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정우 먹방 찍고, 황정민 “브라더” 외치던 그 중국집은 여기

부산 삶 그리고 사람들- 스크린 속 중화요리집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2-01-26 19:40:3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속 부산의 중국 음식점 3곳을 다녀왔다. 세 곳은 모두 화교가 운영하고, 배달은 하지 않는다. 오래되고 중국 현지 느낌의 이국적인 매장 분위기, 주방장이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영화가 개봉한지 10년, 20년이 지났는데도 촬영지였던 이곳엔 여전히 ‘그 영화’의 기억을 좇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올드보이 ‘장성향’

- 부산역 차이나타운 내 아담한 가게
- 사장부부 직접 빚은 왕만두로 명성
- 아들도 만두 전문점 내 3대째 가업
장성향을 운영하는 왕길미(오른쪽), 김현미 씨 부부가 ‘올드보이’가 촬영됐던 방 입구에서 군만두를 보여주고 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분)는 이유를 모른 채 사설감옥에 감금돼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그릇에 적혀있던 ‘靑龍(청룡)’이라는 글자를 단서로 중국집을 찾아다닌다. “10군데건 100군데건 상관없다. 15년 먹은 맛을 잊을 수는 없으니까”라며. 그때 주요 장면을 촬영한 중국집이 바로 ‘장성향’(동구 초량동)이다.

부산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차이나타운인 초량상해거리가 시작된다. 화교인 왕길미(68) 씨와 그의 아내 김현미(62) 씨 부부가 운영하는 ‘장성향’은 이 거리에 있다. 가게 외관에 올드보이 속 최민식의 모습이 붙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단순한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음식 사진이 모여 완성된 대형 모자이크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군만두를 먹는 장면(위)과 장성향의 군만두.
김 씨는 “몇 년 전 아들이 아이디어를 내 손님들이 우리 가게 음식을 먹고 블로그에 올려둔 사진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했다. 아들 왕균재(38)씨는 지난해 만두만 판매하는 장성향 기장 오시리아점을 내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홀엔 테이블이 5개 남짓하고 4개의 작은 방이 있어 생각보다 아담하다. 김 씨는 “최민식 씨는 2014년 ‘배우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다시 가게를 찾았다”며 가게 벽에 있는 같이 찍은 사진을 가리켰다. 최민식, 강혜정을 비롯해 여러 유명 인사의 사인도 붙어있다. 김 씨는 “박찬욱 감독님 사인을 안받은 게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영화에는 촬영팀이 가져온 만두를 썼지만 장성향의 군만두는 크기와 맛으로 유명하다. 군만두 5개에 7000원, 7개에 9000원인데, 크기가 다른 집 배(倍)라고 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직접 분쇄하고 생강, 배추, 대파 등을 넣는데, 고기소에서 배어나오는 육즙과 풍미도 포인트다. 영업을 마치고 밤 9시가 되면 매일 저녁 부부가 직접 하루 800개 정도 만두를 빚는다. 김 씨는 “이 만두면 내가 15년 동안 먹고 살겠다고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더라”며 웃었다.


# 범죄와의 전쟁 ‘동궁 중화요리’

- 중앙동 소재 화교 부부 20년째 운영
- 양장피 등 ‘하정우 먹방 세트’ 인기
- 백종원 3대천왕도 출연… 손님 북적
동궁 중화요리를 운영하는 여기진(오른쪽), 박진영 씨 부부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가게에 붙여둔 영화 장면을 가리키고 있다. 여 씨가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출연 장면.
‘범죄와의 전쟁’에서 혼자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폭력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 분)에게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이 찾아온다. 하정우가 탕수육을 먹고 소주로 ‘가글’하던 곳이 바로 ‘동궁 중화요리’(중구 중앙동)다. 2002년 개업한 동궁은 화교인 여기진(59)와 아내 박진영(57) 씨 부부가 운영한다. 하정우 앞에 양장피 탕수육 마파두부밥을 차린 것도 여기진 씨의 솜씨다. 여 씨는 “NG를 대비해 2세트를 준비했는데 하정우 씨가 NG없이 맛있게 잘 드셨다”고 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중화요리를 먹는 장면(위)과 동궁의 마파두부밥 양장피 탕수육.
영화가 나오고 하정우의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동궁은 당시 하정우가 앉았던 자리에 스틸 사진을 붙이고 안내 표시도 했다. 양장피 탕수육에 소주와 잘 어울리는 짬뽕 국물을 곁들여 ‘하정우 먹방 세트’도 만들었다. 여 씨는 “‘하정우신’이라고 모시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 영화와 하정우 씨 덕에 가게가 많이 컸다”며 웃었다. 박 씨는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했을 때는 방송 끝나자마자 가게에 줄을 설 정도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영화는 바로 반응이 오지 않지만 끝까지 길게 간다. 근처의 다른 식당은 주말에 문을 닫는데,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서 연중무휴”라고 했다.

