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고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다만 "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덧붙이긴 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증시는 중요한 경제수단의 하나다. 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두면 부자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지금이 바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이 '기회'라는 얘기인데, 과연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대통령의 발언과 관계없이 현재 개미들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직장인이 이를 만회하겠다며 증시에 뛰어드는가 하면, 멀쩡한 가정주부가 적금을 깨 개미투자자로 변신하고 있다. 심지어 '땡빚'을 내 투자하겠다고 벼르는 이도 있다. 그러다보니 직장에선 주가등락이 최대 화두다. 틈만 나면 PC를 통해 주가를 체크하고 동료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다. 주부들도 모이기만 하면 주식얘기다. 이른바 '한방블루스'를 노리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모양새다. IMF 학습효과일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주식열풍을 부추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식은 투자가 될 수도 있고, 투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말 처럼 1년 이내에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투기임이 분명하다. 주식은 제로섬이 아닌 마이너스섬에 가까운 게임이다. 사고팔 때 수수료와 세금이 꼬박꼬박 떨어져 나간다. 결국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유다. 대통령은 국민이 돈 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얘기를 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주식투자로 돈을 잃은 40대가 자살하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잘 나가던 자산운용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식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위기로 대다수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있는 시점이다. 고물가 고환율 구조조정 감원 부도 등 섬뜩한 단어들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나와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금이 11년 전 IMF사태 못지않은 국면이란 진단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식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작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정권 때문"이라면서 "정권이 교체되면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하고 임기내에 5000까지도 갈수 있다"고 장담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지난 9월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는 직접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10월 30일 언론사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며 주식투자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 후보시절 그가 장담한 대로 주가가 오르지도 않았다. 최근엔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이어서 개미들이 섣불리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관망을 권하고 있다.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 대통령이 워낙 이재에 밝다보니 가난한 국민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고사하고 당장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된 이들이 부지기수다. 실물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서민들의 고통지수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얘기가 주식투자자들에게 의미있는 정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 등을 겪으면서 불신의 골을 만들어 왔다. 대통령이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는 이런 발언들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심적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고, 내년엔 더 힘들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잖아도 힘들어하는 국민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