 삼는가? 바로 '비판적 발언'이다. 견제자를 통해 거듭날 수 있고, 반대 세력을 통해 자기를 점검할 수 있기에 그렇다. 국왕이 절대 권력을 누렸던 왕조국가에서도 그런 이유로 '언로'를 열어 두는 것은 국가의 만대 기반을 다지는 첫걸음으로 인식되었다. 언로개방은 명군, 성군이 되고자 하는 국왕의 필수 지침이었던 것이다. 다종다양한 관점과 서릿발같이 날카로운 비판은, 당국자가 포용할 수 있는 역량만큼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포용력이 없다는 것은 곧 국정 운영 자질의 부실함과 허약함, 그리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 우리나라 정치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4년 한탕 떡고물을 겨냥한 이벤트 창출에 골몰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4년 임기 안에 뭔가 눈에 보이게 성과를 내야하고 그 과정에서 다음 선거할 몫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지는 것인가.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지, 국가 백년대계가 과연 의식 속에 있기나 한지, 정말 의심스럽다.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여 통합하지 않고, 뭐든지 졸속으로 해치우려다가, 반대에 부딪히면 힘으로 제압해 버리니까 말이다. 대체 그런 천한 발상은 언제 몸에 밴 것일까. 최근에는 미디어법 문제로 세계적 비웃음을 사면서 한바탕 난리굿을 쳤다.

더 큰 문제는 현정권이 시대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돌려놓는 데에 있다. 이 시대의 과제는 단연코 복지, 생태환경, 자유민주주의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고장난 나침반처럼 방향침이 엉뚱하게 돌고 있는 것이다. 복지 정책이라는 것이 도리어 양극화를 부추기고, 생태환경을 위한 정책이 파괴의 우려에 쌓인 채로 추진되고, 자유민주사회의 핵심 매체인 언론을 단순 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 정부의 각종 정책이 부의 분배와 복지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긴 커녕, 그 반대 결과를 내고 있음은 현상과 통계가 입증한다. 그뿐인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것도 명백히 입증된다. 무수한 시국선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결같이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한 것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몇 가지 사회적 갈등의 해결 방식이나 미디어법의 통과 과정은 군부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

미디어라고 하는 대중 매체는 새로운 시스템의 신기술로 옮겨 갈수록 좋은 것이다. 그런 분야에 왜 신규 투자, 신규진출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 자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개방해야 할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초점은 단순히 기술적 매체이용권에 있지 않다. 어느 업종이나 그 직업 고유의 원리원칙과 직업윤리며, 그 분야의 특성이 있는 법. 미디어법은 단순히 일반산업법과 동일시 될 수 없다. 사회적 구성원의 발언권, 언로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언론법의 속성이 절대적이다. 그러니 문제의 초점이 공정한 언로를 담보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자는 데에 있는데, 여당만 그 특성과 본질을 무시하고 오직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논리로 접근하니까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 직면하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단순히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님을 국민이 현실 속에서 공감하는데, 왜 여당만 굳이 외면한 채 모든 것을 이윤창출 산업의 논리로 몰아가는가. 이미 국내 미디어는 세계 쓰레기 엽기 뉴스의 총 수합장이 되고 있다. 이윤을 위한 말초자극 수집에 혈안이 된 것이다. 미디어법이 오직 산업법 논리로만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에 과연 누가 공감하겠는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미디어법은 산업법'이라고 말할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 미디어법이 정말 언론법이 아니고, 이윤창출이 사명인 일반 산업법에 속하는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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