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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퇴근하고플 때 이 한 잔…다채로운 풍미, 이름처럼 예술이네

부산 수제맥주 브루어리 ‘컬러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2-15 19:21:15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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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구 위치한 高도수 전문 양조장
- 최소 8주서 3개월 가량 공들여 숙성
- 재료 몰트 끓일 땐 무박 3일 매달려
- 시간·정성 들인 만큼 맛은 더 ‘그윽’

- 강기민 양조사 영화·책·음악서 영감
- ‘다섯시’ ‘윤슬’ 등 감성 이름도 눈길

풍미를 품은 수제맥주를 만드는 데는 보통 숙성까지 한두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통에 넣고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숙성한 뒤에야 세상에 나오는 맥주도 물론 있다. 시간이 담길 수록 맛은 더 그윽해진다. 맥주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짙게 익는다.

부산 금정구 수제맥주 브루어리 ‘컬러드’는 강기민 대표 겸 양조사(이하 강 대표)가 ‘한 잔을 마셔도 맛있는 맥주’를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맥주를 ‘빚는’ 고(高)도수 전문 맥주 양조장이다.
고(高)도수 전문 양조장 ‘컬러드’의 맥주를 잔에 담고 있다. 보통 한두 달이면 수제맥주가 완성되는 것과 달리 컬러드에서는 최소 8주~3개월 숙성 기간을 거친다. 시간 따라 맥주의 맛도 깊어져 컬러드 맥주는 마치 한 잔의 음식을 먹는 듯 다채롭고 깊은 맛을 낸다. 전민철 기자
■맥주 이름부터 ‘치밀’한 설계

컬러드에서 내는 맥주의 하나인 ‘윤슬’을 소개하는 글귀는 다음과 같다.

‘스치듯 고여 줘/ 어둡게 빛나 줘/ 눈동자에 머금었던/ 어느 흑백 영화 대사처럼/ 은은하게/ 또 조용하게’. 잔에 담겨 일렁이는 맥주의 빛깔을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에 대입했다.

퇴근하는 직장인이 가볍게 ‘한 잔’할 수 있도록 만든 블론드에일 ‘다섯 시’의 설명 문구는 다음과 같다.

‘그림자가 사라지고/ 네온사인이 길어지는/ 바람은 조금 날카로워졌고/ 피곤은 입에서 머물며 해갈되지 않는/ 귀가의 부지런함보다/ 일상을 퇴근하고픈’. 국문학을 전공한 강 대표가 직접 지은 이름과 설명들이다.

문학에서 길어올린 감성을 담은 감각적인 맥주의 이름 아래에는 친절한 맛의 나열이 이어진다. ‘다섯 시’는 시트러스/풍선껌/ 복숭아/ 크리스피/ 고소/ 가벼움/ 깔끔이라는 설명이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다.

‘윤슬’은 캐러멜/ 과숙바나나/ 무화과/ 건자두/ 빵/ 달달/ 부즈(알코올 향) 등으로 표기했다. 알코올 도수(ABV)나 쓴맛(IBU)의 수치만 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 처음 맥주를 접해보는 사람도 자기 취향을 떠올려가며 커피처럼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점이 좋다. 강 대표는 “제품 설명이 너무 간결하면, 처음 수제맥주를 접하는 사람은 맛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맥주에 대한 이미지와 설명을 최대한 상세히 곁들이려고 한다”고 취지를 말했다.
컬러드 매장 안쪽 양조장에서 강기민(왼쪽) 양조사와 백철홍 매니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강 대표는 보통 영화 책 음악 등에서 맥주와 관련한 영감을 얻는다. 맥주의 이름을 먼저 정하고, 이후부터 맛을 ‘설계’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컬러드의 시그니처 맥주인 ‘키즈리턴’은 일본 영화배우이자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동명의 영화에서 따왔다.

강 대표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뒤 만든 영화다. 10대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는데, 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상황과 맞물려 위안을 얻은 뒤 맥주의 이름으로 삼게 돼다”고 사연을 설명했다.

남미의 작곡가 호세 루이스 메를린의 회상조곡 1악장 ‘에보케이션’(Evocacin·상기 환기 초혼)을 듣고는 ‘음악을 맥주로 표현하면 무슨 맛일까’란 호기심이 생겨 기타리스트 최웅과 협업한 동명의 맥주를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에보케이션은 초콜릿을 그대로 녹인 듯 녹진하고 강렬한 맛이 쏟아져 인상 깊다.

