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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변태라니…복잡한 캐릭터 연기 힘들었죠”

영화 ‘그녀가 죽었다’ 변요한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5-22 18:17:1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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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 살인누명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 “까다로운 캐릭터 치밀하게 준비
-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애써”

- ‘삼식이 삼촌’서도 연기변신 시도
- “전혀 다른 장르, 좋은 평가 받길”

그가 출연하면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품 안에서 자신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꼭 필요한 연기로 빛나곤 한다. 배우 변요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데뷔 초반 여러 편의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이후 드라마 ‘미생’,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자산어보’, ‘한산: 용의 출현’ 등에서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이며 30대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에서 자신의 직업적 이점을 활용해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을 몰래 훔쳐보는 악취미가 있는 공인중개사 구정태 역을 맡은 변요한. 콘텐츠 지오 제공
변요한이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와 색다른 이야기를 지닌 영화 ‘그녀가 죽었다’(개봉 15일)로 관객과 또 한 번 만나고 있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가 자신이 관찰하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변요한은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남의 삶을 훔쳐보는 악취미를 가진 구정태를 묘한 느낌으로 연기했다.

개봉을 맞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자산어보’의 영화사 대표님이 제게 맞는 캐릭터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주셨다. 제가 당시 봤던 시나리오 중 가장 흥미로웠다. 독특한 캐릭터와 서스펜스에 끌렸고, 연기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김세휘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구정태 역에 변요한을 떠올렸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 감독님이 저를 독립영화 할 때부터 눈여겨봤다고 하더라. 그렇게 믿어주시니 그냥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재미있었던 구정태라는 인물이 막상 연기를 하려니 힘든 지점이 생겼다. 구정태는 친근하고 다정다감하지만 관음증을 지녔고, 심지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전리품처럼 물건을 챙겨 자신만의 공간에 전시도 하는 불편한 인물이다. 그런데 한소라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시체가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자로 누명을 쓰는 억울한 인물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시나리오를 봤을 땐 재미있었는데 막상 움직이려 하면 안 움직여지더라. 복잡하고 까다로운 캐릭터라서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제가 구정태한테 먹힐 것 같았다”며 “구정태의 관음증적 행동에 치우치면 변태로 가버리고, 그렇다고 누명 쓴 억울함에 치우치면 구정태를 옹호하거나 미화할 수 있어서 둘 사이에서 평정심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한 장면. 콘텐츠 지오 제공
변요한은 함께 연기하는 상대와 나누는 액션·리액션에서 힘을 받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한소라 역을 맡은 신혜선과 호흡을 맞췄다. 한소라 또한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구정태를 위기에 빠뜨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또 한 명의 빌런이 된다. 변요한은 영화 ‘하루’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신혜선에 대해 “(자신의) 여림을 인정하는 배우다. 정글에서 강해야지만 살아남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자신의 여림을 인정했을 때 누구도 절대 해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고 외유내강 모습을 칭찬했다.

변요한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연기하며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 이병헌, ‘자산어보’ 설경구, ‘한산’ 김윤석, 지난 15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송강호가 자극을 준 선배들이다. 변요한은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것을 배웠다. (연기를 하면서) 버리고, 끊는 것은 가장 심플한 것이지만 어렵기도 하다. 모든 신은 다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힘을 빼야 하는데 이제 그것을 좀 아는 것 같다”며 자기 연기뿐만 아니라 상대 연기를 위해 힘을 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음을 전했다.

한편 변요한은 송강호의 첫 드라마 출연으로 주목받는 ‘삼식이 삼촌’에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최고 엘리트이자 삼식이 삼촌(송강호)의 제안으로 야심 차게 국가재건사업을 준비하는 김산 역을 맡았다. 지난 15일 두 작품을 동시에 내놓은 그는 “하나(‘그녀가 죽었다’)는 몇 년 전 찍었고, 하나(‘삼식이 삼촌’)는 얼마 전 촬영이 끝났는데 두 작품을 같은 날 공개하게 됐다. 두 작품이 전혀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좋다.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솔직히 밝혔다.

올해 38세인 변요한은 빨리 40대가 되길 바랐다. 그는 “어릴 때 배우는 40대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 나이가 되면 제 모든 것이 들통난 상태에서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모습이 되지 못했다. 생각을 더 빨리 정리정돈해야 하고, 옳고 그름을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더 차가워져야 더 자유로워질 텐데, 그래서 저의 40대가 궁금하다”고 배우 변요한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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