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관광 명소인 남경동로(난징루) 보행자 거리를 최근 직접 걸어 봤다. 상하이 최대 번화가답게 활기가 넘쳤고 1㎞ 이상 뻗은 차 없는 거리는 인파로 넘실거렸다. 완소남과 S라인 미녀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상하이의 '젊음'을 읽을 수 있었다. 길을 걷다 있었던 일이다. 한 아가씨에게 요즘 상하이에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답했다. "한국을 보면 알아요". 한국을 보면 안다? 금방 감이 안 잡혀 무슨 뜻이냐고 재차 물으니 그녀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이 상하이 여성들이 선호하는 패션"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듣고 보니 차림새들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상하이 서쪽으로 가면 금회로라는 도로가 있는데 주위가 한국인 밀집 지역이다. 도로변에 한국 의류 매장과 액세서리 가게 등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다. 외진 곳이어서 장사가 될까 했으나 한국의 최신 패션을 접하려는 현지 여성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곳의 한 대형 갈비집은 중국인 손님들로 넘쳐났다. 상하이 부유층의 아지트로 소문난 한 쇼핑센터를 가봤는데 삼겹살 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 이게 바로 한류 바람이구나 싶었다. 쑥스럽지만 기자는 한류를 뒤늦게 상하이에서 체험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대장금'의 수라간 상궁 얼굴이 실린 한식당 광고판을 부착한 버스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 한국 TV 드라마가 밋밋한 중국 드라마를 뒷전으로 제쳤고, 오락물 '무한도전'의 골수팬도 있었다. 인터넷, 위성의 발달로 우리와 거의 동시에 한국문화를 소비 중이었다.
새삼스럽게 한류 얘기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지난 10월 말 부산 상하이 오사카 3개 해양 도시가 오사카에서 도시 간 관광진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크루즈선을 공동 운영하고 관광 협력체제를 구축해 관광교류와 역외지역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자는 게 선언문의 골자다. 지난달 상하이와 더불어 취재차 오사카에 들렀을 때 부산~상하이~오사카 '골든 트라이앵글 크루즈'를 홍보하는 팸플릿을 볼 수 있었다. 팸플릿에는 범어사, 용두산 공원, 광안대교, 태종대, 상해거리가 부산의 대표 장소로 소개됐다. 다른 도시에 비해 뭔가 부족하고 빈약해 보여 한참 팸플릿을 들여다봤다. 관광산업은 부산으로서도 매우 중요하고 3개 도시 크루즈 아이디어도 좋아 보여 도움이 될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상하이에서 목격한 한류 바람을 떠올렸다.
'한류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트라이앵글 크루즈 고객 유치에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한류의 진원지는 우리나라 연예인과 TV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통해 한국의 패션, 음식, 오락 등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트라이앵글 크루즈의 주 손님은 3개 도시와 동남아 사람들이 될 것인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의 한류 열풍도 대단하다. 그들은 계속 새로운 한국문화 콘텐츠를 찾고 있다. 한류 팬들은 단순히 드라마나 연예인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산 제품에도 애정을 보이는 게 최근 경향이다. 중국에서는 한류 신혼여행 상품도 인기가 있다고 상하이에서 전해 들었다. 일본의 한류도 여전하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배용준의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여학생들에게 저녁 대접과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 공동 운영은 한류의 테두리 안에 있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유형의 관광지 소개도 좋지만 부산의 음식 의류 패션 등을 체류형 한류 상품으로 만드는 쪽으로도 사고의 폭을 넓혀 봤으면 한다. 아마추어적인 생각으로 이런 구상을 해 봤다. 특화된 한정식이나 부산의 토속 음식을 묶은 '맛 탐방'은 어떨까 하고. 또 영화 촬영 도시의 장점을 살려 한류 팬들에게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촬영지 방문 같은 것도 아이디어의 하나로 던져 본다. 자연스럽게 배우를 가까이서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사카와 상하이는 부산과 마찬가지로 항구도시이지만 천연의 해수욕장이 없다. 이 때문에 상하이시는 남부해변에 수상공원이자 상하이 최초의 인공해변(碧海金沙)을 지난해 조성, 개장했다. 개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가 본 사람들의 평가는 그저 그렇다. 그래서인데 한류와 함께 부산의 해수욕장을 특화하는 것도 트라이앵글 크루즈 상품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상하이와 오사카에는 다른 목적으로 취재를 갔었다. 그러나 견문을 넓힌 김에 부산에 도움이 되고 배울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기획탐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