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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넘어 ‘갓성비’…주머니 가볍게 가는 부전시장 맛집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2-01 19:22:47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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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공공요금 폭탄에 장보기도 겁날 정도. 가격을 고쳐 쓴 식당 메뉴판에서 무섭게 오른 물가를 피부로 느낀다. 삭풍에 꽉 잠근 옷처럼 지갑도 닫게되는 요즘, ‘밥 먹으러’ 시장(市場)으로 가봤다. 넉넉한 인심에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까지 뜨스워진다. 그렇다고 (내 할머니가 생각날 법한) 인심 좋은 시장 할머니의 ‘손맛’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장도 많이 변했다. 분식부터 일식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착한 가격의 ‘가성비 맛집’을 찾아갔다가 진짜 ‘맛집’을 발견했다.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가성비’를 넘어 ‘갓성비 맛집’으로 소문난 세 곳을 찾았다.
경북식당의 부추굴전(왼쪽), 명란김밥의 명란김밥

★ 줄 서는 김밥집 명란김밥…명란·채썬 계란 가득한데 3000원 극강 가격

- SNS서 유명한 맛집, 오픈 한달만에 인기 폭발
- 시그니처 명란김밥 비롯 참치·소고기·땡초김밥 다양하게 잘 팔려

부전시장 명물로 떠오른 명란김밥은 한 달 전 설 명절을 앞두고 시장에 갔다가 발견한 곳이다. 꾸준히 15~20명씩 점포를 둘러싸고 줄 서 있는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로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이 중장년인 반면 이곳 김밥 대기줄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라 ‘맛집’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미 ‘부전시장 줄서는 김밥집’으로 SNS에서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는데, 한 달 뒤부터 갑자기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줄 서기 시작했다.

부전시장 명물로 떠오른 가게 ‘명란김밥’을 찾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역시 ‘명란김밥’이다. 가격은 3000원. 요즘 분식집 일반 김밥이 2500~3000원, 돈까스김밥이나 참치김밥 같은 스페셜김밥이 4500원 정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착하다. 재료를 푸짐하게 올려 한손으로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크기도 크다. 한 줄이면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해 보였지만, 추위에 10분 넘게 기다린 수고가 아까워 (다른 손님도 같은 이유인지 한 줄만 사는 경우는 드물었다) 명란김밥 땡초김밥 참치김밥 등 세 가지를 싸왔다.

먼저 명란김밥 단면의 첫인상은 경주 교리김밥을 떠올리게 한다. 가늘게 채친 계란지단이 듬뿍 들어가 있다. 여기에 우엉 당근 맛살 어묵 단무지 오이 등 고전적 재료와 ‘명란’이 자리해 있다. 밥은 형태만 잡아줄 정도로 얇게 깔았다. 한입 가득 입에 넣으면 달걀지단의 고소한 맛과 우엉의 달콤짭짤한 맛, 당근의 단맛 등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짭조름한 명란맛이 살짝 치고 나와 인상 깊다. 폭신폭신한 계란과 아삭아삭한 단무지, 오이가 어우러져 씹는 맛도 좋다. 그야말로 ‘갓성비’ 김밥이다.

땡초김밥과 참치김밥도 기대 이상이다. 참치김밥은 참치가 많이 들어가 개인적으론 조금 느끼했는데,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매운 땡초김밥과 함께 먹으니 딱 좋았다. 이 외에도 김밥메뉴로는 일반김밥 고추참치김밥 소고기김밥 돈까스김밥 등이 있다. 일반김밥 2500원, 나머지는 모두 3000원이다. 명란·땡초김밥을 많이 찾고 높은 연령대는 소고기김밥을, 젊은 사람은 고추참치(땡초+참치) 김밥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남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명란김밥을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최용헌 씨는 “우린 적게 남기고 많이 판다는 ‘박리다매’ 전략이다. 많이 팔려면 맛있어야 하니까 재료를 아낄 수 없다”며 “평일엔 1500줄, 주말엔 그 이상 팔리는데, 문 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 40년 넘은 터줏대감 맛집 경북식당…향긋한 굴전 맛보면 바로 단골

- 3대가 함께 장사, 이미 유명한 ‘낮술성지’
- 애주가 어르신도 많지만 젊은층 핫플로도 부상…많은 메뉴 고른 인기

부전시장 터줏대감 ‘경북식당’의 낙곱새(낙지·곱창·새우). 아낌없이 넣은 재료와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맛이 계속 생각난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낮술성지’로 통하는 경북식당은 45년 넘게 부전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 맛집이다. 부전시장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3대가 함께 장사하는 노포(老鋪)이다. 부전시장 안에서 지금 자리로 옮긴 건 15년 정도 됐다. 이곳의 하루는 매일 새벽 5시 싱싱한 식재료를 사고 다듬는 1대 할머니의 손길로 시작한다.

