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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입문 한 달…검지의 통증 얻고야 ‘학교종(동요)’을 완주하다

기자가 직접 배워봤습니다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   입력 : 2022-05-25 19:19:07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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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부산국악원 성인 교육강좌
- 국악에 관심 높은 직장인·MZ 등
- 젊은 수강생이 고령층보다 많아 

- ‘반복학습’ 외에 왕도 없다는
- 조경화 강사의 강의 첫날 엄포

- 손가락 벌게지고 다리 저린데
- 강습 한 회마다 더하는 재미
- “중고 가야금 샀다”는 이도 생겨
- 이제 일상의 활력소로 자리잡아

지난해 11월부터 음악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5번 공연을 보러 간다. 연주자들의 혼신의 힘을 쏟는 연주를 볼 때마다 감동했다. 연주회의 감동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어떤 악기를 어디서 배울까. 여러 사항을 고려해 집과 가까운 국립부산국악원으로 정했다.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는 한 음악가의 말처럼 가야금이라는 신세계를 만났다.
국립부산국악원의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국악문화학교’는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다. 개설과목은 한국춤, 사물놀이, 가야금, 해금, 민요, 판소리, 반주법 등이다. 사진은 국립부산국악원 2층 강습실에서 매주 두 차례 진행되는 가야금 수업 모습. 김미희 기자
■MZ 세대도 가야금 매력에

국립부산국악원의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국악문화학교’는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다. 참가비는 10만 원. 선착순 접수는 아니다. 일단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거친다. 당첨자만 참가비를 입금한 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재수, 삼수 끝에 등록에 성공한 수강생이 있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투명 가림막을 비치했고, 수강생 정원은 기존 20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다행히 기자도 당첨됐다.

수업은 4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오후 7시~8시30분)에 진행 중이다.

첫 수업 때 깜짝 놀랐다. 수강생들이 예상보다 젊어서였다. 고백하자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사이에 나 홀로 30대 수강생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수강생 연령층은 30대부터 50대로 여성 9명, 남성 1명이었다. 대부분 퇴근 후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장인들. K팝 열풍을 타고 국악도 대중화되면서 국악에 관심을 두는 MZ세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야금의 연주 자세는 왼편 다리가 안으로 오른편 발이 왼편 다리 밑으로 들어가도록 앉는다. 악기 위치는 오른다리 무릎위에 올린다.
“가야금을 빨리 익히고 싶다면, 답은 한 가지입니다. 반복 학습. 요령은 없어요. 제일 중요한 건 손 터치가 커야 합니다. 크고 시원한 소리가 전달돼야 해요. 내 소리가 틀릴까 봐 멈칫하거나 주저하지 마세요. 손가락이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조금씩 자주 연습하면 손가락에 물집이 안 생겨요. 전통음악의 특징이 참을 인(忍)이에요. 일종의 수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손톱은 반드시 짧게 자르셔야 해요. 가야금 현을 뜯을 때 손톱 사이에 줄이 걸릴 수 있어요. 연주하다 보면 다리가 많이 저립니다. 참지 마시고 잠깐씩 다리를 뻗으시면 됩니다.” 조경화 가야금 강사의 첫날 공지사항이었다.

가야금은 신라시대 3현(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중 하나다. 서기 6세기 가야국의 가실왕이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나무판 위에 열두 줄을 얹어 타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수업에 사용하는 12현 산조 가야금은 5음(레 미 솔 라 시)으로 구성됐다. 줄 순서대로 하면 ‘레 솔 라 레 미 솔 라 시 레 미 솔 라’다. 손가락으로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낸다. 줄 받침대인 안족을 좌우로 움직여 음의 높낮이를 조율한다.
튕기는 주법(왼쪽), 그리고 검지(가운데)와 엄지로 뜯는 주법.
■한 달 배우니 동요 연주 가능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가야금의 연주 자세는 이렇다. 왼편 다리가 안으로 오른편 발이 왼편 다리 밑으로 들어가도록 앉는다. 봉미 쪽을 30도 각도로 비스듬히 놓고 가야금의 돌쾌 부분이 오른편 무릎 옆에 오도록 한다. 오른손은 현침을 따라 손가락 끝을 줄 위에 가볍게 놓는다. 손바닥의 날 부분은 현침에 항상 붙이고 연주해야 한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다.

