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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이클’의 포스터. |
시대별로 위대한 음악가는 존재했지만, 그처럼 굴곡진 삶을 산 예술가는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팝의 황제이자,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혁명을 만들어 낸 인물. 20세기 대중문화사의 가장 강력한 변곡점이자 인종 차별과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사회활동가. 하지만 그만큼 수많은 루머와 오해에 둘러싸였던 인물.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17년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에 관한 최초의 전기영화다. 영화는 그의 일생을 한 편의 영화로는 담을 수 없다는 듯, 마이클 잭슨의 초중반 활동 시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까지만 다룬다.
전기영화를 보며 관객이 기대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저마다 중시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위대한 뮤지션을 다루는 영화에서 ‘음악’이 빠질 수는 없을 터이다. 20세기를 통틀어 독보적인 비주얼과 춤, 음악 스타일을 보여준 마이클 잭슨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결국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 재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춤 선이나 무대 매너뿐만 아니라 일상의 제스처나 몸짓, 무엇보다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를 완벽하게 만들어 낸다. 그것은 마이클 역을 맡은 실제 조카, 자파 잭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영화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기억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영화는 아버지와의 관계, 또는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일어서려는 마이클 잭슨을 묘사하며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이야기가 오직 아버지만을 악역으로 내세우며 진행되는 탓에 서사가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기영화를 볼 때 관객이 기대하는 또 다른 요소는 대중이 몰랐던 이면의 역사나 인물의 심리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이클’은 확실히 평면적이다.
당대 사회상을 그릴 때 빠질 수 없는 인종 차별에 관한 이야기도 백인 뮤지션 중심 편성을 고집하던 MTV 측에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의 뮤직비디오를 틀 것을 요구하는 장면 하나에 그쳐, 시대와 호흡하는 모습 역시 아쉽다. 이 때문에 영화가 그저 ‘히트곡 메들리’에 그친다는 세간의 비판 역시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마이클 잭슨의 굴곡진 인생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 영화의 제작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정면으로 다루려고 했지만 그 어떤 방식으로도 당시 상황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합의서의 조문을 뒤늦게 발견해 재촬영에 들어가야 했고, 마이클 잭슨의 활동에 큰 영향과 도움을 주었던 다이애나 로즈와의 관계도 당사자 요구로 통편집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따라서 지금의 ‘마이클’은 제작진이 집념 끝에 최선을 다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닐까 조심스레 말을 보태어 본다.
20세기에 영원한 이정표를 세웠지만, 그 역시 세월이 흐르며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 존재감과 영향력이 약해질 찰나였을 터이다. 개인의 취향이 파편화 되어버린 지금의 시대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 와중에 영화 ‘마이클’이 그를 다시 대중에게 되새기게 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덕분에 마이클 잭슨은 새로운 시대에 다시 영원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만큼 시의적절한 등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