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을 끝으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영화의전당이 공동 주최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전작 순회 회고전 1’이 막을 내렸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영화감독이다. 1930년에 태어난 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학교수로 일했으나 정신병동과 그 안의 환자를 다룬 데뷔작 ‘티티컷 풍자극’이 화제를 일으키며 영화감독으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67년 ‘티티컷 풍자극’부터 2023년 ‘메뉴의 즐거움-트와그로 가족’에 이르기까지 90세가 넘어서도 활동하며 총 45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베니스 영화제 평생 공로상과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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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영화 ‘백화점’ 스틸컷. |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영화 세계를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관찰’과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일상적인 공간인 동시에 누군가의 노동 현장이기도 한 공적인 장소(‘병원’(1970), ‘백화점’(1983) 등)나 수도원의 일상을 관찰한 ‘에세네파’(1972)처럼 특정인이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을 찾아가 카메라를 놓았다. 그러고는 마치 이곳에 카메라가 없다는 듯 공간을 누비며 장시간 관찰한다.
이 때문에 와이즈먼의 영화에는 어떻게 찍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놀라운 장면이 많다. ‘라 당스’(2009)나 ‘크레이지 호스’(2011)와 같이 아름다운 예술 이면의 풍경은 물론이고, ‘법과 질서’(1969) 속 단속반이 성매매 여성의 목을 조르는 끔찍하고 가슴 아픈 상황도 있다. ‘청각장애인’(1986)에서는 장장 48분에 달하는 격렬한 토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카메라는 거리를 유지한 채 그 어떤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없이 그저 가만히 이들을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관찰’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와이즈먼의 영화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의 영화는 누구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는 객관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 영화가 묘사하는 당대 미국 사회의 단면은 분명한 그의 선택이다. 와이즈먼의 ‘편집’은 바로 그 선택의 증거다.
그는 자신이 촬영한 수많은 영상을 하루에 10시간 이상 편집하며 집요하리만큼 영화 안에 담긴 현장을 재구성한다. 영화마다 주로 보여주는 인물(상황에 따라선 공동체 전체나 동물이 되기도 한다)은 있지만, 결코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거나 관객이 감정을 몰입하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그 결과 관객은 특정 개인에게 집중하기보다는 그 개인이 놓여있는 공간의 질서와 그들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이 같은 ‘놀라운 장면’들이야말로 당대의, 혹은 현재 미국 사회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이다. 와이즈먼이 그려내는 미국 사회의 초상은 그렇게 완성된다.
이와 같은 와이즈먼의 방법론은 그의 작품 내내 거의 일관되지만, 장소 시기 시대와 놀랍도록 반응하고 있다. 다소 다른 방식으로 만든 극영화 2편을 포함하여 그 여정을 모두 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은 3번에 걸쳐 6월까지 영화의전당에서 상영한다. 이 59년의 여정 속에서 당신은 어떤 미국을, 또 어떤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