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 이후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말을 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지난 설 이후 영화계는 이전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
|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 충격을 준 ‘해적: 도깨비 깃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설 연휴 이전만 해도 영화계는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700만 관객을 돌파해 영화만 재미있다면 코로나19를 뚫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에 개봉한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면 차례로 기대작을 개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기대를 했던 것일까. 황금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설 연휴 5일이 있었음에도 지난 22일까지 제작비 250억 원의 ‘해적: 도깨비 깃발’은 128만 명, 120억 원을 들인 ‘킹메이커’는 75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 수치는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턱없이 모자란 흥행 성적으로 영화계는 충격에 빠졌다. 오미크론 쇼크까지 겹치며 대작 한국 영화의 개봉은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현재 분위기 속에서 개봉했다가는 큰 손해만 보고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불안감이 메이저 투자배급사에 팽배한 것이다.
2월에서 4월까지 개봉일을 확정한 한국 상업영화는 다음 달 9일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다음 달 23일 정우 주연의 ‘뜨거운 피’ 정도다. 두 작품에게는 미안하지만, 유례없는 영화관 불황 속에서 소위 대박을 기대하는 영화로 보기 힘들다. 이러니 올 봄에 영화관에서 볼만한 한국 영화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1년 넘게 개봉을 연기해온 기대작 중 일부는 OTT행을 엿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기대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개봉을 못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영화 적체만 계속되면서 창작 제작 배급 상영이라는 영화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깨져 한국 영화산업 전체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2일 503명의 영화인들이 정부와 각 당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한국 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이 제안한 비상 정책은 ▷붕괴된 영화산업 복원을 위한 긴급예산 편성 ▷프랑스식 자동 선별 지원체계를 도입해 창작 제작 배급 상영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스크린독과점 규제 및 홀드백 제도 정착 ▷중소기업 지원자금의 대기업 사용금지 등이다. 위기의 영화인들에게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추켜세우며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어떤 응답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