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아트스페이스서 28일까지

삼대(三代) 모녀 작가가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종복의 작품 ‘언덕의 보리밭’.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오는 28일까지 김종복 정명화 장미송 작가의 ‘Herstory’ 전시를 개최한다.

원로 화가 김종복의 가족은 딸 정명화, 손녀 장미송이 그림을 그리는 미술 가문이다. 종종 부모·자녀가 미술로 함께 큰 성취를 거두지만, 3대 미술가 집안은 흔치 않다.

자연에서 얻은 감흥을 다채로운 색채와 강렬한 붓 터치로 구현하는 어머니 김종복,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화폭에 담는 딸 정명화, 테디 베어와 케이크를 소재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손녀 장미송. 세대를 달리하면서도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그녀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이 전시에는 세 작가의 작품 60여 점을 만나볼 수 있으며, 김종복의 신작 판화도 최초 공개된다.

‘산(山) 작가’로 알려진 김종복(1930~)은 국내 서양화 1세대 작가이다. 멈추지 않고 수시로 변화하는 자연을 포착하고 거기서 느낀 감각을 작품에 쏟아내면서 주로 산을 형상화하는 데 몰두했다.

작품 ‘실크로드’ ‘언덕의 보리밭’ ‘흰 구름’ 등 자유로운 터치와 색채로 펼쳐진 풍경은 색면추상 같지만, 완성된 전체는 어느새 이미지화되어 있다. 색을 겹겹이 올리는 과정을 통해 단순해 보이지만 조화롭고 탄탄한 화면을 구성한다.

딸 정명화(1959~)는 잔잔하게 흐르는 마음속 이야기를 때로는 과감한 때로는 섬세한 붓놀림으로 작품화한다. ‘내 그림은 마음의 풍경이다’는 작가의 말처럼 생활에서 느낀 행복감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도빌’ 시리즈는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도시 도빌의 파라솔을 주제로 그곳에서 느낀 편안함을 전한다. 여느 해변의 펼쳐진 파라솔이 아닌, 접혀있는 모습의 파라솔이 인상 깊다.

손녀 장미송(1989~)은 어린 시절 무한한 애정을 준 곰돌이 인형을 내세워 인생에서 잊고 지낸 소중한 가치에 대해 묻는다. 작가는 케이크, 테디 베어, 꽃 등의 소재가 가진 긍정성에 주목한다. 큰 주제이자 작품의 제목인 ‘Creme de la creme(크렘 드 라 크렘)’은 크림 중의 크림,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뜻으로 정상을 뜻하기도 한다. 겹겹이 쌓인 케이크 단면은 단계와 층, 달콤함을 상징하고, 테디 베어나 꽃은 소중한 가치를 나타내며, 다양한 색을 통해 생각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