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영화감독 겸 커뮤니티비프 예술감독을 떠올린 건, 그가 영화와 영상에 관해 잘 알고 여행과 관광에 관해 관심이 높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동석 주연 2018년 영화 ‘원더풀 고스트’를 만든 영화감독이니 영화·영상은 당연히 전문 분야다. 조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한 부문인 커뮤니티비프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커비’는부산 원도심에서 대중성과 참여도가 모두 높은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짜서 더 많은 관객이 체험하도록 내놓는 섹션이다. 부산을 찾는 여행자가 무엇을 원하고 그들 마음을 채우려면 뭣이 중한지, 그는 늘 궁리하고 고민한다.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는 별명이 ‘손반장’이다. 부산의 매력 요인을 찾고 연결해 여행 코스로 엮고 여행상품으로 기획하고 판매까지 하는 일이 그의 주된 업무 영역이다. 손반장은 ‘산복도로 이바구’(인디페이퍼)라는 책을 냈고 부산 원도심을 원천으로 하는 여행상품을 숱하게 기획했다. 그가 경영하는 부산여행특공대는 2023년 부산시·부산관광공사가 선정하는 ‘부산관광 스타기업’에 뽑혔다. 그 또한 부산 콘텐츠에 관한 공인된 전문가이다.
두 사람에게 연락해 “지난 19일 영도 바닷가에 인상 깊게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함께 체험해 보러 가자고 부탁했다. ‘알 만한’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두 전문가는 흔쾌히 요청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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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동삼동 아르떼뮤지엄 부산의 ‘STARRY BEACH’ 작품을 관람객이 체험하고 있다. 강렬한 밤바다 파도의 실감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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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도에 문 연 미디어아트 체험관
- 조원희 영화감독·손민수 여행사 대표
- 기술·예술·인문 아우르는 콘텐츠 관람
- 7m 높이 미디어 폭포에 낯선 청량감
- 파리 오르세미술관 온 듯 한 웅장함
- 부산갈매기 따라 흐르는 지역색까지
- “관객이 주인공 된 체험” “호기심 자극”
- 부산 관광 새 트렌드 자리잡기엔 충분
■알고 보니 또 하나의 K-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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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린 그림’을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는 라이브 스케치북. |
지난 2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아르떼뮤지엄 부산 입구에서 장수진 관장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유명하고 인기 높고 거대한 커피 공간 피아크 바로 옆 건물이다. 평일인 월요일 오후 시간대인데, 인파가 만만찮다.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다양한 미디어 기술 요소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의 융합으로 관객이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강렬하고 충만하게 체험하게 해주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공간이다. 장수진 관장의 설명을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점을 몇 가지 더 알게 됐다. 명칭만으론 ‘국적’이 잘 짐작이 안 갔는데, 아르떼뮤지엄은 한국 기업 ㈜디스트릭트코리아가 창안하고 가꾼 ‘작품’이다. 고난도 테크놀로지, 감각적인 콘텐츠, 인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세계관을 모두 갖춘 K-컬처의 새로운 첨병 같은 느낌으로 아르떼뮤지엄은 다가왔다.
앞서 2020년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 강릉에서 문을 열었고, 외국으로도 뻗어나가 홍콩, 청두, 라스베이거스, 두바이에도 진출했다. 부산은 국내 4번째, 세계 8번째 아르떼뮤지엄이다. 각 도시의 아르떼뮤지엄은 저마다 주제가 있다. 부산은 ‘써클(Circle·순환)이다. 그래서 건물 벽면에는 ARTE MUSEUM CIRCLE BUSAN이라고 써놓았다. 물론, 순환은 자연·생태·기후·지구··우주·생명과 이어진 주제다.
