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양떼목장 33만㎡ ‘동화세상’
- 백사슴·알파카와 특별한 만남도
- 대정 돌창고, 도자기 공방 변신
- ‘유기농 미숫가루’ 꼭 마셔보길
- 유배문학관서 김만중 등 엿보기
- 외로움을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
- 16~28일 협회장배 고교축구대회
- 경기장 직관 색다른 추억도 선사
나비 날개 같은 지형이 특징인 경남 남해는 동서남북 어디로 향하든 탁 트인 바다와 다양한 볼거리가 공존한다. 지난 7일 남해만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관광지 3곳을 둘러봤다. 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까지 가지 않아도 경남에서 양들에게 먹이 주는 체험이 가능한 상상양떼목장, 관광객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돌창고 프로젝트, 유배문학관을 차례로 둘러봤다. 특히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남해 공설운동장과 스포츠파크에서는 국제신문과 대한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고교 월드컵’ 제42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열린다. 푸른 5월, 남해에서 축구 경기도 관람하고 이국적인 풍경에도 매료돼 보자.
| |  |
| 상상양떼목장편백숲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 뒤로는 탁 트인 한려수도가 펼쳐져 목가적인 분위기가 난다. 이곳 입장권을 구매하면 양 먹이가 든 사료 한 바가지를 주는데, 방문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가까이서 양을 보고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
■동화 속 온 듯한 양떼목장
상상양떼목장편백숲(설천면)은 약 33만580㎡(10만 평)의 푸른 초지에서 뛰노는 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양떼뿐 아니라 백사슴 알파카 앵무새 등 평소 보기 힘든 동물을 보거나, 편백숲을 걸으며 온몸에 피톤치드를 받을 수도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성인 9000원)하면 양 먹이가 든 사료 한 바가지를 받는데, 양에게 가까이 다가가 먹이를 주는 체험도 가능하다. 목장은 크게 제1, 2목장과 겨울 방목장, 백사슴 체험장, 편백숲 산책로 등으로 나뉜다. 어느 입구로 들어서도 되돌아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초원의 풀을 뜯어 먹느라 사료에 관심이 없는 양이 있는 반면, 관광객의 사료 바가지를 따라 울타리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양도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까지 나온 아기 양은 가족을 찾는 듯 ‘메에’ 울음소리를 내 걱정됐지만 근방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무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사료로 양의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대부분 먹이가 가까이 오면 먹고 멀어지면 가만히 있는 순한 양이었다. 울타리를 뛰어넘은 양도 조용히 관광객 뒤를 뒤따를 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빈 바가지는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박스에 넣어두면 된다. 어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백사슴 체험장이다. 결국 무리에 합류하는 양과 달리 백사슴은 울타리를 탈출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방목하지 않고 넓은 우리에 모아뒀다. 갈색 털의 여느 사슴과 달리 흰 털을 가진 백사슴은 가만히 바라만 봐도 청초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강했다.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다 인기척에 깬 양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동화 속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료 창고의 색다른 변신
| |  |
| 비료창고로 쓰던 돌창고를 문화 전시공간으로 되살린 대정 돌창고 프로젝트 외관. |
최근 삼동면과 서면에는 버려진 돌창고로 만든 문화공간이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일명 ‘돌창고 프로젝트’다. 서면 대정 돌창고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하기 위해 주민을 동원해 돌을 쌓아 만들었던 창고가 원형이다. 이후 1965년 마을 단위 농업협동조합이 건물을 수리해 양곡과 비료를 저장하는 창고로 사용했다. 삼동면 돌창고는 1967년 돌을 쌓아 올려 비료 창고로 썼다. 돌창고는 농촌 근대화를 거치며 점차 쓰임새를 잃었다. 방치된 돌창고는 지역 청년들이 되살렸다. 청년들은 도시보다 부족한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돌창고를 택했다. 2015년부터 돌창고를 최대한 보존해 문화 전시공간으로 꾸미고, 기회를 얻지 못한 창작가에게 작품 활동 공간을 마련해줬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쉽게 접하도록 카페 기능도 갖췄다.
이날은 서면에 있는 대정 돌창고를 찾았다. 창고처럼 층고가 높고 길쭉한 모양새다.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왼쪽으로 상점이, 오른쪽으로 도자기 공방이 펼쳐졌다. 내부 중앙에 계단을 만들어 복층과 옥상 전망대 공간을 나눴다. 1층 상점에서 돌창고와 어울리는 다양한 도자기 작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돌창고는 관광객 사이에서 ‘미숫가루 맛집’으로도 소문났다. 방문객 대부분은 돌창고에서 커피 대신 유기농 곡물로 만든 미숫가루를 마신다. 삼동면 시문 돌창고와 대정 돌창고의 미숫가루는 각각 미묘한 맛 차이가 있으나 ‘할머니가 해주던 미숫가루를 마시는 듯 고소하고 맛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문 돌창고는 화요일, 대정 돌창고는 목요일 휴무다.
| |  |
| 유배객들의 절절한 문학과 심정을 몸소 느껴볼 수 있는 남해유배문학관 입구와 내부 모습. |
■괴로움 거름 삼아 꽃피운 유배문학
‘홀로 한가로이 사니 사람도 오가지 않고/밝은 달만 외로이 쓸쓸한 몸 비추어주네/그대여 세상일이야 묻지 말게나/안개 자욱한 첩첩산중에서 살고 있다네’. 한훤당 김굉필 ‘회포를 적다(서회·書懷)’ 중.
자유를 빼앗기고 유배지에 갇힌 외로움을 절절히 표현한 문구가 눈과 발을 붙잡는 곳, 남해읍 유배문학관을 찾았다. 과거 죄인을 변방이나 외딴 섬으로 귀양 보내는 것을 유형이라고 했는데 당시 두 번째로 무거운 형벌에 속했다. 문학관 입구에는 조선 시대 숙종 15년에 남해로 유배돼 3년 뒤 이곳에서 숨을 거둔 한국 3대 고전문학가 김만중의 동상과 소달구지에 몸을 싣고 포졸들과 함께 기약 없는 귀양길을 떠나는 선비의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이 있다.
문학관은 남해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향토역사실, 유배객들의 문학을 엿볼 수 있는 유배문학실, VR을 통해 유배생활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유배체험실, 남해 유배객 6인의 문학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남해유배문학실 등 4곳으로 나뉜다. 문학관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면 순서대로 볼 수 있다. 유배문학실에서는 남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귀양 간 유배객들의 애절한 유배문학을 만난다. 구구절절 억눌린 분노와 까마득한 외로움이 잔뜩 묻은 글에 감정 이입이 될 때쯤,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성문을 통과하듯 유배체험실로 입장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유배지를 향해 돌아서는 선비의 뒷모습 영상을 통해 비극은 극대화된다.
“주리를 틀어라” “곤장을 때려라” 등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들릴 듯한 형벌 체험 존을 지난 뒤엔 VR 기기를 착용하고 한옥 세트장에 앉아 보자. 방 안에 갇혀 자신에게 허락된 극히 일부의 풍경만을 하염없이 바라봤을 유배객의 시선이 360도로 펼쳐진다. 가장 괴로운 시기에 유배문학을 꽃피운 수많은 선비의 마음도 어지럽게 교차된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