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隱語)는 '특수한 집단이나 계층 혹은 사회에서 남이 모르게 자기들끼리 사용하는 언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음어(陰語)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군대에서 쓰는 '암호'로 은어와는 다르다. 또 속어(俗語)는 널리 통용되면서도 정통어법에서 벗어난 비속한 언어를, 비어(卑語)는 상대를 얕잡아 보고 경멸하여 쓰는 상말, 하대말로 속어보다 더 비천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86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관여된 '일심회' 조직원들이 공안당국의 검열과 감청을 피하고 비밀유지를 위해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받을 때 은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은 '민회사', 열린우리당은 '우회사', 한나라당은 '나회사'로 표기했으며, 서로는 '최 사장' '장 사장'으로 통했다. 이밖에 '남경'(남조선) '회사'(북한) '지사'(민노당) '계열사'(민노총) '개발공사'(전국연합) '지점'(한총련) 등도 사용했다.
은어는 과거에도 특수집단 또는 통제된 특정지역에서 활발하게 쓰였다. 무당 은어인 '쪽'(얼굴) '촉새'(가벼운 사람)는 일반에도 알려져 이해가 가지만 '피새집'(입) '봉탱이'(보리밥) '웽가리'(돼지)에 이르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북한 주민들도 국가의 감시와 통제속에 다양한 은어를 만들어 은밀히 의사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청소년 사이에 암호화, 부호화된 은어가 유행이다. 인터넷이 유통에 큰 몫을 했다. 이제는 공중파 방송까지 덩달아 난리다. 기성세대에게는 외계언어 같다. 은어가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소속감을 주는 장점도 있지만 외부와는 대화단절과 소외감을 부른다. 소통과 관계의 단절은 인간을 원자화, 고립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송문석 논설위원 so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