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죽음으로 몰아넣은 매국노
- 60년간 벼르다 복수하는 내용
- 80대 노인역 4시간 분장 애먹어
- 굽은 자세 오래 연기하다 보니
- 목디스크까지 얻어 고생 많았죠

수많은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 이성민이 80대 노인으로 변신하는 도전을 했다. 60년을 계획한 복수극을 다룬 영화 ‘리멤버’는 26일 개봉했다.

영화 ‘리멤버’에서 가족을 앗아간 친일파들에게 복수를 완성해야 하는 80대의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 역을 맡은 이성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검사외전’(2016)에서 이성민과 인연을 맺은 이일형 감독이 연출한 ‘리멤버’는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실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성민은 복수극의 퍼즐을 완성시키려는 필주 역을 맡아 80대 노인으로 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이야기가 좋았고, 이런 캐릭터도 할 만하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뭔가 화합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했다. 때마침 이 영화를 만나서 무의식적으로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성민의 말처럼 ‘리멤버’는 친일파에게 복수하려는 80대의 필주를 20대인 인규가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이 중요한 플롯이다. 그는 “다른 세대의 두 인물이 특정 시대를 바라보고 같이 기억하자는 것이 메시지인데, 관객이 ‘또 그 이야기냐’고 하지 않을까 우려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고, 치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현재의 젊은 세대가 공감해주길 바랐다.

50대인 이성민에게는 80대 노인이 되어 전체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숙제도 던져졌다. 그는 “80대 박근형 박병호 선생님과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분장을 해도 이질적이지 않아야 해서 감독과 분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처음에는 네 시간 정도 분장을 하다가 시행착오를 줄여서 나중에는 두 시간 만에 마쳤다”고 밝혔다. 특히 분장팀이 가장 애를 먹은 것은 이마의 주름이었다. 이성민이 나이에 비해 주름이 없어서 이마에 패치를 붙여야 했다. 그는 “촬영을 한 시간을 합쳐보니 총 150여 시간을 분장을 하고 지내야 했다. 분장을 하면 세수를 하고 아무것도 안 발라서 당길 때의 몇 배 더한 느낌을 받는다. 촬영이 끝나고 보니 없던 주름도 생겼다”며 웃었다.

‘리멤버’ 스틸컷.

분장과 함께 힘들었던 것은 움직임이었다. 80년 노인으로 액션을 해야 했기 때문에 걷는 자세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굽은 자세를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목디스크가 생기기도 했다. 이성민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을 한 것 같은데 촬영 중반쯤 목이 불편해지더라. 또 간단한 액션 장면에서도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움직여야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는 고생담도 전했다.

마지막 숙제는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영화 속 설정이다. 드라마 ‘기억’(2016)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역을 맡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그때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앓는 역이었는데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그래서 딱히 준비하진 않았고, 알츠하이머 환자인 친구 모친을 요양병원에서 뵌 적이 있는데 초점을 잃은 눈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후반부에 감옥에 있는 필주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리멤버’와 함께 그가 출연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도 공개된다. 또 다음 달에는 송중기와 함께 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도 방송된다. 말 그대로 열일하는 배우가 된 것이다. “연습한 시간까지 다 합치면 인생의 3분의 2를 내가 아닌 삶으로 살았던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고, 그의 옷을 입고 사는 것이 편했다”고 말하는 이성민. ‘천상 배우’라는 말이 그에게는 적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