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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첫 단독 주연…부조리한 세상에 날린 어퍼컷

영화 ‘카운트’의 진선규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2-22 19:40:3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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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올림픽 때 편파판정 논란
- 복싱 金 박시헌 실화 모티브
- “같은 진해 출신인데 처음 알아
- 만나니 서로 닮은 점 많았다”

- 선수였던 父 영향 복싱 오래 해
- 6개월 맹훈, 프로 권유받을 정도

‘대기만성형 배우’ 진선규가 첫 단독 주연 영화 ‘카운트’(개봉 22일)로 관객과 만났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은 그이기에 ‘카운트’는 의미를 더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진선규는 “솔직히 부담이 된다. 진짜 제 얼굴, 제 얼굴이 포스터에 크게 걸린 영화를 처음 개봉하는데, 너무 떨린다. 시사회 이후 호평이 많아 힘이 된다”고 첫 단독 주연 영화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영화 ‘카운트’에서 88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지만 지금은 선수 생활 은퇴 후 고향 진해에서 고등학교 선생이 된 박시헌 역을 맡은 진선규. CJ ENM 제공
88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고등학교 체육 교사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박 선수는 결승전에서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땄는데, 편파 판정 논란이 일며 대중은 그를 외면했다. 결국 그는 은퇴하고, 경남 진해에 있는 모교의 체육교사로 부임했다. ‘카운트’는 바로 이 시점부터 이야기를 진행한다.

실제 진해 출신인 진선규는 “대본을 받고 진해에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본을 보면서 박시헌 선생님의 모습이 진선규라고 해도 될 만큼 저의 생각과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비슷했다”며 박 선수를 만나 나눴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생님이 판정승 당시 자신이 진 것을 알고 있었는데 손이 올라가 의아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그때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정말로 사랑하는 복싱을 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리고 진짜 금메달을 손에 쥐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신다.” 진정한 금메달을 따기 위해 2016년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으며, 지금도 복싱 감독으로서 후진을 양성하는 박시헌의 모습은 진선규에게 큰 울림을 줬다.

‘카운트’를 촬영하기 위해 진선규는 복싱 훈련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고, 학창 시절 체육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던 그는 10년 전쯤 복싱을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살이 쪄서 복싱을 시작했는데, 관장님이 프로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할 정도였다”는 진선규는 “이번에 촬영 전부터 끝날 때까지 여섯 달 가까이 복싱 훈련을 했다. 촬영을 마치면 부근 체육관에서 연습했다”고 ‘카운트’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전했다.

영화 ‘카운트’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카운트’는 진선규의 단독 주연작이긴 하지만 복싱부 학생들을 비롯해 박시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아내와 교장 선생님 등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중요했다. 복싱부 학생들과는 복싱 훈련 뒤 맥주 한잔하면서 친해졌다. “고등학생 역이긴 해도 모두 성인이라 술을 마실 수 있어 좋았다. 말썽꾸러기 3인방 중 한 명은 촬영 당시 나이가 무려 서른아홉 살이었다. 그런데도 고등학생처럼 보여 ‘네가 동안 갑’이라고 말했다.”

단독 주연의 짐을 많이 나눠준 배우는 연극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교장 선생님 역의 고창석과 아내 역의 오나라였다. 진선규는 “두 분은 연극 시절 힘든 시기를 같이 겪은 동료다. 현장에서 ‘창석이 형, 나라 누나’ 하고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기댈 수 있었고, 힘들 때 다시 한번 심호흡할 수 있게 해줬다. 형과 누나가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며 탁 쳐주면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천군만마 같았던 두 배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진선규는 주연이 되면 단역들과 촬영 전에 리허설을 하며 대사를 맞추기로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것은 진선규를 세상에 알린 영화 ‘범죄도시’ 때 주연인 윤계상이 자신에게 해줬던 것이다. “단역이나 조연은 자신의 짧은 대사를 정말 열심히 준비해 온다. 저도 조단역 시절에 그랬지만 현장에서 긴장하기 마련이고, 촬영 전에 주인공과 대사를 맞춰보면 한결 긴장이 풀리면서 좋은 연기를 하게 된다”며 “주연이 되면 꼭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이 잘 어울리는 진선규다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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