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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원작에 한국감성 한 스푼…리메이크가 멜로 되살릴까

‘만약에 우리’ 역주행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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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中서 흥행 ‘먼훗날 우리’
- 원작 틀 위에 한국적 각색 호평
- 구교환·문가영 케미 110만 돌파

- ‘건축학개론’ 이후 부진한 韓멜로
- 해외작품 활용으로 부활 기대감

구교환 문가영 주연의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가 개봉 13일째인 지난 12일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누적 관객 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191만 명을 기록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이후 나온 한국 멜로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이다. 앞서 ‘만약에 우리’는 ‘아바타’를 끌어내리고, 개봉 7일 만에 1위로 역주행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창작 멜로 영화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중화권 멜로 리메이크작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만약에 우리’ (왼쪽),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스틸컷. 각 배급사 제공
‘만약에 우리’는 2018년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후, 한국에서 넷플릭스로 공개돼 호평받은 주동우 주연 ‘먼훗날 우리’의 리메이크작이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헤어진 연인이 10년 후 우연히 재회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업계는 멜로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 1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모습에 살짝 고무된 분위기다. 경쟁력이 없다고 여겨졌던 멜로가 작지만 의미 있는 희망을 쐈기 때문이다.

2002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멜로물은 충무로가 사랑하는 장르 중 하나였다. ‘접속’(1997), ‘편지’(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동감’(2000),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너는 내 운명’(2005) 등 관객 마음을 움직이는 수작이 쏟아져 나왔다. 그랬던 멜로는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장르물에 밀려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2012년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이 흥행에 성공하며 재도약을 꿈꿨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자취를 감췄다.

멜로 영화는 ‘돈’이 안 되고 투자하기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질 대로 커질 무렵,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중화권 멜로 영화 리메이크다. 독창적인 창작 멜로 시나리오를 찾는 것보다, 국내에서 사랑받은 인지도 높은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것이다. 같은 아시아권이라 정서적으로도 가깝다는 점 역시 이러한 흐름을 부추겼다. 그렇게 시작된 중화권 멜로 영화의 국내 리메이크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만 청춘 멜로 상륙 기폭제가 됐던 주걸륜 계륜미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비롯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설’ ‘상견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등 아시아 극장가를 강타했던 중화권 청춘 영화들이 한국 필터를 거쳐 관객을 만났다.
‘청설’ (왼쪽),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컷. 각 배급사 제공
그러나 검증받은 콘텐츠의 리메이크가 꼭 유리한 건 아니다. 막강한 비교 대상을 안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원작과의 시간 차와 로컬라이징 역시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안이한 각색으로 원작 팬들로부터 비난받은 리메이크작이 호평받은 리메이크작보다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평을 받으며 장기 흥행에 나선 ‘만약에 우리’는 각색에 있어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만약에 우리’는 원작의 기본 구조를 크게 바꾸진 않았다. 남녀가 사랑했던 과거는 ‘컬러’로, 헤어진 후 다시 만난 현재는 ‘흑백’으로 연출한 것도 같다. 원작의 큰 그림은 그대로 살리되, 세부 설정은 한국 문화에 맞게 과감하게 각색했다. 춘절 귀성 기차에서의 첫 만남이 한국판에서 설날 고속버스로 바뀌었고, ‘베이징에 집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목표였던 원작 속 여주인공은 보다 주체적인 캐릭터로 수정됐다.

원작에는 없는 이 영화만의 정서를 ‘집’이라는 공간에 깊게 투영한 것도 눈에 띈다. 영화는 빛이 잘 들지 않는 정원의 쓸쓸한 ‘고시원 방’에서 시작해 볕과 바람이 잘 드는 은호와 정원의 ‘옥탑방’(사랑에 빠진 남녀의 공간)을 거쳐, 두 사람의 사랑이 식어내리기 시작하는 축축한 ‘반지하 방’(이별 직전의 공간)으로 향한다. 공간에 감정이 실린 셈인데, 이러한 설정이 사랑의 생로병사와 함께하며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반전 캐스팅이 먹혔다. 구교환 문가영의 기존 이미지로 인해 두 배우가 ‘잘 어울릴까?’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그 오해가 미안해질 정도로 의외성에서 오는 합이 예상 밖 매력을 만들어낸다. 멜로는 배우들 하기 나름임을 증명하는 영화이기도 한 셈이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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