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아이클릭아트

맥주 예찬론만으로 소주 마니아의 심금을 울리기는 매우 힘들다. 그들은 언제나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소맥할 땐 무슨 맥주가 더 맛있어?”

쌉싸름한 홉의 풍미와 구수한 맥아의 감칠맛 등이 한 잔의 음식을 마시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주는 맥주에 섣불리 다른 주류를 섞으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내돈내산’의 제한된 폭 안에서 소맥하기 좋은 맥주를 추렸다.

① 칭다오맥주
많이 마시기 대회라도 열린 듯 지독했던 ‘소맥 지옥’에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던 맥주다. 1903년 중국 청도의 맑은 물과 독일 전통 맥주 제조 기술이 결합해 탄생했다. 양고기꼬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로 유명한데, 특유의 깔끔한 청량함이 소주마저 청아하게 포용한다. 맛이 무척 고급스럽다. 소주의 알코올도수가 칭따오의 깔끔한 뒷맛을 살짝 더 구수하게 만드는 것 같은 효과(착각)를 일으킨다.

②국민 맥주 3총사
여기선 카스 하이트 테라. 가장 익숙하고 가장 많이 접한 맥주들이다. 딱 하나만 꼽지 못한 건 함께 마실 때 기분이 어떤지, 동행자가 누군지, 또는 양을 얼마큼 넣거나 제조자가 ‘고수’인지에 따라서 어떤 날은 달달하고 어떤 날은 조금 밍밍하게 느껴져서다.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맛이 그대로 투영되는 신비한 맥주들이다. 가장 대중적인 맥주는 가장 호불호가 약하다는 지론에 따르면 실패 확률도 당연히 낮을 것이다.

③제주맥주
이건 추천하지 않기 위해서 썼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배우들이 극중 제주맥주에 소주 등을 섞는 장면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했다. 드라마가 방영된 2019년은 수제맥주 판매 채널의 다양화를 불러온 주세법 개정(2020년 1월) 전이었다. 그래서 당시 ‘수제맥주 4캔 1만 원’은 국내 캔맥주계에서는 무척 생소했다. 제주맥주의 초기 가격도 한 캔에 5000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저 비싼 맥주에 굳이 소주를?’이라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궁금해서 딱 한 번 따라 해봤다. 과일 향이 상큼하고 청량한 제주맥주는 단독으로 마셔야 빛난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