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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정관박물관의 야외 전시장 모습이다.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답게 우리나라 삼국시대 마을을 재현해 두었다. |
‘부산엔 박물관이 몇 개나 있을까?’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32개 박물관이 있다. 국립이 2개(해양박물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부산박물관을 비롯한 공립 박물관이 8개, 개인·법인이 운영하는 사립이 9개, 대학 박물관이 5개, 미등록 박물관이 8개다. 미등록의 경우 전시 규모나 배치 인력, 유물 수 등이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하지 못한 곳인데, 일부 대학박물관과 부산박물관 산하 작은 규모 전시관이 이에 해당된다.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박물관이나 최근 새 단장해서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 그리고 ‘핫플’로 떠오른 영도에 자리 잡은 국립해양박물관 정도라면 아는 사람도, 가 본 사람도 많을테지만 이보다 규모가 작은 박물관의 경우엔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낯선 공간일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가봤다. 작지만 강한 ‘강소’ 박물관으로.
# 신석기 시대를 들여다보다
■ 동삼동패총전시관
부산시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남구 부산박물관을 제외하면 모두 특정한 유적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전시는 대부분 해당 유적·유물이 갖는 가치를 되짚고 그 유적이 만들어진 시대 전체를 훑어보는 형태로 구성되는데, 영도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동삼동패총전시관도 그중 하나다.
동삼동패총은 부울경 나아가 한반도 전체에서 손꼽히는 신석기 시대 유적지다. 1930년대부터 2006년까지 열 차례 이상 조사가 이뤄졌고, 1979년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전시관을 찾은 지난달 30일은 평일이었지만, 영도로 들어가는 길목은 꽤 막혔다. 국립해양박물관을 지나가니 그제서야 길이 한산해졌다. 동삼동패총전시관은 한국해양대 입구 바로 앞에 있어 찾기 어렵지는 않다. 전시는 크게 두 갈래인데, 우선 신석기시대 전체를 조망하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인 패총(조개무덤)을 자세히 들여다본 뒤 동삼동패총에 집중한다. 전시 규모는 자그마하지만 출토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어 꽤 매력적이다. 전시관 한 켠에 들어선 다섯 개 서랍을 열면 패총에서 출토된 동물뼈, 조개껍데기 등이 들어있는데, 손으로 슥슥 문질러 볼 수 있다. 동삼동패총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전시도 눈길을 끈다. 전시관의 백미는 의외로 밖에 있었다. 패총 유적은 대부분 바다 또는 강과 가까운 곳에 있다. 동삼동패총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는 작은 공원으로 바뀐 유적지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가 유명 해변 부럽지 않다. 전시관 아래에는 계단형 쉼터가 조성돼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피란수도 부산의 모든 것
■ 임시수도기념관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다. 원도심 곳곳에는 당시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는데, 그 가운데 임시수도기념관이 있다.
현재 임시수도기념관이라 불리는 이곳은 애초 경남도지사 관사로 건립됐으나 전쟁으로 부산이 피란 수도가 되면서 대통령 관저·집무실로 탈바꿈했다. 동서양 건축 양식이 적절하게 섞인 이 건물은 방문객 누구나 들어가 둘러볼 수 있다. 화장실부터 집무실 거실 회의실 등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바로 뒷편 전시실에서는 전쟁을 전후한 시기 대한민국, 그리고 부산의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피란살이 시절 판잣집, 피란민의 음식이었던 밀면, 당시 학교의 모습이 전시관 안에서 되살아난다. 기념관은 최근 종전 후부터 1963년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될 때 까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완해 전시실을 새롭게 꾸몄다. 오는 11월 30일까지는 고무신을 주제로 하는 기획전도 열린다. 전시에서는 고무신의 역사와 함께 사진가 정인성·정영모가 촬영한 고무신 신은 부산 사람들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건물 주변도 잘 꾸며놓아 산책로로 손색없다, 곳곳에 밀면과 같은 피란시절 먹거리, 부산을 뒤흔든 대형 화재 등을 담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내리막길 끝에 있는 동아대 석당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건물 역시 전쟁 당시 임시수도 정부청사였는데, 일대를 거닐다 보면 피란수도 부산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삼국시대 삶은 어땠을까
■ 정관박물관
2005년 초. 신도시 조성이 한창이던 부산 기장군 정관면 일대에 고고학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4~7세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삼국시대 마을 유적이 나왔다. 200동에 가까운 건물 터가 확인됐다. 국내 처음으로 삼국시대 목제신발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기도 했다. 바로 정관박물관의 시작이었다.
정관박물관은 정관읍 가동 유적과 기장읍 청강·대라리 유적 등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확인된 문화재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건립된 박물관이다.
‘전국 최초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으로서 당시 생활상을 실감 나게 재현한 점이 흥미롭다. 기장군 일대에서 발굴된 유물을 ▷음식 ▷생활 ▷집 ▷신앙 ▷무덤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실내 전시관을 보고 야외로 나가면 삼국시대 마을을 만난다. 집과 창고, 망루, 제사건물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시간여행에 빠져든다.
정관박물관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박물관 중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에 가장 진심인 곳이기도 하다. 취재를 위해 박물관을 찾아간 지난 1일에도 ‘소두방 어린이 도시 계획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는데 1층 강의실이 체험활동을 하는 아이들과 부모로 가득 들어찼다.
박물관 관계자는 “원래 정원은 12팀인데 신청이 많아 15팀씩 수업하고 있다”며 “주변 주민뿐만 아니라 부산 시내와 경남 등 멀리서도 온다”고 귀띔했다. 체험활동을 하고 실내외 박물관을 돌아본다면 한나절이 후딱이다.
# 옛 부산 중심, 동래를 가다
■ 복천박물관
동래구 복천박물관은 5세기께 조성된 부산 지배층 무덤인 복천동고분군이 발굴되면서 문을 열었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박물관 중에선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역사 숨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곳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박물관은 고분을 주제로 한 1전시실과 복천동고분군에 집중한 2전시실, 기획전시실로 나뉜다. 1전시실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삼한·삼국시대에 이르는 부산 고분 문화 전체를 훑는다. 복천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지방울과 말머리가리개, 연산동 고분군에서 확인된 오리 모양 토기 등 교과서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박물관 건물에서 길 건너 있는 야외 전시장이 매력적이다. 능선을 따라 조성된 고분군 주변을 걷다 보면 일대 전경이 펼쳐지는데, 능선 아래로 펼쳐진 도심 주택가를 보면 당시 지배층 지위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복천박물관은 주변 볼거리가 풍성하다. 박물관과 야외전시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 쪽으로 조금만 가면 동래읍성을 만난다. 성벽 따라 조성된 산책길은 평탄하다. 장영실 과학동산, 동래읍성 역사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쉼터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만약 동래읍성 역사를 더 알고 싶다면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을 들러보길 바란다. 2006년 수안교차로 지하에 역사를 짓는 과정에서 동래읍성 해자가 확인되면서 이목이 엄청나게 집중됐다. 부산교통공사는 역사 내에 당시 발굴된 동래읍성 성벽을 보존하고 출토 유물도 전시한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