여 씨는 윤종빈 감독의 제안으로 식당 주인 역으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새벽 2시에 최민식 씨가 식당에 와서 몸 수색하는 장면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컷’ 외치시고는 저한테 ‘최민식 씨를 쳐다보시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이후엔 촬영 내내 긴장해서 앞만 보고 어색하게 ‘쫄려’ 있었다”며 웃었다.

모든 메뉴를 주방에서 혼자 직접 만드는 여 씨는 “양장피는 피가 2장이란 뜻인데, 손이 많이 가는 메뉴지만 직접 다 만든다. 탕수육도 케첩을 쓰지 않는 옛날식이고, 마파두부도 중국식으로 두반장을 넣어 매콤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 신세계·범죄와의 전쟁 ‘화국반점’

- 동광동 위치… 옛 방식 그대로 요리
- 회식·밀담 장소로 영화 자주 등장
- 이정재·박성웅은 단골돼 매년 방문
‘화국반점’에서 왕애국(오른쪽), 왕조덕 씨 남매가 ‘신세계’가 촬영됐던 그 자리에서 영화 장면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국반점(중구 동광동)에 들어서니 황정민의 “브라더”가 귓가에 맴돈다. 이곳은 ‘신세계’에서 언더커버 경찰 이자성(이정재 분)과 범죄조직 실세인 정청(황정민 분) 일당이 회식을 하던 곳으로 나왔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세무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과 조폭 김판호(조진웅 분)가 밀담을 나누던 장소로 등장한다.

화국반점은 화교인 왕애국(65) 왕조덕(60) 씨 남매가 운영한다. 누나인 왕애국 씨는 “‘신세계’ 회식 장면에서는 일품완자, 유산슬 등 12가지 요리를 테이블마다 나눠 세팅했다. 영화 속 고량주잔 주전자 접시도 모두 화국반점에서 쓰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팔보채 탕수육 고량주를 놓고 이야기한다.

‘신세계’에서 이정재와 황정민 일당이 회식을 하는 장면(위)과 화국반점 팔보채와 탕수육.
그는 “이정재 씨는 작년에도 다녀갔다. ‘신세계’에 나왔지만 이 곳 촬영이 없었던 박성웅 씨는 나중에 다녀간 뒤 단골이 돼 ‘어머님, 저 언제 갑니다’라고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도 한다. 계속 찾아와주는 배우들, 서울 미국 일본 등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2017년에는 현빈·유해진이 식당 2층에서 영화 ‘공조’를 찍었고 왕애국 씨가 식당 주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남매는 1980년부터 화국반점을 운영했다. 왕애국 씨는 “당시 부산시청 등 관공서가 근처에 있어서 관공서 손님이 많은데, 화교니 존댓말도 잘 몰라 실수할까봐 말을 잘 안 했다”면서 “아빠 엄마 모시고 온 딸이 ‘여기 영화 찍은 곳이다’고 알려주니 아빠가 ‘예전에 이집 단골이었다’더라”며 웃었다.

화국반점만의 특징에 대해 왕애국 씨는 “옛날 그대로 하는 게 다른 곳과 다를 것이다”고 했다. 탕수육도 투명한 소스가 적당히 발라지듯 부어져 나온다. “탕수육(糖醋肉)의 탕은 설탕, 수는 식초, 육은 고기다. 소스에는 설탕과 식초만 들어간다. 그것만 들어가야지 케찹이나 다른 게 들어간 건 탕수육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7. 7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8. 8“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9. 9대출 갈아타라더니…은행 16곳 중 11곳 주담대 ‘금리 역전’
  10. 10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4. 4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9. 9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0. 10“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8. 8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