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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전 오묘한 미소, 생각의 우주 열린다…서울을 사유하러 떠나볼까

KTX 타고 당일치기 역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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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 6~7세기 삼국시대 반가사유상 2점 전시
- 건축가 최욱이 공간 설계해 감상 집중
- 전시실 입구엔 장-줄리앙 푸스 작품도

# 과거·미래 공존하는 도심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명소 8층 옥상정원
- 광화문부터 경복궁·청와대까지 한 눈에
- 서울역 앞 녹지로 꾸민 고가도로도 볼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북악산 북한산 능선과 함께 경복궁과 청와대 광화문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심연을 꿰뚫은 오묘한 미소인지, 번뇌를 보듬는 인자한 표정인지 알 수 없다. 1400여 년 전 삼국시대 제작된 ‘반가사유상’ 두 점을 실제로 마주한 첫인상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과 서울역 인근 서울로7017은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최근 서울 여행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을 소개한다.

■반가사유상 앞 ‘생각의 우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실 ‘사유의 방’에서 마주한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2층 상설 전시실에 조성된 ‘사유의 방’은 관람객이 오롯이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이 설계한 공간이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란 글귀와 함께 관람이 시작된다.

전시실 입구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 장-줄리앙 푸스의 뉴미디어아트 ‘순환’과 ‘등대’를 먼저 만났다. 끝없는 물질의 순환과 우주의 확장을 상징하는 ‘순환’은 파도 소리 같은 효과음과 함께 고체 액체 기체 등 각기 다른 물질을 미세한 크기에서 거대한 크기로 변화하며 사물 너머를 보도록 연출했다. 시각 효과와 소리는 마음속 오만 가지 감정을 일순간 요동치게 했다. 이 감정은 방황하는 영혼을 위한 희망의 불빛 ‘등대’를 지나는 동안 한 차례 정지해 순간을 향한 기대감으로 바뀐다.

미세하게 기울어진 벽과 바닥, 반짝이는 천장, 절제된 조명은 반가사유상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디테일의 극치다. 반가사유상은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가볍게 얹고 오른손을 뺨에 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반가사유상 3보 앞. 전시실 입구에서 소용돌이치던 오만 가지 감정이 순식간에 정지된 듯 차분해졌다.

2보 앞. 나조차 꺼내 보지 않은 심연을 모두 꿰뚫어 본 듯한 오묘한 미소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1보 앞. 번뇌를 이해하고 포용하듯 인자한 미소가 포착된다.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억겁의 평화가 모든 긴장감을 누그러트렸다. 마침내 반가사유상과 나 사이 고요한 생각의 우주가 열렸다고 확신했다. 반가사유상은 이 모든 과정을 짐작했다는 듯 미소 짓고 있다. 깊은 생각 끝에 도달하는 영원한 깨달음의 찰나를 포착한 듯 온화하면서도 위엄 있고 신비롭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반가사유상은 깊은 생각에 빠진 석가모니의 모습이면서 깨달음을 잠시 미루고 있는 수행자와 보살의 모습을 띤다.

두 반가사유상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제작 시기·표정·옷차림은 다르다. 전시실 왼쪽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 제작됐다. 날카로운 콧대와 또렷한 눈매, 화려한 장신구와 정제된 옷 주름이 특징이다.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오른쪽 반가사유상은 단순하고 절제된 양식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과 원형 목걸이가 간결하지만, 무릎 아래 옷 주름은 물결치듯 입체적으로 흘러내려서 역동적이다.

오른쪽 반가사유상(높이 90.8㎝)이 왼쪽(높이 81.5㎝)보다 10㎝ 가까이 크다. 반가사유상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심연의 우주를 유영해보자.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토요일은 밤 9시까지). 상설 전시는 무료 관람.
서울역 인근 24시간 개방되는 서울로7017 전경.
■도심 속 다채로운 서울 풍경

대한민국역사박물관(종로구)은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기록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이다. 어린이박물관 체험관 등 콘텐츠가 풍부하고 즐길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최근 이곳 8층 옥상정원이 색다른 서울 명소로 떠올랐다.

