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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관객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8월 국내에 개봉해 아이맥스(IMAX) 상영관 역대 최다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스크린쿼터 영향으로 다소 일찍 특수관 상영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
- 한국영화 年73일 의무상영 규정
- 전용필름 아닌데 마지못해 올려
- 극장 전체합산 유연한 조정 필요
연말이 다가온다. 이 시기엔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해야 하는 은행만 바쁜 게 아니다. 극장도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맞추느라 바빠진다. 무슨 사정일까.
지난 21일, 피케팅(치열한 예매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아이맥스 수요가 뜨거웠던 ‘오디세이’가 ‘용아맥(용산 아이맥스 관)’에서 내려가고 그 자리에 연상호 감독의 논(non)아이맥스 영화 ‘실낙원’이 걸렸다. 두 영화가 교체된 건 ‘오디세이’ 인기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오디세이’ 좌석 판매율은 마지막 날까지 80% 수준을 보였다. 상영 첫날 3~6%대에 그친 ‘실낙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극장은 왜 이런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했는가. 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어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따르면 극장은 개별 스크린마다 연간 상영 일수의 20% 이상(통상 73일)을 한국 영화로 상영해야 한다. 아이맥스관을 비롯한 특별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스크린쿼터 일수에 미달한 극장은 이듬해 미달한 일수만큼 영업 제한에 걸리게 된다. CGV가 울며 겨자 먹기로 ‘오디세이’를 용아맥에서 내리고 ‘실낙원’을 건 이유다.
문제는 아이맥스에 부합하는 한국 영화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낙원’처럼 아이맥스 포맷이 아닌 한국 영화들이 쿼터를 맞추기 위해 아이맥스관에서 상영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CGV는 올해 용아맥에서 ‘휴민트’ ‘군체’ 등의 한국 영화 8편을 35일 상영했다. 38일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 편성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12월엔 아이맥스 포맷을 갖춘 기대작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3’ 개봉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별관은 관객이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곳이다. 이러한 특징에 부합하는 영화가 걸리지 않으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스크린마다 성격이 다른데, 모든 스크린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금의 법 규제안에서는 수입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관을 일반 영화관처럼 운영해야 하는 극장도, 영화적 체험을 하고 싶은데 선택권이 제한되는 관객도 웃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의무상영일을 스크린마다 계산하지 않고 극장 전체 스크린에서 합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국 영화 상영일의 총합은 건드리지 않되, 각 관의 특징에 맞춰 유연하게 편성을 조정하는 것이다.
한국 영화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스크린쿼터는 2006년 연간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60년대는 IMAX, 4DX, 돌비시네마 같은 특수관은커녕, 극장 대부분이 단관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극장 환경도 관객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많은 게 달라졌다. 스크린쿼터 본래의 목적성은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특별관이 많아진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