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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꿈을 일군 사람들 <4> 비보이 ‘티노락’ 박성환 씨

용두산공원 무대 삼아 자유롭게 춤추던 소년, 해외에서도 모셔가는 브레이킹 교과서 되다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9-08 18:57:36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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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댄스 만화에 반해 브레이킹 입문
- 어깨너머로 춤 익히며 아예 진로 정해
- 국내외 댄스대회 출전해 이름 알리고
- 연습생이던 BTS 멤버 춤 가르치기도

- 지금은 세계 유명 크루 한국리더 맡아
- “부산에도 비보이들만의 공간 생겼으면”

#세기말부터 멈춘 적 없는 비보잉

‘티노락’ 박성환 씨가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1998년 중학생 때 만화책을 보고 브레이킹을 배운 티노락은 세계 유명 브레이킹 크루의 한국 리더로 성장했다. 그는 브레이킹이 한국에서도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길 바란다. 티노락 제공
때는 세기말(1999) 초겨울, 인근 학교에서 춤으로 이름을 날리던 학생 댄서 예닐곱이 인도 한복판에서 즉석 야외공연을 준비했다. 오가던 학생들이 댄서들을 에워싸며 순식간에 관중과 무대가 구분 지어졌고, 공연 직전 찰나의 긴장감 사이로 하얀 입김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찌직’ 라디오를 통해 음악이 터져나오자 관중의 환호 속에 댄서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의 중심을 왼손에 두고 다리로 V 자를 그리며 회전(토마스)하거나, 물구나무를 선 채 다리를 벌려 ‘나이키’(스포츠브랜드 로고) 모양으로 만들었다(가위차기). 등을 대고 누워 반동을 이용해 다리를 풍차처럼 돌렸다가(윈드밀) 다시 물구나무를 선 채 3초간 정지(프리즈)하기도 했다. 모두가 다른 춤을 췄지만 모두가 하나처럼 움직였던 ‘비보잉’(브레이킹)과 처음 마주한 순간이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대중음악과 춤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 한국 브레이킹은 멈추지 않고 발전을 거듭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1등을 휩쓸어 지구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해외 댄서들이 보고 따라하는 ‘브레이킹 교과서’가 됐다. 최근 브레이킹은 2024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또 한 번 화제로 떠올랐다. 부산에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23년간 브레이킹과 함께한 ‘티노락’(37·본명 박성환)이 있다. 티노락은 세계 유명 브레이킹 크루의 한국 리더로 활동하며 한국 문화로서의 브레이킹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소년, 발끝으로 ‘레인보우’ 그리다

춤을 출 공간만 있다면 어디서든 브레이킹.
힙합 열기가 뜨거웠던 1998년, 한 중학생 소년은 만화책 ‘힙합’(김수용 작가)을 보고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실제 댄서였던 김수용 작가는 ‘힙합퍼’를 위해 다양한 춤의 구현 방법을 만화로 표현했다. 소년은 그중 한 동작을 골라 따라 해봤다. 왼손을 땅에 짚고 몸통과 발을 튕겨 반대편으로 돌아오는 동작. 손을 땅에 짚은 채 발끝이 땅 위로 180도 회전해야 한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소년은 30분 만에 그림처럼 몸을 회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하늘을 나는 듯한 알 수 없는 성취감이 소년을 휘감았다. 소년이 성공한 동작의 이름은 ‘레인보우’. 발끝으로 무지개를 그리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중학생 소년은 처음 그린 레인보우 이후 춤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소년은 성인이 되기까지 유치원 복도, 도시철도 승강장, 용두산공원 등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춤을 췄다. 먼저 춤을 배운 형들의 몸짓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나만의 동작’을 익혀나갔다. 힙합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탈선할 것이란 어른들의 편견이 무척 강한 시절이었지만 되레 소년은 춤 연습에만 매진하느라 다른 ‘방황’에 빠질 겨를이 없었다. 소년은 ‘티노락’이란 이름으로 힙합신에 등장했다. 티노락은 “좋아하는 춤에 몰입하면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올랐고 삶에 행복을 느꼈다. 크고 작은 부상도 있었지만 춤을 포기하겠단 마음은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성인이 된 이후 ‘춤 교과서’를 만든 김수용 작가와 조우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서울 ‘출첵’ 후 세계 무대로

티노락(왼쪽)이 브레이킹 고유 포즈인 ‘비보이 스탠스’로 배틀 상대를 지켜보고 있다.
2008년 티노락은 서울로 무대를 확장했다. 2007년부터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의 백업댄서로 6년간 활동했고, 2010년에는 당시 연습생 신분이었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와 제이홉의 춤 레슨을 맡았다. 티노락은 세계 30개국 50여 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각국 댄서와 교류하고 국내외 댄스 배틀 대회에 출전해 이름을 알렸다.

