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국 사건은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에 여전히 심심찮게 소환된다.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오늘날, 이 사건이 남기는 의미는 무엇일까. 당시 국제신문 사회부 기자로 이 사건을 가까이서 지켜본 정치평론가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 교수는 사건의 본질을 크게 두 가지로 짚었다. 그는 “관권을 동원하고 지역감정에 기대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건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그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거에 악재가 될까 봐 김영삼 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프레임 전환 정치의 전형이라는 점. 차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자로 첫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들이 초원복국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역감정이나 관권 개입을 없애겠다고 이야기해야 되는데, 선거의 목적으로 도청하는 공작 정치가 문제라고 프레임을 바꿨다”면서 “당시 언론도 크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사건 뒤 제대로 된 반성과 대책이 없이 흘러간 부분이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지방자치제 도입, 국정원 개혁 등으로 오늘날 지역주의와 관권을 동원하는 구조는 많이 허물어졌다”면서 “사건 당시에는 단번에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 사건이 교훈이 되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국민적 자각이 이뤄져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자들이 내세우는 일종의 프레임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대세에 편승하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 “소셜미디어 시대인 만큼 일반 독자·시청자들이 비판적 관심을 갖고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사건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