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홈페이지를 열면 섬진강과 지리산이 유혹하듯 시원하게 펼쳐진다. '웰빙의 도시 하동으로 오세요'란 문구와 함께 하동을 홍보하는 사진과 카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섬진강과 지리산은 하동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의 이미지와 넉넉한 품에 기댄 '웰빙 하동'은 하동의 콘셉트로 매우 적절하다.
이 참에 웰빙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 웰빙은 건강하면서도 편안한 생활과 상태를 유지하자는 의미다. 물질적인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보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균형있는 삶을 행복의 가치로 삼자는 것이다. 소득증가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제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고, 이것이 웰빙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열풍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반성이 일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미국식 웰빙인 '로하스(Lif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LOHAS)'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로하스는 자신의 신체 및 정신적인 건강뿐 아니라 이웃과 다음 세대까지 고려해 사회·경제·환경적 토대를 위태롭게 하지 않으려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하동군 역시 이런 의미로 '웰빙 하동'을 내세웠으리라 짐작된다. 섬진강과 지리산이라는 자연이 주요 자산인 하동이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웰빙 전략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섬진강과 지리산이 오염되거나 훼손되고 나면 하동은 '웰빙 하동'을 외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섬진강변 벚꽃길(국도 19호선 하동읍 광평리~화개면 탑리) 확장은 하동군이 추구하는 '웰빙 하동'과 정면 배치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도로확장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관광철 교통체증 해소이며, 하동군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관리청의 진단대로 이곳은 벚꽃이 만발하는 4월에만 정체현상이 발생할 뿐 평소에는 한산한 편이다. 국토관리청의 통계를 인용하더라도 이곳의 교통량은 4차선 확장 요구 수준인 하루 평균 8000대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이 도로와 마주하고 있는 섬진강 건너 하동~구례 지방도 861호선의 교통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확장계획에 앞서 이 두 도로를 연계하는 방안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순서다. 특정 시기의 교통체증을 이유로 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은 명절마다 미어터지는 경부고속도를 16차선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국토관리청은 친환경설계로 환경파괴와 풍광훼손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소도 웃을 일'이다. 설계를 보면 기존 도로보다 섬진강쪽으로 당겨 새로운 4차선 길을 내는 구간도 있고, 섬진강변에 옹벽을 쌓아야 하는 곳도 있다. 푸른 강물과 하얀 모래가 어우러진 섬진강변에 콘크리트 옹벽이 세워지는데도 풍광이 훼손되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산허리도 몇군데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이 길은 더 이상 '남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란 명성을 떨칠 수 없게 된다.
국토관리청의 논리대로 환경 및 경관 훼손을 최소화해 4차선 확장을 완료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관광객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하동군의 기대는 근거없는 낙관론일 뿐이다. 4차선으로 확장되면 기존 2차선보다 차량의 속도가 시속 20~30㎞ 빨라지고, 이에 따라 소음도 증가한다. 특히 이 도로는 전남 광양에서 전북 전주까지를 잇는 최단 도로다. 당연히 화물차들이 앞다투어 이곳을 지날 것이다. 상상해보자. 20t이 넘는 대형트럭과 트레일러들이 무섭게 질주하는 모습을. 아름다운 섬진강변 풍광을 감상하러 온 관광객들이 질겁을 한 나머지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결국 관광객은 내쫓고 화물차만 불러들이는 게 아닌지 하동군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하동군은 '웰빙 하동'이라는 기치 아래 직강공사를 한 섬진강과 화물차들이 가득한 산업도로를 내세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웰빙 하동'은 천혜의 자원을 지키면서 추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16일 출범한 '물길과 꽃길 지키기 하동주민 공동대책위원회'는 의미가 크다. 공동대책위와 하동군이 손잡고 '웰빙 하동'을 지켜내기를 기대해본다.
/사회2부장 pin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