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교자상’ ‘들여다 본 풍경’ 등 제목만 보면 정물화나 풍경화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전은숙 작가의 회화를 마주하면 처음엔 의아함이 인다.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붓 터치, 화려한 색감이 엉켜 대상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을 갖고 바라본다. 두루미 식물 등이 눈에 들어온다. 추상과 구상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묻어난다.

전은숙 작가 작품 ‘들여다 본 풍경’. 어컴퍼니 제공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는 전은숙 작가의 부산 첫 개인전 ‘파초(破草)’를 오는 17일까지 개최한다. 속도감 있는 붓질의 반복과 중첩, 원근감을 무시한 채 대상을 색으로 구분하는 일차원적 색면놀이가 작가의 특징. 화려한 색채로 구사하는 자유로운 터치와 비정형적 형태가 균형을 이루면서 새로운 감각과 조형성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선 페인팅과 드로잉 22점, 디너팔레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파초(破草)’는 조선시대 정조가 그린 ‘파초도(芭蕉圖)’에서 유래한다. 잎이 넓고 이국적인 파초를 소박하고 차분하게 표현한 그림이다.

전시장에는 회화작품과 함께 양은밥상이 놓여 있어 호기심을 일으킨다. 역동적 추상작품 디너팔레트 시리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양은밥상을 물감 팔레트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제주에 작업실이 있으며, 어컴퍼니가 제주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공간 오름’에서 2021년 ‘밥상과 팔레트’라는 제목의 전시를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