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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를 건너니 심장이 철렁…숲 아래 걸으니 마음이 일렁

스릴과 힐링 동시에 강원도 원주여행

  • 서상균 기자 seoseo@kookje.co.kr
  •  |   입력 : 2022-05-04 19:24:21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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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 국립공원 ‘명품 소나무’ 황작목 숲길
- 마스크에 답답한 마음 피톤치드 샤워 힐링
- 구룡사 용·거북의 전설, 꿩 설화 신묘함 더해

-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예술의 산 ‘뮤지엄산’
- 독특한 콘셉트인 붉은 설치 미술품이 반겨

- 섬강이 감싸고 소금산·간현산 잇는 그랜드밸리
- 빼어난 절경에 반한 송강 정철 관동별곡 지어
- 아찔한 출렁다리·울렁다리·스카이타워 즐기길

풍경은 보채지 않는다. 강원도 원주가 그렇다. 산은 숲을 품고 나무는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다. 다가간 만큼 슬그머니 자리를 내준다. 넓게 트인 벌판이라 강원도 중심 땅. 초록 머금은 숲과 봉우리를 이어가며 원주가 뽐내는 핫플레이스를 둘러봤다. 계곡물은 봄이었다가 여름이 섞인 날씨를 담아 흐른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길은 사람과 산과 강을 잇는다. 소금산의 ‘출렁다리(왼쪽)’를 건너 ‘잔도’를 지나면 간현산으로 연결되는 ‘울렁다리’(오른쪽)를 만난다.
■전설 어우러진 치악산 황장목 숲길

치악산 소나무는 황장목으로 불린다. 나무 속 빛깔이 노랗고 목질이 좋아 옛부터 왕실과 궁궐을 짓는데 올릴 정도로 명품이다. 임금의 관은 원주의 옻칠 황장목을 썼다. 그래서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금지표석을 세운다. 구룡사로 올라가는 입구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 새긴 경계석이 이를 증명한다. 전국 60곳의 황장목 자생지 중 치악산에만 3개의 황장금표가 있다. 그만큼 황장목이 울창했다.

스카이타워 전망대 아래로 삼산천이 흐르고 폐선 된 중앙선 철로가 이어져있다.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 공사도 한창이어서 이어짐은 계속된다.
식물분류학에서는 백두대간 산악지대의 질 좋은 소나무를 금강송이라 이른다. 그러나 금강송은 일제 강점기 산림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1882∼1976)가 붙인 이름. 그래서 금강송을 황장목으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원주서는 활발하다.

치악산 국립공원의 숲길이 시작되자 맑은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고 산세가 수려하다. 내딛는 걸음이 기운차진다. 치악산은 머리로 종을 쳐 은혜 갚은 꿩의 설화을 기려 ‘꿩 치(雉)’ 자를 쓴다.

신라 의상이 창건한 구룡사는 아홉 마리의 용과 거북의 설화를 더해 이야기가 풍성한 곳. 숲길 들머리의 다리엔 용과 거북형상이 기운차게 조각돼 있다. 꿩과 거북과 용의 신묘함이 치악산의 역사를 더욱 채워준다. 수령 200년이 넘은 구룡사 은행나무는 세월을 견디고 단정하게 서서 천년절집임을 알린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인지라 걷는 부담은 덜하다. 흙길은 보드랍고 신록은 계절감을 더한다.

빼곡한 소나무와 전나무가 반갑다며 피톤치드를 잔뜩 뿜어준다. 마스크로 답답해진 호흡기가 신선함으로 채워진다. 이런 호사가 없다. 신작로 같은 넓은 산길의 좌우엔 아득한 높이의 곧게 뻗은 전나가 빽빽하다. 볕과 그늘, 바람과 구름을 더한 숲길은 더욱 운치를 더했고 나무들도 가지를 흔들며 반긴다. 그 옛날 화전의 흔적이 사이사이 보인다. 설화와 전설이 보태지고 더해져서 숲이 되고 산을 품어 휘감고 있다.

■소통을 위한 단절, 뮤지엄산

치악산 황장목길의 전나무군락지.
건축은 무엇을 품고 담아야 할까. ‘뮤지엄산(Museum SAN)’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는 ‘산’을 통해 보여준다.

지정면 오크밸리길에 있는 뮤지엄산(Museum SAN)은 예술의 산이다. Space, Art, Nature의 머릿글자로 이루어졌지만 야트막한 산이 먼저 반긴다. 바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 하기 좋은 공간이다. 한솔문화재단이 만든 사립 박물관으로 안도 다다오 특유의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외관도 빼어나지만 내부의 구성 콘텐츠도 만만치 않다. 자작나무와 붉은 패랭이꽃과 독특한 콘셉트의 붉은 설치미술품이 유별하니 별천지라 이를 만하다. 제지 회사답게 종이박물관의 전시도 볼만하고,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솜씨도 보여준다. 근현대 한국화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이 이인희 고문의 컬렉션인 청조갤러리에 작품을 걸었다. 이쾌대 박고석 이중섭 등. 이대원의 ‘국화(1962년)’ 앞에 서자 폭포처럼 꽃들이 쏟아진다.

