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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서 사라진 K-무비…자본 논리에 매몰된 영화시장

올 칸영화제 공식부문 초청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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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 수익 추구 OTT 시대
- 극장관객 급감으로 시장 악화
- ‘돈되는 영화’만 소수 제작 경향
- 창작환경 살아있는 日영화 약진

매년 5월 중순이면 프랑스 남부의 도시 칸에서 ‘한국 영화’와 레드카펫를 밟는 ‘한국 배우’들의 모습이 포착돼 오곤 했다.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칸국제영화제 무대에 진출한 한국 영화를 지켜보는 건 적잖은 즐거움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3일 개막한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K-무비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가 공식 부문에서 초청을 못 받은 건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시네파운데이션에 올라 그나마 체면치레했지만, 한국 영화계는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지난 13일 프랑스에서 개막한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가 없는 가운데, 경쟁 부문 심사위원에 홍상수(왼쪽에서 5번째) 감독이 위촉됐다. AFP연합뉴스
지금이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릴 플랫폼이 많지만, 과거엔 그럴 통로가 많지 않았다. 이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좋은 마중물이 돼 줬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칸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한 2004년 ‘올드보이’를 통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었다. 홍상수 이창동 감독이 세계 거장 감독 대열에 오른 데에도 지속적으로 이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온 칸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우린 칸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의 자리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광경을 목격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말이다. ‘기생충’이 남긴 감흥이 워낙 컸기에 이번 ‘초청작 0편’ 사태는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영화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크게 감지된다. 극장 관객 감소로 투자배급사가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면서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가, 투자사들의 선택을 받는 소수의 영화 역시 ‘돈맛’ 풍기는 상업 영화에 쏠리고 있어서다. 100만 관객을 모으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문법을 지닌 창의적인 작품이 투자사에 선택될 확률? 높지 않다. 투자하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니 말이다. 극장 수익이 줄어드니 투자가 감소하고, 투자를 받으려 흥행 공식이 빤한 이야기에 주력하니 작품의 질은 저하되고. 악순환이다.

2019년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국제신문DB
이런 상황에서 제2의 봉준호나 박찬욱이 나오기 힘든 건 당연하다. 일례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로 평가받는 2000년대 초반,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김지운 홍상수 장준환 등 개성 있는 감독이 다수 배출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자본의 힘보다, 도전적인 기획을 밀어붙이는 제작자들의 힘이 컸던 시절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발굴되고, 흥행과 비평이 사이좋게 꽃피울 수 있었다. 자본이 거의 모든 것을 잠식한 작금의 한국 영화 상황에서 보면 “옛날 옛적 한 옛날에~” 같은 이야기다.

실력 있는 영화인 상당수가 OTT로 쏠리고 있는 현상 또한 한국 영화계엔 그림자다. 작가의 창의적인 목소리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OTT 전반의 분위기는 한국 영화 질 향상에 동맥경화 현상을 불러 올 수 있다. OTT가 배우 몸값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서 발생한 부작용도 크다. 배우 개런티 상승이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제작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 넷플릭스조차 한국 배우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일본 등의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는 이야기까지 항간에 나도는 걸 보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국제신문DB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는 사이 일본은 올해 6편의 장편 영화를 칸에 출품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눈여겨 볼 건 진출한 감독들의 면면인데 하야카와 치에, 후카다 고지, 이시카와 케이 등 대다수가 30·40대 젊은 창작자들이다. 일본 영화계의 세대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남긴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본은 변화가 느리다. 코로나19 전후로 OTT가 성장했을 때도 극장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으니 창작자들도 남았다. 한국은 창작자들이 OTT 제작 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영화 창작자들이 줄고 관객도 줄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볍게 흘려듣지 말아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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