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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열차에 몸 맡겨봐, 남해안 예술과 역사 펼쳐질테니…

부산엑스포 유치 염원 품고 달리는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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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주 열차 타고 알찬 1박2일 여행
- 하동 케이블카서 금오산 절경에 압도
- 남해 독일마을 이국적인 맛·풍경 즐겨
- 광주 亞문화전당 등선 5·18상처 마주

부산역부터 광주 송정역 277.7㎞를 잇는 남도해양열차(S-Train)를 타고 1박 2일 ‘남해안 해양관광’을 다녀왔다. 부산관광공사가 남해안 글로벌 해양관광벨트 활성화를 위해 팸투어를 마련한 게 이번 여행의 시작이 됐다. 남부권 관광 활성화를 통해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역량을 홍보한다는 대의도 열차에 실었다.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금오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 정상 한켠에서는 지리산에서 와 길을 잃은 아기 곰이 남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지난 11일 오전 8시 14분 부산역에서 S-Train 2525호를 탔다. 열차 외관은 남해 바다를 담은 푸른색 바탕에 넘실거리는 물결 무늬가 새겨져 남해안 여행의 시작을 실감하게 했다. 열차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 구포 물금 삼랑진 창원 마산을 지나 2시간여를 달려 정각 오전 10시 진주역에 도착했다.

■ 남해와 금오산 절경 한눈에

남도해양열차(S-Train) 모습.
진주역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자 녹차의 도시 ‘하동’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섬진강과 민족의 명산 지리산의 정기가 모여 만들어낸 고장. 하동 여행의 압권은 ‘플라이웨이 케이블카’였다. 맑은 날엔 청정 남해 바다의 한려해상과 함께 금오산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짙은 안개가 껴 실망하려던 찰나 케이블카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발밑으로 구름을 내려다볼 수 있는, 1년에 몇 번 없는 특별한 날입니다.”

정말 그 말이 맞았다. 2.6㎞ 케이블을 따라 금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1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압도됐다. 산봉우리 사이로 켜켜이 낀 흰 안개. 운해 사이로 머리만 조금씩 내민 봉긋한 형상. 섬인 듯 산인 듯. 바다인 듯 구름인 듯. 경계 없는 신비로운 풍경에 신선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노닐 것만 같았다. 여백과 여운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금오산에는 지리산에서 온 곰 두 마리와 얽힌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금오산 정상에서는 길 잃은 아기 곰이 드넓은 바다를 보며 아빠 곰을 기다리고 있다. 아기 곰을 찾아 지리산에서 금오산까지 온 아빠 곰은 남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멀어버렸다고 한다. 아기 곰이 있는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탁 트인 절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스카이워크가 나타난다. ‘꺅’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아시아 최장 길이(3420m) 집와이어가 운행 중이다. 해발 849m 금오산 정상에서 최고 시속 120㎞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짜릿함에 비명 같은 탄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남해 독일마을의 상징인 오렌지빛 지붕이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 파독 아픔 간직한 독일마을

하얀 벽과 오렌지빛 지붕. 그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이국 풍경을 자랑한다. 바로 남해 ‘독일마을’이 그곳이다. 해무로 쪽빛 바다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해 토박이라는 문화해설사는 “남해에서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신선이 내려온다고 믿는데, 여러분이 신선인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남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은 ‘독일마을’은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힘들고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1960년대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갔던 이들을 위해 조성된 마을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고국을 떠났던 이들은 수십 년이 지나 백발이 돼 돌아왔으나, 문화적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적응하지 못해 독일로 돌아간 사례도 많다고 한다.

글뤽아우프(살아서 돌아가자). 젊은 광부들은 지하 1200m 탄광에 들어가기 전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독일마을 한 켠에 자리한 ‘파독전시관’에서는 이국땅에서 청춘을 바쳤던 그들의 땀과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자 탄광을 재현한 동굴이 나타났다. 어두컴컴한 탄광 동굴을 지나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당시 삶을 낱낱이 담은 전시가 펼쳐졌다.

