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더 배트맨’ 우리시대 공포의 실체를 마주하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03-30 19:06:32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밤의 도심을 누비는 자경단원의 활약상은 여러 차례 감독과 배우를 바꿔가며 리메이크되어왔다. 배트맨의 소환을 요구하는 인기의 이면에 깔린 건, 통제되지 않는 범죄와 불안한 정치상, 그리고 도시를 살아가는 대중의 심리에 깔린 근본적인 무력감이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 컷.
‘배트맨‘(1989)에서 치안력의 공백을 메워줄 초법적 무력의 역할을 위임받았던 배트맨은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는 범죄를 넘어 테러리즘에 맞선다. ‘다크 나이트’(2008)에서는 세계금융위기 직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과 혼란에 빠진 현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다시 말해 배트맨은 피폐하고 어두운 현대 사회의 전망을 투영한 존재다. 그리고 ‘더 배트맨’(2022)은 우리 시대 공포의 실체와 조우하고자 암흑의 심연으로 걸어 들어간다.

맷 리브스는 과거 누아르 영화의 기품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더 배트맨’에 임한다. 탐정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부패상을 발견한다는 큰 그림은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1974), 마찬가지로 수사극인 동시에 조명을 억제해 침울하리만치 어둡게 가라앉은 화면의 톤, 범죄를 과시하는 악역의 행적은 데이비드 핀처의 ‘세븐’(1995)과 ‘조디악’(2007), 사회부적응자이면서 스스로를 영웅으로 여기는 리들러의 과대망상증적 성격은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1976)에 나오는 트래비스를 상기시킨다.

“나는 복수다”라 외치는 말마따나 배트맨은 타오르는 복수심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자를 사냥하고 다닌다. 얄궂게도 이 대사는 리들러의 계획에 가담한 패거리의 입을 통해 그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더 배트맨’의 핵심은 주인공과 악역 간에 공유하는 상호유사성, 그럼에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계급적 대립항의 설정에 있다. 브루스 웨인과 리들러는 고아의 처지로 고독한 삶을 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자는 대저택에 사는 현대 자본주의의 귀족이며 후자는 사회에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골방에서 범죄에 골몰하는 아웃사이더이다.

둘 다 같은 동기를 공유하지만 배트맨의 복수가 부모를 살해하고 치안을 어지럽히는 밑바닥을 향해있다면, 반면 리들러의 복수는 주류 질서와 상류 계급을 향해있다. 비슷한 동기에 전혀 다른 계급성이라는 이 모순된 대립 구도의 치열함은 면회실 대면 시퀀스에서 극에 달한다. 시각적 개방과 물리적 차단. 구로사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1963)에서 가져왔음이 명백한 이 대목에서 둘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지만,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주의자와 체제 전복을 도모하는 테러리스트라는 입장의 차이, 소통의 불가능성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러한 파국의 이면에는 재개발 이권을 둘러싼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주의 발전의 과실을 누리는 상부와 그로부터 소외되고 희생된 하부. 건널 수 없는 깊고 넓은 골이 그 사이에 패여 있다. 정반대의 양극단으로 쪼개진 세계의 분열상. ‘복수’는 답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정의’인 것이다. ‘더 배트맨’은 아버지 세대로 표상되는 기성 질서의 실패를 짊어진 아들 세대 간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맷 리브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놀란이 부자의 자선으로 봉합해버렸던 현실의 균열을 포착하고 극의 중심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점차 무력해져 가는 민주주의 체제의 황혼, 혐오와 폭력의 근원인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시대의 우울한 풍경을 장르에 투영해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3. 3이탈리아어과 교수가 부산을 사랑하는 법?…"세계박람회 유치 기원해요"
  4. 4교통신호 체계 현장사정에 맞게 탄력적 운영 어떨까
  5. 5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6. 6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7. 7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또 무산…정부 "제도 개선할 것"
  8. 829일 아침까지 내륙 짙은 안개... 귀성길 교통안전 유의
  9. 9산업부 "IEA 회원국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공조 강화"
  10. 10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1. 1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2. 2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3. 3연휴 첫날 인천공항 찾은 윤 대통령, "수출 수입 더 늘려야"
  4. 4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5. 5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6. 6구속 피했지만 기소 확실시…李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7. 7北, 핵무력정책 최고법에 적었다…‘미국의 적’과 연대 의지도
  8. 8국힘 ‘여론역풍’ 비상…민주 공세 막을 대응책 고심
  9. 9위증교사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李 방어권에 힘 실어
  10. 10여야,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내달 6일 표결키로
  1. 1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2. 2한국, 세계국채지수 편입 또 무산…정부 "제도 개선할 것"
  3. 3산업부 "IEA 회원국과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공조 강화"
  4. 4명절 때 더 심해지는 층간소음 갈등… 작년 추석 연휴 3일간 339건 경찰 신고
  5. 5식지 않는 위스키 인기…올해 1~8월 韓 수입량 40% 급증
  6. 6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7. 7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8. 8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9. 9‘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10. 10부산지역 백화점 추석 연휴 교차 휴점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3. 3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4. 429일 아침까지 내륙 짙은 안개... 귀성길 교통안전 유의
  5. 5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6. 6[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7. 7백신 피해 중증자·유족 "정부 대책 잔꾀에 참담"…추석 뒤 국감 '大성토' 예고
  8. 8부산대, 글로벌 세계대학평가 상승세
  9. 9부산시 생활임금 심의 투명성 높인다
  10. 10[영상]'명절 연휴가 무서워요', 거리에 유기되는 반려동물들
  1. 1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2. 2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3. 3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4. 4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5. 5‘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6. 6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7. 7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8. 8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9. 9북한, 사격 여자 러닝타깃 단체전서 대회 첫 금메달
  10. 10NC 손아섭, KBO 역대 2번째 통산 2400안타!
우리은행
유소년 축구클럽 정복기
수준별 맞춤형 훈련 통해 선수부 ‘진급시스템’ 운영
유소년 축구클럽 정복기
개인 기량 강화로 4번이나 우승…내년 엘리트 클럽 승격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