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다녀온 부산지역 한 인사를 최근 만났다. 6회에 걸쳐 본지에 게재될 '부산관광 창조적 전략을'이라는 기획물 준비에 필요한 자료수집차였다. "직접 본 소감이 어떻더냐"고 물으니 그는 대뜸 "희망을 봤다"는 말부터 꺼냈다. 두바이의 발전상을 귀동냥하고 있던 터라 기자는 '놀라웠다' 등 의례적인 답변을 예상했는데 뜻밖이었다. "희망을 봐. 그게 무슨 뜻이냐"고 재차 물으니 그는 한번 생각해 보라며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막을 관광·휴양 신천지로 변모시키고 있는데 부산은 그에 비하면 환경과 여건이 좋은 것 아니냐"는 설명이었다. 우리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 셈이다.
두바이 신화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각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이 한 번씩 다녀갔을 정도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렇다 할 관광·유적지도 없고 인구 역시 30만 명 정도에 불과한 황량한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그 중에서도 가장 외진 어촌마을이 세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인간의 상상력을 모두 현실화시키고 있는 경이로움일 것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일컬어지는 인공섬 팜아일랜드와 더 월드, 세계 최대의 테마파크 두바이랜드, 타이거 우즈가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는 광고로 유명세를 탄 세계 최고급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등을 만들었다. 두바이의 세계 최고·최대 야심은 끝이 없어 내년 말께면 높이 700m의 극초고층 타워형 빌딩인 버즈 두바이를 준공한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외자를 끌어들여 시도하고 있는 두바이의 신천지 프로젝트가 아직 미완성인 부분이 많아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벤치마킹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두바이의 창조 경영을 본받자"며 강조했듯 세인들이 두바이를 주목하고 있는 본질은 셰이크 모하메드라는 사람이다. 알려진 바 셰이크 모하메드는 아랍에미리트의 부통령이자 수상이며,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지도자다. 바로 그의 탁월한 창조성이 21세기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은 이미 분석이 많이 돼 있다. 그는 머지않아 고갈될 자국 석유를 대신할 명확한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통찰력과 도전정신으로 사막 위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뛰어난 창조력과 풍부한 상상력 및 개방성, 놀라운 역발상으로 백년대계의 꿈을 실현 중이다. 인공섬 추진시 관료들이 무모한 도전이라며 반대했으나 그는 끊임없이 "왜"냐고 물으며 의지를 관철시켰다고 한다. 또 두바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수많은 외국 기업을 단숨에 유치했다. '꿈에는 한계가 없고, 불가능은 상상 속에서만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리더십의 요체다.
창조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인공 관광자원을 만들 수 있는 두바이의 사례를 보며 부산 관광의 현주소를 떠올린다. 내세울 만한 관광 인프라가 없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민들조차 찾고 즐기지 않는 관광지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가. 부산시가 성과로 꼽고 있는 지난해 관광업무만 보더라도 제4차 부산권 관광종합개발계획 용역 실시, 송도 테마공간 1단계 준공, 국내외 홍보 마케팅 강화, 2층 시티투어버스 도입 등이 고작이다. 2007년 부산시관광진흥계획 정책집에서도 창조적 접근을 찾아볼 수 없다. 역대 부산시장마다 들고 나온 동부산관광단지는 외자유치 차질 등으로 하세월이다. 포기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내자는 말까지 나온다.
세계는 지금 21세기 '창조적 관광산업' 주도권 경쟁으로 뜨겁다. 창조적 관광산업 육성은 창조적 리더십, 즉 사람의 힘에서 나온다. 기자가 만난 한 인사가 두바이에서 배운 '희망'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창조적 리더십이 부산에는 과연 있는가.
기획탐사부장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