신라의 고분군에서 따온 스톤마운트의 우아한 곡선을 어디서 또 견주랴.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했던가. 저마다 눈과 마음에 담고도 모자라 연신 카메라에도 담는다. 스톤가든에서의 명상으로 마음을 비워내면 일상을 분주하게 내딛는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시각예술가인 제임스 터렐이 보여주는 빛과 어둠의 세계는 탄성이 절로 난다. 네 곳의 동선으로 구성된 전시관은 잠시나마 사색에 빠지게한다. 빛의 착시 어둠의 반전. 문명이 풍요로워 지면서 어둠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경이를 선사한다. 체험전시의 입장료와 시간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비워내고 담아내는 오묘함이 건축을 통해 재현한다. 빛이 그립거든 여기를 권한다. 빛은 없건만 빛이 넘친다.

■섬강이 어듸메오 치악이 여귄가

알랙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 너머 ‘물의 정원’과 뮤지엄산 본관.
‘흑수로 돌아드니 섬강은 어듸메오 치악이 여긔로다’

선조13년 관찰사 송강은 부임지 원주에 들어서며 절경에 반해 노래를 지었다. 관동별곡이다. 흑수는 지금의 경기도 여주를 가리킨다. 남한강 지류인 섬강은 소금산(343m)과 간현산(386m)을 잇는 그랜드밸리를 감싼다.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절경이다. 간현산은 ‘산세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기를 멈추고 머무른 고개’라 해서 간현산이라 불리운다. 조선 청백리 간옹(艮翁) 이희가 이름짓고 살며 자신의 호도 지었다.

그랜드밸리는 강과 내, 산과 벼랑을 끼워 만들어낸 비경지다. 많은 이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출렁다리’와 ‘울렁다리’ 그리고 절벽의 잔도 때문이다. 2018년 개통한 길이 200m 폭 1.5m의 소금산 ‘출렁다리’는 격자모양의 강철인 스틸그레이팅 바닥으로 인해 걷는 아찔함을 더한다. 100m 아래를 차마 내려다보지 못했다. 걸음마다 다리가 ‘출렁’거렸고 마음은 ‘아찔’했다. 소금산 꼭대기 아래 절벽을 따라 끼고도는 225m 높이 353m 길이의 소금잔도가 이어져 아슬아슬함이 멈출 줄 몰랐다. 150미터 높이의 스카이타워에서는 간현관광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타워를 휘감아 내려오면 두 배로 마음이 울렁거리는 ‘울렁다리’가 건너편 간현산을 연결한다. 길이 404m 폭 2m로 국내 산악보도교중 가장 높고 길다. 올해 1월 개통했다. 현기증 나는 걸음이라 조심조심인데 노익장을 과시하며 기운차게 걷는 이도 있다. ‘울렁’거림 아래 강물은 백사장을 끼고 무심하게 흐른다.

자연이 빚어낸 풍경사이로 사람은 기어코 길을 낸다. 물 위와 땅 위, 산 위 뿐만 아니라 공중에도 낸다. 이어진 길을 따라 사람들은 수월하게 자연 속으로 드나든다.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뫼와 봉우리의 생채기는 그 대가다. 땅으로 내려와 올려다 본 ‘출렁다리’와 ‘울렁다리’는 가느다란 선처럼 이어져 멋진 풍광이 된다. 임무를 다한 중앙선 폐선로 위로 열차대신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섬강철교 교각의 기둥에 보일락 말락 빛바랜 구호는 냉전시대 남북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언 해준다. ‘때려잡자 김일성’. 이달부터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입장료는 대인기준 9000원으로 올랐다.

■구황작물로 잇는 원주와 부산의 인연

황장목의 도벌을 막기위해 바위에 새긴 황장금표.
조선백성은 보릿고개를 넘나들었고, 필사적으로 끼니를 마련해야 했다. 원주와 부산은 조선의 기근을 해결하는데 한몫을 제대로 한 고장이다. 1763년 통신사로 일본에 간 원주 간현 출신의 조엄은 고구마를 처음 들여온 이다. 대마도의 고구마 종자를 시험 삼아 심은 곳은 부산이었다. 원주엔 조엄묘역이 있고 조엄로라는 길을 갖추고 기린다. 1820년대 무렵엔 감자가 들어왔고 원주에서 처음으로 재배했다. 구황식물의 시배지로 부산과 원주는 이렇게 이어진다. 감자옹심이로 만든 칼국수가 유명한 이유다. 관설동의 신촌막국수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원주의 산에는 참나무가 많다. 동행한 정태진문화관광해설사는 열정적인 설명으로 듣는 이를 감탄하게 했는데 나무해설도 겸해서 원주여행의 운치를 더했다. 구룡사의 대부분은 졸참나무이고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는 도토리라 상수리나무로도 불리며 방부제 역할을 하는 떡갈나무, 코르크마개로 쓰이는 굴참나무가 많은 탓에 ‘오크밸리’ ‘참나무골’ 이라는 이름들이 자연스레 연결됐다. 투어를 기획한 새영남여행사 정경해대표는 ‘비경에 설레이며 정중동이 함께하는 곳’이라며 추켜세웠다. 느리고 여유롭게, 보채지 않은 원주다.

취재지원= 원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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