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쇼스키 신선함 없고 산만한 액션만…예견된 실패작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12-29 19:18:42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매트릭스 리저렉션’(2021)은 시리즈의 리부트(Reboot)도, 극장에서 마음 편히 즐길 흥겨운 액션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이 영화의 기이함은 영화에 대한 대중 관객의 기대를 일부러 배반하고 비켜나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때때로 슬로 모션을 곁들이며 안정된 구도 안에서 동작의 합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던 원화평 무술감독의 세련된 무술 안무는 거친 핸드헬드 카메라로 인해 가시성을 떨어뜨리는 불편하고 산만한 액션으로 대체되었고, 만화적 과장과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실사에 도입한 참신함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워쇼스키 형제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실제와 가상의 구분을 묻는 지적 유희의 신선함은 18년 만에 돌아온 이 후일담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매트릭스:리저렉션’ 스틸컷.
그렇다면 이건 전성기의 역량을 잃은 창작자가 프랜차이즈라는 산업의 필요에 복무해 억울하게 끌려 나와 내놓은 흔한 실패작인가? 분명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실패작이다. 문제는 이것이 ‘의도된 실패’라는데 있다. ‘매트릭스’(1999)에서 출발해 ‘매트릭스 리로디드’(2003)와 ‘매트릭스 레볼루션’(2003)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고해의 매트릭스로 내려온 네오의 행적, 이 SF 서사극을 일말의 비장함을 품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매트릭스 리저렉션’에서 (창작의 파트너였던 동생 릴리가 불참하고) 홀로 영화를 짊어진 감독 라나 워쇼스키가 하는 작업은 우선 시리즈가 가졌던 진지한 아우라를 파괴해버리는 해체주의적 실천이다.

네오가 아닌 프로그래머 토머스 앤더슨은 명작을 만든 게임 디자이너로 성공한 인생을 누리고 있다. ‘매트릭스’ 3부작은 같은 제목으로 출시된 비디오 게임의 시나리오였으며, 그가 다니는 개발사의 모 기업인 워너 브라더스는 속편을 반대하는 그의 의견을 묵살하고 ‘매트릭스 4’를 제작하라고 강요하며, 심지어 개발사의 사장은 네오의 숙적인 악당 스미스이다. (개발 도중 팀원 간에 오가는 말들은 실제 영화를 둘러싸고 오갔던 비평적 반응을 상기시킨다.) 이건 창조자 스스로 자신의 창조물에 내뱉는 지독한 메타픽션(Meta-fiction)적 농담이다. 영화 안의 상황과 영화 밖의 현실 간에 경계가 모호해지다 못해 무너지는 이러한 농지거리는 산업 시스템에 종속된 창작자로서 감독 자신이 처한 딜레마, 그리고 수익 창출을 위해선 예술가의 창조성 따윈 존중하지 않는 극 중의 워너 브라더스처럼, 오로지 자본의 증식만을 목적으로 삼는 현대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한 자학적 풍자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를 통해 타인의 정해준 삶의 목표를 자신의 것인 양 욕망하고,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살다 죽는 현대 자본주의의 비극적 본질을 디지털 시대의 플라톤적 알레고리로 소묘한 바 있다. 그러나 체 게바라의 초상을 새긴 티셔츠와 책이 버젓이 시장에서 팔리는 현실이 입증하듯, 자본주의는 자신을 반대하고 위협하는 혁명의 요소들마저 끌어안아 상품으로 물화(物化)시킴으로써 돌발사태를 저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계몽과 해방의 서사가 되고자 했지만, 현실적인 귀결은 블록버스터 상품이었을 뿐이라는 얄궂은 현실. 이러한 궁지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라나 워쇼스키가 보기에 남은 길은 영화로 현실을 ‘더욱 그럴 싸’하게 복제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폭로하는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이 아니었을까?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7. 7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