경북식당의 대표 메뉴는 쑥굴전(1만5000원)이다. 향긋한 쑥을 넣어 바삭하게 부친 전 위에 씨알 굵은 굴을 푸짐하게 얹은 뒤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낸다. 모양이 무너지지 않은 통통한 굴이 식욕을 당긴다. 쑥과 굴을 쓴 음식으로 굴쑥국도 있지만, 부침으로 먹는 건 색다르다. 평소 시장에서 파는 식재료로 여러 메뉴를 시도해본다는 2대 한수진 사장이 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 벽면엔 기존 메뉴판(이미 이곳에도 50여 개의 메뉴가 있다)에 없는 새 메뉴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경북식당의 육전
기자가 찾은 날은 하필 쑥이 떨어져 부추굴전이 대신 나왔다. 쑥을 가져오는 전라도 농장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겼는데, 다다음주부턴 정상적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부추전을 통통한 굴과 함께 집어 올려 양파간장에 찍어먹으면 은은한 부추향과 굴향이 입안을 감돈다. 바삭하게 구운 부침과 탱탱한 굴의 식감이 더해져 자꾸만 젓가락을 불렀다. 부침 특유의 기름맛이 부담스러워질 때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낮술성지’라는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쑥굴전 외에도 두부찌개 육전 낙지전골 등이 잘나간다.

경북식당은 나이 든 어르신도 많이 찾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시장 노포의 레트로한 감성에 맛까지 갖추면서 되레 ‘손주가 추천해서 와봤다’는 어르신이 부쩍 늘었다.

한 사장은 “요즘엔 동해선 타고 울산에서도 많이들 오신다. 변함없이 좋은 음식을 내어드리려고 하다 보니 손님들이 홍보를 많이 해준 거 같다”며 고마워했다.


민영활어공장의 민영초밥
★ 인천 백년가게 부산상륙 민영활어공장…싱싱한 재료 ‘만원의 행복’

- 광어 연어 참치 등 초밥 10개 세트 1만 원
- 부전시장 특화 초밥과 그날 좋은 생선으로 만든 ‘오마카세’도 인기

포장 초밥·활어회를 파는 민영활어공장은 인천의 연안부두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진 프랜차이즈이다. 40년 넘게 3대째 인천종합어시장에서 장사한 민영활어공장은 싱싱한 재료로 맛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전국 규모 프랜차이즈로 떠올랐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부전시장점은 수도권 외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낸 매장이다.

매대를 살펴보면 ‘단돈 만원의 행복, 민영 초밥’에 ‘BEST’가 붙어있다. 민영활어공장의 대표 메뉴다. 한 팩에 광어 연어 참치 초새우 계란 장어 유부 등을 얹은 초밥 10개가 꽉 들어차 있다. 부전시장이라 ‘부전초밥’(1만 원) 메뉴도 있다. 모듬초밥 특선초밥 사장님초밥 등 구성에 따라 1만1000~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그날 상태 좋은 식재료로 만드는 오마카세 초밥(14개)은 2만 원이다.

민영활어공장 부전시장점 매대 모습. ‘만원의 행복’ 민영초밥·부전초밥이 대표 메뉴이다.
베스트 메뉴라는 민영초밥을 사봤다. 간장과 와사비, 물만 부으면 뜨끈하게 먹을 수 있는 미소장국을 함께 챙겨준다. 민영활어공장이 자랑하는 것처럼 회가 신선하고 두툼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은 생선과 감칠맛 도는 밥의 조화가 잘 어울리다.

민영활어공장 부전시장점 조창현 총괄실장은 “좋은 횟감을 쓰는 건 물론 밥도 필요할 때마다 3㎏씩 자주 짓는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밥맛이 좋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메뉴는 오마카세 초밥이다. 가격이 좀 높지만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한다”고 추천했다.

부전시장 민영활어공장의 영업시간은 오후 6시까지. 대부분 그전에 상품은 모두 동난다고 한다. 오후 5시부터는 그날 남은 재료로만 초밥을 만드는데, 모든 메뉴 1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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