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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권 인수에서 권력 인수로 /탁석산

정책 성공하려면 권력얻기위해 애쓰기보다 국민의 마음 얻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05 20:22: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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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소환부터 문화관광부 1차관 이동, MBC PD수첩의 PD 체포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정부가 권력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지난 대선을 통해 정권을 인수했지만 권력 인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이것을 자성한 후에 권력 인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즉 권력을 인수하지 않고는 이명박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권력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선거에 승리함으로써 정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착각이 있었던 것 같다. 즉 선거 승리는 정권 인수로 귀결되고 정권 인수는 곧 권력의 이동을 뜻한다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여러 사건들이 아직 권력이 인수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촛불시위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과학을 전면에 내세워 설득에 나섰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각 기관장의 교체도 임기보장에 걸려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았다.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기관장만 교체한 정도다.

권력 인수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각한 이 정부는 권력 장악을 위해 두 가지 큰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인사 장악이다. 즉 기관장 교체는 물론 하급직까지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하려는 것이다. 신재민 문화관광부 2차관이 1차관으로 옮긴 후 우연인지 몰라도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 1차관 소관인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확실한 물갈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보다 깊숙하고 철저한 인사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더욱 더 중요한 것으로 바로 전 정권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커다란 불이익을 안긴 것은 없어 보인다. BBK사건도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게 마무리되었고 원한을 살 만한 선거 방해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의 전직 대통령 소환을 정치보복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보복이란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것인데 당한 것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 정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즉 전 정부를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아무리 조직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도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동의나 동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효율적으로 조직을 장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전 정부에 대한 심정적 지지를 제거하기 위해 전 정부의 토대가 되는 도덕적 우월성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전 정부는 잘 알다시피 도덕성을 정권의 존립 가치로 내세웠다. 보수 정권이 부패 정권이라면 참여정부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부라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비록 무능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도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기에 퇴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봉하마을까지 가서 전직 대통령을 기꺼이 보고자 했다. 도덕성의 가치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을 현 정부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도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임으로써 전 정부의 권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 장악에 성공했다고 해보자. 그렇다고 해서 현 정부의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 살리기가 최대 과제인데 많은 사람들은 성공 여부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재보선의 결과도 이를 말해준다. 부평의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한 명 바꾼다고 대우자동차가 살아나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얽혀 있기에 세계 경제 회복 없이 회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4대강 유역을 개발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도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정권 인수가 권력 인수라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라면, 전 정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권력을 인수하면 정책 집행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오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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