브레이킹이 처음 탄생한 미국 뉴욕 사우스브롱크스(South Bronx)도 찾았다. 1975년 세계 최초의 브레이킹 크루 ‘더 브롱크스보이즈’가 탄생한 곳이다. 1975년 당시 이 지역에서는 아프리카아메리칸과 히스패닉 간 세력다툼이 잦았고, 공격을 멈추게 할 유일한 콘텐츠는 힙합이었다. 이들은 춤으로 상대를 기죽이려고 묘기에 가까운 춤을 선보였다.

티노락이 브롱크스보이를 찾은 2010년에는 이들 크루가 창단 이래 첫 기념행사를 열고 있었다. 티노락은 크루의 원년 멤버를 만나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기념행사 중 열린 사이퍼에 참가해 베스트 비보이로도 뽑혔다. 2011 네덜란드 노트르담 IBE 3:3 올드앤영제네레이션 베틀/탑락 배틀에서는 심사위원으로 활약, 2014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적 비보이 배틀인 레드불 비시원(BC ONE) 사이퍼 월드파이널 10주년 오프닝 쇼케이스에 참가하며 국내외에서 인지도와 실력을 쌓았다. 티노락은 “힙합에도 고유 역사가 있고 춤마다 ‘탄생 설화’가 있다”며 “그 배경을 잘 이해하면 춤을 이해하게 되고 표현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박수=포옹…문화로서의 힙합

티노락이 개발한 ‘ㄱ나니(기억나니) 프리즈’ 동작. 몸을 완벽한 기역 자로 만들었다.
세계무대에서 인정 받았지만 군 제대 후에는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함께 춤을 시작했던 동료들은 춤을 포기하고 생업을 찾아 진로를 바꾸며 하나둘 무대에서 사라졌다. 춤밖에 모르던 티노락의 불안한 마음 사이로 생계 걱정이 비집고 들어왔다. 조선소, 의류업체,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음식을 배식하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춤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지만 온전히 즐길 수도 없던 시기다.

그때 대륙에서 재기의 손길을 보내왔다. 중국 베이징 현대음악예술학교에서 브레이킹 강의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2018년 티노락은 고민 없이 곧바로 중국으로 떠났다. 수백 명의 학생에게 브레이킹을 가르쳤다. 아예 중국에 정착할 생각도 컸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귀국했다.

티노락은 현재 미국 영국 덴마크 등에 챕터 크루가 있는 플로어갱즈(FLOOR GANGZ)의 한국 리더, 최초의 브레이킹 크루인 브롱크스보이즈의 한국 리더를 맡고 있다. 또 브레이킹을 포함한 다양한 스트리트 댄스와 신예 댄서 등을 발굴하는 기획·마케팅도 진행한다. 그는 “춤을 추고 관객의 박수를 받으면 마치 포옹받는 것 같다. 춤은 그렇게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자 문화”라고 말하며 “관객과 댄서가 춤을 통해 서로 행복을 느끼고, 그 에너지로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게 나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에 비보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 사라진 건 늘 아쉽다. 티노락은 “일본 오사카 난바역에 가면 언제든 댄서들이 춤추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부산에는 그런 장소가 없다”며 “용두산공원이 한때 비보이에게 상징적인 장소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계 댄서들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 가면 한국 브레이킹을 볼 수 있다”고 여길 만 한 장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박자 맞춰 ‘인디언 스텝’, 이 동작만 해도 기초 끝

브레이킹은 모두가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토마스나 헤드스핀 같은 파워무브를 연습하면 초보자는 다칠 가능성이 크다. 티노락은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면서도 ‘춤 좀 아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브레이킹으로 기초 동작인 ‘인디언 스텝(Indian step)’을 추천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모든 브레이킹의 시작이 되는 동작이다. 언뜻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박자를 무시했다간 로봇 스텝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티노락은 “스텝의 표현은 음악에 따라 개인의 자유지만 에너지는 충분히 표출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나만의 느낌’을 잘 살려 인디언 스텝을 배워보자.

먼저 손을 X자로 교차해 가슴에 얹은 뒤 구호 ‘하나’에 맞춰 양팔을 벌린다. 이때 양팔은 수평보다는 살짝 올라오면 좋다. ‘둘’을 외치며 다시 처음 자세인 X자 포즈로 돌아온다.

양팔을 벌릴 때 왼발은 앞으로 나가듯 오른쪽으로 뻗어 스텝을 밟는다. 팔을 다시 X자로 모을 때 왼발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시 양팔을 벌리며 이번에는 오른발을 왼쪽으로 뻗는다. 이 동작을 반복하면 인디언 스텝이 완성된다. 팔과 다리가 제자리로 돌아올 땐 리듬을 타며 살짝 도움닫기를 하면 다음 동작이 훨씬 자연스럽다.

인디언 스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뒤꿈치를 들고 앞꿈치로만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티노락은 “권투선수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듯 스텝을 밟는 게 핵심‘이라며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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