옥상정원 포토존에 서면 광화문 거리와 함께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이 품은 광화문 경복궁 청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국립고궁박물관, 오른쪽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보인다. 도심 풍경이 익숙한 서울에서 고전미가 물씬 드러나는 색다른 풍경이다.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곧바로 빌딩 숲이 이어진다.

하지만 광화문 거리 풍경은 어수선하다. 광화문 앞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전차 철로 일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임금과 백성의 소통 공간이자 돌난간인 월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땅속에 묻혀 있던 철로는 57년 만인 지난달 중순께 마침내 일반에 공개됐다. 월대 앞에는 조선 시대 정치기구인 의정부와 군사기관인 삼군부 등이 자리 잡은 육조대로가 이어져 있었으나 철로가 설치되며 상당 부분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차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서울역 인근 24시간 개방하는 ‘서울로7017’(중구)을 걸어도 좋다. 1970년 차량 길로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2017년 공중 보행로로 조성하며 7017이란 숫자를 붙였다. 공중 보행로와 녹지가 결합한 형태로, 서울 도심 빌딩과 기차가 오가는 서울역, 멀리 남산타워까지 내다보는 도심 전망대 역할도 한다. 보행로에는 장미 매실나무 앵두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서울로7017은 서소문역사공원 성지역사박물관 등 17개 길로 이어진다. 롯데아울렛 서울역점 4층 비상구로 연결된 서울옥상정원과도 통한다. 서울옥상정원과 서울로7017이 이어지는 지점인 열린 미술공간 ‘도킹서울’도 들러보자. 과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나만의 우주’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나선형을 따라 오르내리는 구조가 독특하다. ‘도킹서울’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 매주 월요일 휴무.


◇허기진 배를 달래줄 맛집

- 손기정이 단골로 찾던 100년 전통 ‘설농탕’
- BTS가 집밥처럼 즐긴 강남 백반집 ‘비빔밥’

이번 서울 여행에서 허락된 끼니는 단 두 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이문설농탕’과 전 세계 ‘아미’(BTS 팬클럽)의 성지 ‘유정식당’으로 엄선했다.

1904년 문을 연 ‘이문설농탕’의 설농탕.
이문설농탕(종로구)은 1904년 문을 연, 한국의 첫 음식점으로 공식 기재된 곳이다. 개업 때 사용하던 ‘설농탕’이란 이름을 지금도 유지한다. 큰 솥에 사골을 17시간 고아 기름을 제거하고 남은 뽀얗고 맑은 국물을 쓴다. 돼지국밥의 진한 육수에 길든 입맛이라면 국물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다른 양념 없이 사골만 넣고 끓인 설렁탕의 원형 격이다. 잘게 썬 파와 소금으로 간을 맞출 수 있다.

이 식당은 1949년 11월 4일 자 세로쓰기 시절부터 현대까지 여러 매체에 맛집으로 소개된 이력이 있다. 주먹으로 종로를 평정한 김두한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으며, 마라토너 손기정도 단골이었다고 전해진다.

BTS가 연습생 시절 자주 들린 ‘유정식당’의 흑돼지 돌솥비빔밥과 부대찌개.
강남구 논현동 ‘유정식당’은 여행가방을 든 외국인 관광객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 BTS가 한 방송에서 연습생 시절 자주 밥을 먹었다며 “엄마 손맛이 그리울 때 찾는 식당”이라고 밝히면서 전 세계 아미의 성지가 됐다.

식당 간판에는 ‘지리산황토골 토종 흑돼지’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았다. 평범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자마자 벽면과 천장에 빼곡히 붙은 BTS 사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저통 휴지케이스 냉장고 메뉴판에도 멤버 사진이 붙어 있다. 4인용 테이블을 일렬로 붙여 동선을 간소화했다. 해외 ‘아미’ 손님이 특히 많다. 이들은 대부분 ‘방탄비빔밥’으로 통하는 ‘흑돼지 돌솥비빔밥’을 주문한다. 식당 주인은 “방탄 하나요”라고 주방에 알린다. 간이 세지 않고 밑반찬도 맛있어 BTS가 말한 ‘집밥’의 의미를 직감으로 알게 된다. ‘방탄비빔밥’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된장국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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