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배학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6-20 19:35:58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 날 교육방송 미술 강의에서 밀레의 만종에 관한 놀라운 설명을 들었다. 부부가 들판에서 교회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평화로운 그림. 화가 달리는 이 그림이 왠지 쓸쓸하고 불안해 보인다면서 일반적 해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자외선 투사를 해본 결과 땅에 놓인 바구니에 아이가 담겨 있었다. 이 그림은 하루 농사일을 무사히 마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이를 땅에 묻으며 슬픔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만종을 보며 추수와 은총의 따사로움을 느꼈지만, 이것은 편견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스로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해석을 따라갔던 것이다.

사회 정책은 그림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은 더욱 취약하다. 최근 촛불 시위에 대해 사람들은 직접 민주주의의 승리, 위대한 국민의 저항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시위가 민심의 표출이라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한반도 대운하는 이제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미국 쇠고기의 안전 문제나 공기업 민영화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같은 문제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에 이어 촛불집회가 여타 사안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촛불 시위가 온갖 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이어진다면 그 시위의 본질은 흐려지는 것이다. 또한 정권퇴진 투쟁 역시 국민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진실은 숫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지금 국민의 삼분의 이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의견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밀레의 만종에서처럼 견해가 특정한 방향으로 쏠려간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판단의 조작에 선뜻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내가 행동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지 타인의 말에 끌려 다닌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정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그것들은 모두 정치성을 띠고 있다. 방송 시사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토론방뿐 아니라 무심히 화면을 스치는 광고나, 여기 '아침 숲길'에 실리는 잔잔한 생활 수필도 특정한 정파나 이념을 선전하고 옹호하는 기능을 한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예술도 그렇다고 한다. "좋든 나쁘든 연극은 항상 세계의 특정한 모습을 비춰준다. 어떤 식으로든 관객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연극은 없다." 우리에게 밀려드는 모든 정보는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정신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 차원에서 전염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주인이 타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대중의 의견은 수정하기가 힘들다. 첫째, 인간은 의견의 수정을 존재의 부정이라 간주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결정한 줄 착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틀렸다는 지적을 받으면 자신의 존재가 부정된 듯한 아픔을 느낀다. 만약 우리의 판단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기존의 의견을 그렇게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대중 집회는 공통의 신념을 단단하게 만들어 거기에 참여하거나 참관하는 사람은 더욱 사고의 전환이 어렵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정치 집회는 자기 확신을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종교 의식과 흡사하다. 신앙 집회에서 신도들은 찬양과 봉헌을 거행함으로써 주관적 믿음을 객관적 진리로 변환하듯이, 촛불 집회에서 시위자들은 촛불을 켜고 구호를 외침으로써 자신들의 신념과 행위가 정당하다는 확인을 주고 받는다. 셋째, 다수의 의견은 옳든 그르든 정치인들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본'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유지를 위해 마침내 '시민의 요구'에 응하기로 결정한다. 쇠고기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어설프게 대응했다가 국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확산되어 다른 현안들에까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선다면 어찌될 것인가. 철저하게 검토, 또 검토해야 할 민감한 사안을 시민들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할 것인가. 인간은 외부의 메시지에 조종되는 정보 조작의 동물이다. 그래서 의견을 바꾸어 주려면 그들의 신념과 충돌하는 반대의 정보를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커다란 용기가 요구된다. 물론 그 반대의 정보와 바뀌어진 의견조차 진실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어디 있겠소."(김민기, 친구)

경성대 철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