가야금 세계의 입문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가야금 현을 실제로 만져보니 팽팽했다. 선생님 말씀처럼 수업이 끝난 뒤 검지 손가락은 항상 벌겋게 달아올랐다. 일부 수강생은 손가락에 밴드를 감았다. 다리가 저리는 것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한 자세로 연주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혈액 순환을 위해 수시로 다리를 뻗었다. 1시간이 넘게 연주하는 가야금 독주회가 끝난 뒤 커튼콜을 못 하는 이유는 “연주자의 다리에 쥐가 나서”라는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악보를 본 탓에 오선지 위의 음표를 보고 가야금 줄을 찾는 것부터 익숙지 않았다. 음표 아래에 연필로 계이름을 일일이 적었다. 초보자의 경우 오른손 운지법을 제대로 익히는 데만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왼손으로 줄을 짚어 여러 음을 내는 ‘농현’은 초보자에겐 아직 어려운 주법이다. 악보에 있는 오른손 연습곡을 차례로 반복해서 연습했다. 업무 때문에 몇 번 결석한 경우도 있었지만,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번 수업을 빠지면 진도를 따라잡기 버거웠다.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연주하는 재미가 생겼다. 스트레스 해소와 명상 효과도 있었다. 가야금 수업이 기다려질 정도로 일상의 활력소가 됐다. 가야금을 배운 지 한 달 정도 되니 ‘학교 종’ ‘짝자꿍’ 같은 동요를 연주할 수 있다.

수강생 박성섭 씨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가야금 연주를 본 뒤 가야금의 매력에 빠졌다”면서 “중고 가야금을 구입해 집에서 혼자 꾸준히 연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김경희 씨는 “연주할 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음이 틀린다”면서 “한음 한음 연주에 집중하면 복잡한 생각이 안 들어서 좋다”고 가야금의 매력을 말했다.

■올해 말 연수센터 완공 예정

국립부산국악원은 155억 원을 투입해 앞마당 부지에 오는 12월 완공 목표로(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 연수센터를 짓고 있다. 이곳은 전통 문화예술의 생활화를 위한 국악 체험과 교육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영남 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예술 연수센터로 국내외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국립부산국악원 지서해 학예연구사는 “연수센터가 개관하면 강습실 총 8곳이 있고, 수준별 수업 개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관광객 맞춤형 프로그램, 국악원 공연을 연계한 국악 체험, 청소년·어린이·가족 대상 맞춤 프로그램, 전문가(국악인·교원·공무원·CEO 등)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 기반·수요자 중심의 국악 교육을 중점적으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영화의전당 등 문화기관, 문예아카데미 강좌 운영

일상에서도 누구나 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부산지역 문화기관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재)영화의전당은 올해 예술 아카데미를 새롭게 신설했다. 올해 개설된 강좌는 ▷성악 및 합창 ▷무용 ▷기악 ▷지휘법 클래스 ▷음악 강연 등 12개로 구성됐다. 기존 영화 아카데미에서 한발 나아가 공연 예술 장르를 다뤘다. 현재 선착순으로 정규 1학기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각 강좌 개강 전날까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www.dureraum.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수업은 영화의전당 내 리허설룸, 강의실 등에서 진행된다. 수강료는 4만 원부터 32만 원까지 강좌별로 다르다. 강좌별 운영 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문화회관 프리미엄 발레.
(재)부산문화회관 문화예술 아카데미는 가야금 거문고 첼로 해금 발레 등 다채로운 강좌를 부산시립예술단원과 지역의 우수한 강사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강좌가 있다.

사진작가 쁘리야 김의 ‘사진은 예술이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다음 달 7일부터 매주 화요일 총 4차례 열린다. 사진의 기본 개념부터 좋은 사진을 찍는 법, 다양한 예술 사진을 함께 살펴보며 사진에 대한 안목과 나만의 촬영 스타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전원경의 아트살롱(그림콘서트)’의 ‘로마의 여름 햇살’은 오는 7월 13일 다시 열린다. 도시의 예술문화와 작품탄생 배경, 역사적 사건 등 알기 쉬운 해설과 함께 미술 작품·연주 감상을 통해 세계의 도시로 예술여행을 떠난다. 수강 신청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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