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부산의 도시 기능은 마비됐다. 중앙로 사상로 학장로 가야로 등 간선도로는 아예 하천으로 변하다시피 했고 물에 잠긴 지하차도는 웅덩이나 다름 없었다. 출근길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지각사태가 속출했고 저지대에서는 주택 피해와 주민 대피가 잇따랐다. 시간당 80~90㎜의 비가 쏟아진 3, 4시간만에 빚어진 일이다. 지난 7일 기습 폭우가 쏟아지던 때의 혼란이 더 심하게 재연된 것이다. 이쯤 되니 수해 방지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든다.
10일도 안돼 두번이나 쏟아진 '물폭탄'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물난리를 기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런 식이라면 올 여름 내내 물난리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어제만 해도 도로가 이미 제 기능을 잃었는데도 곳곳에서 교통 통제가 안돼 혼란이 더 커졌다. 부산시교육청도 초등학교 등교시간을 늦췄다가 휴교령으로 바꾸는 등 갈팡질팡 대응으로 소동을 키웠다. 재난에 대응하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부산경찰청 등이 이런 상황에 대비한 단계별 대처 매뉴얼이라도 우선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도시기반시설을 재정비하지 않고는 요즘 같은 폭우에 대처할 수 없다. 간선도로에는 가로 50㎝, 세로 50㎝ 크기의 우수관이 설치돼 있지만 10년, 20년 전의 강우 패턴에 맞춘 것이라 단시간에 물동이를 쏟아붓듯 퍼붓는 '스콜'성 물폭탄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주택가나 공단의 배수시설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기후조건에 맞춘 하수·배수 기능의 재정비, 지하차도나 교차로의 침수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도 최근 2주 동안 1940년 이후 최대량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이렇다할 피해는 없었다. 2002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 빗물 펌프장 수십곳을 신설하고 하천 제방이나 하수관로 등을 꾸준히 보강해온 덕분이라 한다. 부산도 근본 대책을 서두르되 우선 가능한 방재 조치부터 착수해 물난리 공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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