■감각의 무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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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고흐의 그림을 아르떼뮤지엄이 재해석해 표현한 영상 앞에서 관람객이 즐거워하고 있다. |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순환을 상징하는 둥근 ‘써클’을 거쳐 폭포(WATERFALL INFINITE)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 잠깐 사이에 일상의 익숙했던 감각은 날아가 버리고 뭔가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온 느낌이 강하게 왔다. “7m 높이에서 쏟아지는 웅장한 미디어 폭포”는 낯선 청량감을 선사했다. 이어진 꽃의 공간(FLOWER-ROSE)에서 감각은 다시 한번 요동쳤다. 아마 이곳 ‘플라워-로즈’는 인기가 매우 높을 것이다. 무수한 꽃에 휩싸이는 강렬한 시각 체험을 했다 싶었는데, 잠깐! 이 꽃 향기는? 장수진 관장이 “각 작품 공간마다 그에 맞는 향기가 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감각이 활짝 열린다. 무수한 장미 꽃송이 앞에서 관객이 연주할 수 있게 피아노를 가져다 놓은 공간도 있다.
그다음은 ‘토네이도’였다. 조원희 감독은 “이 방에선 한 시간도 계속 앉아 있을 수 있겠다”고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어둡고 고요한 공간 한복판에 바람이 일고 한 줄기 기체 기둥이 천천히 돌면서 위로 올라간다. 토네이도를 표현했다. 미련이 많은 듯한 조 감독을 이끌고 다음 공간으로 가자, 거기선 비가 내리고 있다. 진짜 물이다. 물의 촉감이 몸을 깨운다.
■‘오르세 원더(wonder)’ 그리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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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 ‘GARDEN-STARRY BUSAN’은 가수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비롯한 부산 노래와 함께 흘러간다. |
이렇게 얼음(ICE) 정글(JUNGLE) 해(SUN) 달(MOON)씨앗(SEED) 별밭 같은 바다(STARRY BEACH) 파도(WAVE) 등의 공간으로 ‘여행’은 줄곧 이어졌다. ‘얼음’ 공간은 얼음 질감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스크린이 평면이 아닌 일종의 입체로 이뤄졌다고 했다. 정글-해-달은 이어져 있다. 관객이 ‘라이브 스케치북’ 놀이를 즐긴 정글,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7m 깊이 입체 공간이어서 깊이감이 있는 태양, 실감 영상의 끝판왕인 파도 공간이 인상 깊었다.
“이제 들어서는 곳은 마지막 여정인데, 30분쯤 걸릴 것”이라고 장 관장이 안내했다. 30분? 이미 한 시간쯤 관람했는데? 이런 생각으로 들어선 가든(Garden)은 반드시 끝까지 모든 영상을 지켜봐야만 하는 곳이었다. 끝까지 안 보면? 후회한다. 그것도 크게! 진짜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우리 아르떼뮤지엄이 협약을 맺고 오르세 미술관의 저명한 소장품을, 아르떼뮤지엄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초대형 미디어 아트로 표현해, 새로운 차원과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장 관장은 “아르떼뮤지엄은 오르세 미술관과 이와 같은 협약을 맺은 유일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고흐의 강렬한 자화상과 풍경이 초대형 디지털 화면 속에서 숨 쉬고 움직였다. 오르세에 갔을 때 봤던 마네의 ‘양귀비꽃’을 여기서 보니, 디지털로 재현한 이 그림이 더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연결’이라는 과제
오르세소장품이 눈앞에서 생기 있게 꿈틀 꿈틀대는 모습을 인상 깊은 음악과 함께 감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음악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바뀌었고 ‘부산갈매기’가 뒤를 따랐으며 가수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 이어졌다. 감천문화마을, 부산 신항, 광안대교 등이 관람객을 압도하는 부산 영상이 펼쳐졌다. 아르떼뮤지엄 부산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작품 ‘STARRY BUSAN’이다.
한 시간을 가뿐히 넘긴 관람을 끝내고 아르떼 카페에 앉았다. 손민수 대표는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STARRY BUSAN 작품은 내용이 풍부하면서 균형 잡혀 있다. 앞으로 지역 관련 내용은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듯하다.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인상 깊은 공간“이라고 했다. 조원희 감독은 “국내외 전시회·미술관을 찾아서 많이 다닌다. 관객이 주인공이 되어 오롯히 뮤지엄을 ‘체험’했다. 이건 요즘 경향과 매우 잘 맞다. 승승장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더(wonder) 요소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좁게는 인근 피아크-국립해양박물관과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잇고 넓게는 영도의 관광 자산과 연계하며 접근성을 높이는 과제 또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