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관광상품… 택배로 술 배송
- 울주 양조장 숙성실 등 눈길
- 뽀글뽀글 발효소리 청각 자극
- 소믈리에 “흔들지 마세요” 안내
- 뚜껑 열자 병 안 소용돌이 생겨
- ‘샴페인 막걸리 최고’ 댓글 호응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천연 탄산이 많으니 흔들지 마세요, 뚜껑을 열면 내용물이 알아서 잘 섞입니다. 준비됐다면 모두 카메라를 향해 건배할까요.”
지난달 28일 랜선투어 참가자 30여 명이 줌 회의를 통해 막걸리 소믈리에의 진행에 따라 각자의 공간에서 준비한 막걸리를 들고 화면을 향해 건배했다. ‘맛있어요’란 댓글이 실시간 이어졌다. 진행자와 참가자는 모두 일본인.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한국 막걸리를 맛보고 관련 영상을 함께 보는 랜선 투어 참가자들이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와 울산 울주군 복순도가, 일본 여행사 잘팍(JALPAK)이 공동 진행한 여행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영상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제 음식을 먹어보며 미각까지 충족할 수 있어 위드코로나 시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현지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처럼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앞에 두고, 이들의 랜선 여행에 동참했다.
■국내 제품+관광객 특화 랜선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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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선투어 사회자의 진행(맨 위)으로 복순도가 양조장을 둘러보고(가운데), 복순도가 후쿠오카 지사에서는 막걸리와 어울리는 파전 조리법을 소개했다. 랜선투어 캡처 |
이번 랜선투어의 정식 명칭은 ‘한정 생산 손막걸리를 오감으로 맛보는 테이스팅 투어’다. 복순도가 손막걸리 2병을 택배로 참가자에 보내주고,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줌 회의에 참석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며 시음하는 방식이다.
참가비는 1인당 9900엔(한화 약 11만 원)으로, 일반 랜선 여행상품(1000~3000엔)에 비해 무척 비싼 편이지만 참여 열기가 높다. 지난 7월 열린 1차 투어에서는 선착순 50명으로 참가 인원에 제한을 뒀는데, 첫날에만 40명 넘게 몰렸다. 이번에 열린 랜선투어는 현지 인기에 힘입어 공사가 긴급 편성한 2차 랜선투어다.
가장 먼저 좋아하는 술을 고르는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선택지에 적힌 맥주 와인 니혼슈(日本酒) 막걸리 중 응답자의 68%가 막걸리를 선택하며 복순도가 손막걸리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랜선투어를 공동 기획한 잘팍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감염병이 진정되고 한국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이번 랜선투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울주군에 있는 복순도가를 방문하는 여행상품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정진수 도쿄지사장은 “막걸리 외에도 화장품 등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특화형 랜선투어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미+실시간 시음 ‘오감 만족’
공항에 착륙 중인 비행기 영상이 나타났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 커지고, 몰입도를 높였다. 서울역에서 대기하던 일본인 특파원이 한국의 날씨와 서울역 인근 풍경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일부 참가자는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파란 천막 지붕의 코로나19 선별 검사소에 관심을 보였다.
이어 울주군 복순도가 양조장으로 화면이 넘어갔다. 복순도가 김정식 대표가 양조장 외관이 잘 보이는 곳에서 손을 흔들며 카메라를 통해 랜선투어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김 대표는 “복순도가는 건축을 전공한 큰아들이 양조장 설계와 건축을 맡았고, 수학을 전공한 둘째아들이 손막걸리의 발효과정을 체계화해 상품화했다”고 소개했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발효 건축’ 콘셉트로 설계된 건물이다. 마을의 볏집을 태워 생긴 까만 재를 건물 외벽에 발랐고, 벽돌을 바를 때는 누룩도 넣었다고 한다. 잿빛의 야트막한 양조장 건물은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우러졌다.
막걸리가 발효 중인 숙성실도 영상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막걸리의 발효 소리를 마이크로 들려줄 땐 노트북 스피커 음량을 최대로 키웠다. ‘뽀글뽀글’ 소리가 청각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이어 복순도가 건물을 배경으로 누렇게 익은 벼를 추수하는 모습과 누룩을 빚는 등 막걸리를 만드는 영상이 잔잔하게 상영됐다.
드디어 복순도가 후쿠오카 지사에서 막걸리 소믈리에의 안내에 따라 시음 시간이 시작됐다.
손막걸리는 천연탄산이 풍부해 흔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숙지하고 천천히 뚜껑을 열었다. 반쯤 뚜껑을 열자 탄산이 새어 나오며 병 안에서 소용돌이가 생겼다. 내용물이 뒤섞이는 게 눈으로 보였다. 잔에 막걸리를 따르고 소믈리에의 진행에 맞춰 잔을 들고 참가자들과 동시에 건배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부드러워 마시기 쉽다’ ‘샴페인 막걸리 최고’라고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각각의 위치는 달랐지만 한국 막걸리로 하나 된 순간이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