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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해외미식기행 <1> ‘도라보울’ 수프카레

‘14가지 향신료 황금비율’ 국물카레 한 술 뜨니…여기가 삿포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6-23 19:21: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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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카레와 달리 국처럼 묽어
- 30년 전 등장해 日전역서 인기
- 채소 크게 썰어 본연의 맛 살려

- 4년 전에 부산서 식당 연 대표
- 1년6개월 연구해 레시피 완성

- 베트남 고추 사용해 맵기 조절
- 닭고기·마늘칩 등 토핑해 별미

식문화를 다루는 여러 책은 ‘음식을 알면 문화가 보이고, 인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낯선 나라에서 난생처음 마주한 이국의 식탁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 생활습관이 모두 담겨 있기 마련이며, 이를 알면 몰랐던 미각도 한층 풍부하게 깨어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돼 다양한 세계 음식문화를 체험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찾아보면 지역에서 이국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식당과 먹거리 상품은 얼마든지 있다. 국제신문은 이러한 곳을 찾아 외국 미식여행의 아쉬움을 달랜다. 감염병 상황에 해외로 직접 갈 순 없지만 음식을 매개로 세계와 만나는 셈이다. 첫 번째는 여행자가 일본 삿포로에 가면 반드시 먹는 음식 ‘수프카레’다. 부산에서 수프카레를 먹으며 홋카이도에 있는 상상을 해보자.
   
도라보울의 삿포로식 수프카레.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지역의 수프카레는 국처럼 묽어 마실 수 있고, 채소를 큼지막하게 손질하는 게 특징이다. 도라보울을 찾으면 삿포로 수프카레를 먹으며 홋카이도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도라보울 제공
■국물처럼 떠먹는 카레

인도의 혼합 향신료인 ‘커리’는 식민지 시대 영국으로 건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로 빵을 찍어 먹는 소스로 활용되던 커리는 일본인에 의해 밥에 비벼 먹을 수 있는 걸쭉한 형태의 ‘카레라이스’로 재탄생했다. 이는 한국에도 가장 익숙한 형태다. 양파 감자 당근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와 고기(없어도 무방) 커리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다른 반찬이 없어도 카레라이스 하나만으로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식자재 종류나 커리의 농도 등 집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보니 개성 있는 커리가 많다. 카레라이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은 그래서 다양한 레시피를 갖고 있다. 그중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30여 년 전 등장한 ‘수프카레’는 커리 역사에 또 한 번 획을 그으며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커리인 듯 커리 아닌 커리 같은’ 수프카레는 기존 커리와 달리 국처럼 묽어 마실 수 있다. 또 채소를 잘게 썰기보다는 최대한 큼지막하게 손질한다. 그래서 채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14가지 향신료 최적 조합 찾아

   
도라보울 서면점 내부. 일본 식당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도라보울(대표 김성범)은 남포동과 서면 매장에서 삿포로 수프카레를 선보인다. 남포동 본점은 4년 전 열었고, 2년 전에는 서면점도 개점했다. 부산에서 수프카레를 다루는 곳은 흔치 않은 데다 특유의 감칠맛에 중독된 단골손님이 많은 덕분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던 김 대표는 도쿄에서 우연히 수프카레를 접하고 독특한 맛에 매료됐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수프카레 매장 운영을 구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턱이 높았다. 수프카레의 맛을 재현하기 쉽지 않아서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루나 고체형태로 된 커리는 다른 양념과 조미료 등으로 어느 정도 간이 돼 고유의 느낌을 낼 수 없었다. 김 대표는 1년 반 가까이 수프카레 연구와 시장조사에 매달렸다. 그는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돼지국밥집의 맛이 모두 조금씩 다르듯, 수프카레 또한 삿포로 가게마다 맛이 다 다르다”며 “도라보울만의 수프카레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김 대표는 드디어 향신료 14가지를 조합해 최적의 커리 비율을 찾았다. 육수는 채소 돼지뼈 닭 가쓰오부시 다시마를 각각 최대 7시간 동안 끓어 우려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충분히 살린 덕분에 다른 조미료를 첨가할 필요는 없었다. 완성된 수프카레는 3일간 숙성한 뒤 고기 채소 등과 함께 테이블에 낸다. 따로 우린 육수와 혼합 향신료의 조합 덕분에 도라보울 수프카레는 사골국물처럼 깊은 맛이 난다. 여기에 양배추 당근 버섯 호박 가지 피망 연근 브로콜리 토마토 등 들어가는 채소만 최대 18가지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중 좋아하는 육류를 선택할 수 있고, 고기 없이 채소만 넣을 수 있다. 큼지막한 고기와 채소가 한가득 담긴 수프카레는 푸짐하고 정성스러운 건강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 대표가 직접 수집한 고풍스러운 접시를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도라보울 수프카레는 매운맛 조절이 가능하다. 베트남 고추를 사용해 총 6단계로 나눠 제공하며 숫자가 클수록 맵다. 김 대표는 “향신료의 풍미를 느끼려면 2단계가 가장 적당하다. 신라면 정도의 맵기”라고 조언했다. 이어 “삶은 계란이나 마늘칩, 튀긴 브로콜리 등의 토핑을 추가해 먹어도 맛있다”고 덧붙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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