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관심사는 베이징이다. 더 정확히 말해 베이징 안의 따산즈 798예술구다. 지난 석달 열흘씩 세번 798을 방문했고,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은 방문하려고 한다. 그만큼 나는 따산즈 798예술구에 푹 빠져 들었다.
소기의 목적은 20, 30대 직장 여성들을 위한 베이징여행기였지만, 도통 나의 발길은 798 밖으로 벗어나지지 않는다. 2년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때마침 일 년에 한 번 있는 798의 축제기간이었다. 오월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키 큰 나무들을 흔들고 잔잔히 울리는 음악소리에 맞춰 세계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무대의 한 무용가의 움직임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베이징의 아침이면 사람들은 광장에서 태극권을 추듯 고요하지만 힘있는 동작으로 손과 발을 움직인다. 분명 그곳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예술가들만의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1957년 대약진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개발된 이 곳은, 무기를 만들던 군수공장지대였다고 한다. 폐허나 다름없이 버려진 공간을 인근의 중앙미술대학교의 졸업생들이 작업실로 쓰기 시작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과 미국 등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카페와 레스토랑 스튜디오와 의상점까지 종합적인 예술촌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중국정부는 예술가들의 집단 창작촌인 이곳을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강제철거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곳을 지키려는 예술가들과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하여 '문화창의산업특구'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 해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거니와 중국정부의 11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의 '성장의 질'에 부합하는 핵심적 관광명소로 지정되면서 도로가 정비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보수돼 흙먼지 날리던 도로가 하루가 다르게 반듯하게 정비되고 있다. 현대미술시장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중국이 세계미술시장 3위, 7000만 명의 콜렉터(수집가)라는 파워를 가지게 된 것은 모두 798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또, 여행지로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베이징이 전 세계 예술인들의 여행지가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가난한 예술가들의 희생이 숨어있다. 바로 부동산값 거품이다. 중국의 땅값은 최근 베이징올림픽 관련 건설붐과 맞물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버려진 공장지대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된 798도 예외가 아니다. 땅값이 치솟으면서 예술가들은 798에서 밀려나고 있다. 세계의 대규모 갤러리들은 끊임없이 증축 개관되고 있는 반면 작업실은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티에 쒀자춘 차오창디 지우창 등 798과 유사한 공장지대나 땅값이 싼 베이징 인근 도시로 예술가들은 자리를 옮겨가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옮겨가는 곳마다 갤러리들이 뒤를 따르며 땅값을 올리는 진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뉴욕의 예술가 알렉산드라 에스포지토는 일찌기 '미생물처럼 가장 더럽고 후미진 곳에 들어가 땅값을 올리고 다시 더러운 곳을 찾아 떠나야하는 예술가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는 뉴욕과 반대편에 붙어 있는 베이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하다고 어찌 사랑을 모를까라고 읊는 시인처럼 예술가의 가난함이 798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798지역의 공장들은 전형적인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아시아에선 보기 드문 건축방식이다. 초기 이곳을 작업실로 활용한 예술가들은 건축물을 허물거나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높은 굴뚝과 여전히 증기를 내뿜는 커다란 파이프, 갤러리 곳곳에 남아있는 크고 육중한 기계들, 마오쩌둥 시대부터 그 자리를 지켰을 법한 '마오쩌둥은 우리 마음 속의 붉은 태양'이라는 커다란 그래피티조차 어디서도 볼 수 없는 798만의 명물이 되었다. 기존에 형성된 도시 자원을 이용해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홍루이(798따산즈 페스티벌 총책임자)의 말을 새겨두자.
내가 798에서 도통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은 세계의 미술계가 이곳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흐름이 향후 중국의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디자인 상품 등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열린다고 사회가 바뀌는 것인가.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의 국가적 대사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의 힘이 아닐까. 베이징올림픽보다 더 흥미진진한 798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가서 798만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기를.
문화잡지 보일라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