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선 ‘매출액 기준’이 통상적
- ‘왕사남’ 흥행 계기 논의 재점화
‘매출액 기준’ 역대 흥행 1위, ‘관객 수 기준’ 역대 흥행 3위. 입소문과 함께 관객을 극장으로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의 현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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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국내 개봉작 흥행 3위에 오른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티켓을 사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는 역대 3위를 기록했지만 누적 매출 기준으로는 1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47일째인 지난 22일 누적 관객 1475만7118명을 기록하며 ‘국제시장’(1425만 명)과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 명)을 제치고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3위에 올랐다. 배급사에 따르면 개봉 50일째인 25일에는 관객 수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역대 흥행 1위 자리는 ‘명량’(1761만 명)이 지키고 있고, 그 뒤를 ‘극한직업’(1626만 명)이 잇고 있다.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매출 기준으로는 이미 흥행 1위에 올라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의 매출액은 1425억 원으로, ‘명량’의 1357억 원, ‘극한직업’의 1396억 원보다 많다.
그렇다면 물을 수 있는 질문. 매출액 순위와 관객 수 순위 사이의 괴리는 왜 발생하는 걸까. 인상된 티켓 가격과 특수 상영관(IMAX 4DX)을 선호하는 관객의 소비 패턴 등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 영화 시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도입된 2004년부터 흥행 지표를 관객 수로 평가해 왔다. 검표인이 상영관 입구에서 직접 ‘관객 수’를 세던 관행이 통합전산망 도입 이후로도 이어진 영향이 크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상징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천만 영화’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관객 수 중심의 집계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관객 수가 초반 흥행을 위한 과도한 여론 몰이로 이어지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 흥행할 것 같은 영화에 관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이 대표적이다. 관객 수 뻥튀기를 위해 새벽 시간에 ‘유령 상영’을 한 후 ‘매진’으로 처리하거나, 무료 초대권과 할인권을 무분별하게 발행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2023년 박스오피스 조작 논란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검찰 송치로 이어지면서 영화계에서는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을 관객 수에서 매출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바 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서 영화진흥위원회에 박스오피스 집계 기준을 ‘관객 수’ 중심에서 ‘매출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작 논란과 별개로 관객 수 중심의 카운팅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의견도 많다. 과거엔 티켓 값이 조조, 학생과 성인 등 몇 가지로만 나뉘어졌던 때라 관객 수로 흥행을 따져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요일은 물론 시간대, 좌석에 따라서도 관람료가 다르게 책정된다. 특수관을 통해 영화를 ‘체험’하려는 수요 역시 커졌기에 관객 수만으로는 정확하게 흥행을 짚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관객 수로 흥행 척도를 계산하는 박스오피스 집계 방식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천만 관객’이라는 타이틀이 한국 영화시장에서 오랜 시간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매출액 중심으로 흥행 지표가 바뀌면 배급사나 홍보사 입장에서는 가장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 사라지는 셈이어서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로, 매출액 중심으로 흥행 지표가 전환되면 역대 흥행 순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명량’과 ‘극한직업’의 순위도 바뀌게 된다. 두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1761만 명과 1626만 명으로 머릿수로는 ‘명량’이 앞서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극한직업’이 1396억 원, ‘명량’이 1357억 원으로 순위가 뒤집힌다. 과연, 흥행 지표 방식도 뒤집힐까.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