■‘한 잔의 음식’처럼 다채롭게

테쿠(TEKU)잔에 담긴 컬러드 맥주. 테쿠잔은 맥주의 풍미를 즐기도록 돕는 좁은 입구와 얇은 유리 덕분에 맥주의 온도를 즉각 느낄 수 있다.
맥주 이름의 개성도 뚜렷하지만, 그보다 깊은 맛이 컬러드의 정체성을 확연히 보여준다.

매장 안쪽에 있는 양조장에서 강 대표는 때로 밤을 새우며 맥주에 매달린다. 고도수 전문 양조장답게 맥주의 숙성을 돕는 오크통에는 강 대표가 일일이 숙성 기간을 메모한 라벨이 붙어 있다. 그가 만든 맥주는 최소 8주에서 3개월가량 숙성을 거치며, 어떨 땐 반년을 넘길 때가 있다고 한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다섯시’의 경우 블론드에일인데도 이례적으로 60일간의 숙성을 거쳤을 정도다. 또 맥주의 재료인 몰트를 끓일 때도 보통 6시간에서 12시간 걸린다고 치면, 강 대표는 무박 3일간 몰트 끓이기에 매달릴 때도 있다고. 몰트를 오래 끓이면 맥주의 밀도가 높아져 맛도 한층 깊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컬러드에서는 한 잔만 마셔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다양한 풍미가 느껴진다. 강 대표가 처음 컬러드를 만들 때 내세운 철학도 ‘한 잔의 가치’였다. 그는 이 가치를 ‘기네스’에서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강 대표는 “2011년께 세계 일주를 1년간 다녀왔다. 이때 아일랜드 기네스 공장에서 마셨던 맥주가 너무 맛있어 충격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와 기네스처럼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독학으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짧은 주량’도 한몫했다. 그는 “양조사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웃으며 “그래서 한 잔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더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있는 피아노와 작은 무대는 언제나 고객에게 열려 있다. 바 테이블에서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간다. 여느 수제맥주 브루어리보다 한결 편안한 분위기다. 강 대표는 “시간과 정성을 품은 맥주를 만드는 만큼 오는 고객들도 컬러드와 함께 추억을 쌓았으면 한다”며 “사랑방 같은 브루어리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컬러드는 1주년을 앞두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근에서 영업한 브루펍 ‘벤스하버’가 컬러드의 전신이다. 컬러드에서는 맥주를 좋아하는 고객에게 일종의 멤버십 제도인 ‘배지’를 증정하는데, 이 배지가 있어야만 주문 가능한 맥주 2종도 있다. 주력 상품을 제외하고 1~2주 단위로 라인업이 바뀌며 강 대표가 엄선한 다른 브루어리의 맥주도 맛볼 수 있다.


# 수제맥주의 도시 부산

- ‘바닷가 양조장’ 와일드웨이브 송정서 영도로
- 고릴라-갈매기브루잉 협업 맥주 ‘대부’ 출시

와일드웨이브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영도 새 매장 모습.
와일드웨이브가 송정을 떠나 영도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무려 26개월의 숙성을 거쳐 탄생한 부산·대구 브루어리의 협업 맥주도 나왔다.

국내 최초 사우어 맥주 양조장인 ‘와일드웨이브’는 부산 해운대구 송정의 본점과 광안점을 모두 정리하고 영도에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와일드웨이브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준비 중인 새 매장의 일부를 공개했다. ‘바닷가 양조장’이란 별명에 걸맞게 탁 트인 영도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도점 오픈과 관련한 자세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 현재도 맥주 양조는 지속하고 있어서 지역 브루펍 등에서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맥주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 영도 오픈을 앞두고는 오는 19일까지 프랑스 가정식과 어울리는 맥주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팝업 매장 ‘브아쏭’을 운영하고 있다.

고릴라브루잉 갈매기브루잉 대도양조장 협업 맥주 ‘대부’.
브루어리 간 협업은 여전히 활발하다. 고릴라브루잉은 갈매기브루잉 대도양조장(대구)과 함께 시큼한 사우어 에일 ‘대부’를 합작해 최근 출시했다. 2020년 세 브루어리가 머리를 맞대 양조한 대부는 배럴에서 26개월 숙성을 거쳐 깊이가 남다르다. 강렬한 붉은빛에 이어 건포도 자두 라즈베리의 풍미가 톡 쏘는 신맛과 은은한 달콤함을 차례로 선사한다. 톡 쏘는 체다치즈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대부는 세 브루어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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