남해 독일마을에서 주문한 독일 생맥주 ‘마이셀 바이스’와 소시지, 유자빵, 유자주스.
2002년 독일마을 주택 입주가 시작된 후 20년 넘게 지난 현재 50여 채 주택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는 독일교포들이 거주하고, 나머지는 펜션이나 민박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마을의 또 다른 묘미는 ‘독일 생맥주’ 그리고 안주로 제격인 ‘독일식 소시지’다. 문화해설사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귓가에 남았다. “독일마을에서는 꼭 독일맥주와 소시지를 드셔보세요.” 외관에 이끌려 들어갔던 가게에서 독일 생맥주 ‘마이셀 바이스’와 소시지, 남해의 명물 유자빵·유자주스까지 모두 시켰다. 안개에 둘러싸인 주황빛 지붕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홀짝이니 정말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역사와 예술 깃든 ‘빛고을’

광주(光州)는 순우리말로 ‘빛고을’이다. 광주를 가장 잘 드러낸 건물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아닐까 싶다. 옛 전남도청 부지에 조성된 ACC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민주주의를 쟁취한 광주와 5·18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왕두 작가의 ‘승리’ 조형물이다. ‘빛의 숲’ 개념으로 설계된 ACC는 천장의 채광정을 통해 자연광을 끌어들여 실내를 환하게 비춘다. 다양한 전시도 열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내내 머물기에도 충분하다. 기자는 문화창조원에서 열린 전시 2개를 관람했다(박스 참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일빌딩 유리창 탄흔을 재현한 모습.
분수대 광장을 중심으로 ACC 맞은 편에는 ‘전일빌딩245’가 역사의 흔적을 새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일’은 전남일보가 있던 건물, 숫자 ‘245’는 5·18 당시 생긴 탄흔의 개수를 상징한다. 현재 건물의 9, 10층은 5·18 기념공간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건물 꼭대기인 10층의 바닥과 기둥에는 무수히 많은 총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동그란 탄흔 옆에는 245개의 번호를 매긴 노란 스티커가 붙었다. 1980년 5·18 당시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없었기에 245개의 탄흔은 계엄군의 헬기 공중 사격을 증명하는 흔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아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개최! 개최!” 팸투어 참가자들은 이번 여행 내내 이 구호를 함께 외쳤다. 관광업계 종사자, 인플루언서, 부산관광공사 직원 등 30여 명은 일정 내내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남부권 관광 활성화를 통해 엑스포 유치 역량을 홍보하고, 수도권에 대응할 관광상품을 꾸준히 개발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부산관광공사와 광주관광재단과의 남해안 해양관광벨트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도 마련됐다. 지난달에는 경남·전남관광재단과 협약을 맺었다. 부산관광공사는 남부권 관광재단 3곳과 힘을 합쳐 관광상품을 운영할 예정이다.


# 볼거리 가득, 광주 투어

- 비디오테이프 탑 등 곳곳 예술꽃 피었네

■ 아시아, 그 너머를 사유하는 시간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2관에서는 ‘사유정원, 사상 너머를 거닐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유교 불교 도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문화는 세상의 모든 요소가 순환한다는 ‘전일주의’에 기반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영원의 집 문턱에서’다. 어두운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샹들리에와 이를 비추는 조명. 양 옆에서는 흰 ‘안개링’이 분출되고 있다. 중앙을 향해 퍼져나간 ‘안개링’이 샹들리에를 만나면 또 다른 빛으로 변신한다. ‘안개링’의 움직임을 통해 물질의 근원인 기(氣)와 빛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공중으로 둥둥 떠다니는 ‘안개링’을 잡는 재미(?)도 전시의 즐길 거리 중 하나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 전시된 비디오 테이프 2만5000여 개.
■ 아날로그의 미학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서는 ACC시네마테크의 특별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과도기에 사라져버린 ‘비디오테이프’를 소환한다. 당시의 주옥 같은 비디오테이프 2만5000여 개를 끄집어내 추억을 되살린다.

■ 갤러리카페 ‘이이남스튜디오’

광주의 역사문화 거리인 양림동에는 갤러리카페로 유명한 ‘이이남스튜디오’가 있다. 건물 자체가 대형 전시관으로 꾸며진 이 곳은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시장 한 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도 있다. 커피 한 잔 값만 지불하면 전시까지 관람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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