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순에 ‘범죄도시2’ 관계자와 개봉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내년 설 시즌에 개봉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 개봉을 결정했을 때고, 화제작인 ‘비상선언’도 그때쯤 개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4월 말이나 5월 초에 개봉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3월은 비수기인데다 대통령선거가 있으니 그 이후에 개봉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범죄도시2’는 지난달 18일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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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외계+인’ 1부 포스터. CJ ENM 제공 |
‘범죄도시2’의 흥행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영화인들은 개봉일을 잘 잡았다고 말한다. 거리두기 제한도 풀리고, 영화관 취식도 허용되면서 팬데믹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기 시작한 그때 호쾌한 액션과 웃음을 함께 주는 ‘범죄도시2’가 개봉해 흥행이 더욱 잘 됐다는 것이다. 영화 개봉일은 개봉 두 달 전에는 정해진다고 볼 때 ‘범죄도시2’ 측이 이를 다 예측하진 못했을 터이니 천운이 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설 연휴에 개봉했다면 1000만은 고사하고 500만 관객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개봉일은 어떻게 정하게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영화의 성격과 계절, 사회 분위기나 이슈, 경쟁작의 개봉일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 된다. 대작 영화의 경우는 흥행 시즌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 중 주요 흥행 시즌은 크게 나눠 설 연휴, 여름, 추석 연휴, 연말 등 네 번 있다. 장르적으로 볼 때 설과 추석은 가족 코미디 영화, 여름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연말은 로맨스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틀은 많이 허물어졌다.
이중 여름은 시즌이 길고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뒤섞여 개봉하기 때문에 가장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대개 여름 대작들끼리는 2주 정도의 거리를 두고 개봉하는 것이 관례다. 앞서 ‘범죄도시2’가 5월 4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2주 차를 두고 개봉한 것처럼 말이다.
올여름의 경우 ‘탑건: 매버릭’이 6월 22일 개봉, ‘토르: 러브 앤 썬더’가 7월 6일 세계 동시 개봉을 확정 짓자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외계+인’ 1부는 2주 뒤인 20일로 개봉일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7월 말 개봉으로 발표했던 ‘한산: 용의 출현’이 고민에 빠졌다. 7월 27일에 개봉할지 아니면 한 주 뒤로 밀어서 8월 초에 개봉할지 고심하게 된 것이다. 1주 차로 개봉을 하면 관객이 겹치기 때문에 두 영화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8월 개봉인 ‘비상선언’과 ‘헌트’ 또한 ‘한산’의 개봉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한국 영화는 모두 200억 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로 6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개봉일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누가 가장 적기의 개봉일을 잡았을까? 올여름 영화 대전의 승자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