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9월 '시민의 발'인 부산 대중교통과 관련한 중대 현안 하나가 타결됐다. 2006년 1월부터 건설교통부에서 부산시 산하로 이관될 부산교통공단(현 부산교통공사)의 지하철 부채 해소를 위한 부산시와 건교부, 기획예산처 3자 간의 협상이 매듭지어진 것이다. 당시 부산시와 정부는 부산교통공단의 2조2935억 원(2002년 말 현재)에 이르는 채무에 대해 1조8199억 원은 정부가, 4736억 원은 부산시가 부담하는 공동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타결 후 부산시는 특별 기자회견까지 열어 부채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시민의 지지를 구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이 있었으나 정부가 쥐고 있던 부산지하철 관리운영권이 마침내 시로 넘어왔다는 상징성도 컸던 만큼 큰 논란 없이 넘어갔다. 부산시가 떠안은 부채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2년도 채 안된 올해 6월 부산시물가대책위원회는 지하철요금 사상 최대 폭인 1구간 200원, 2구간 300원 인상안을 의결, 지난달부터 적용했다. 요금인상 당시 부산시의 논리는 이렇다. 올해 예상 적자액 1151억 원 중 171억 원은 부산교통공사가 경비 절감을 통해 조달하고, 600억 원은 시가 추경예산으로 확보하는 만큼 나머지 380억 원은 요금 인상을 통해 시민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2005년 1월에도 1, 2구간 각각 200원 인상이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1년6개월 사이 부산지하철 요금이 무려 57~62%나 오른 상황이 됐다. 시민들은 이유도 모르고 오늘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일련의 지하철 요금 인상과 관련, 기자는 '2004년 9월 공동합의문'을 주목한다. 부산시와 정부가 체결한 합의문 제5조와 5조1항에 예사롭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5조는 '부산시는 운영적자를 자주재원(외부차입이 아니라 조세수입 등을 통해 자체 조달하는 재원)을 투입해 매년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조1항은 '국가는 부채이자, 지하철 운영적자가 당해 연도 자주재원을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등에 대해 국가지원액을 삭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운영적자를 시 자주재원으로 충당할 것을 강요하고 있으며, 어길 시 정부 지원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으로 부산시로서는 '족쇄'를 찬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지난 6월 지하철 요금 인상 과정에서도 이 같은 '족쇄'가 작용한 징후가 짙다. 시는 지난 1월 시 산하로 들어온 부산교통공사의 올해 예상 적자액(1151억 원) 해소를 위한 자주재원 충당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기획예산처로부터 '공동합의문 불이행'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하철 3호선 반송선(1294억 원) 건설비 중 국비 전액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과다한 요금 인상은 '합의문'에 발목이 잡힌 때문으로 여겨진다. 부산시가 추경예산으로 600억 원을 확보하면서 그중 504억 원을 교통공사 직원들의 퇴직충당금으로 메우는 편법을 동원한 것도 다급했던 정황을 엿보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불평등한 합의문 조항이 부산시와 시민들을 옥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계속해 지하철 운영적자를 자주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최근 5년 간 연평균 10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부동산 취등록세 감소 등으로 내년 부산시 세수가 올해 징수전망치(2조1901억 원)에 비해 2600여억 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 운영적자를 자주재원으로 충당하기가 여러모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내년 또 다시 정부로부터 국비지원 중단을 내세운 '합의문 불이행' 협박(?)에 직면, 요금 인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부산지역의 몇몇 시민·노동단체가 최근 부산지하철 요금 인상 중지 공익소송을 냈다. 족쇄로 지적되는 공동합의문도 법정에서 따져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왜 불리한 조항에 합의하게 됐는지, 향후 발생할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는지 규명이 있어야 한다. 2004년 9월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던 부산시 당사자는 허남식 시장이었다. 허 시장은 지난 7월 시의회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 추궁에 대해 당분간은 요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함은 물론 부산지하철 부채 문제를 결자해지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