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성료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프로그램 중 인터랙티브 쇼츠 부문을 흥미롭게 보았다. 뮤직비디오 ‘당신의 옆에’(2016)와 좀비 재난을 그린 ‘5분’(2014), 한국 청춘의 생활상을 짤막한 드라마로 소묘한 ‘회색 시선’(2020)과 ‘커피와 유자 사이’(2020), ‘내 기억 속의 너는’(2020)과 ‘러브 초이스’(2020). 이상 6편의 단편은 비록 서사의 아이디어 자체는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에 있어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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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인터랙티브 상영작인 ‘5분’ 스틸컷. |
쌍방향성(Inter)과 활동적임을 뜻하는 액티브(Active)의 합성어인 단어의 의미처럼, 인터랙티브 영화(interactive film)는 이야기가 일정 부분 전개되다가 중요한 분기를 맞아 멈추면, 관객의 선택에 따라 다른 국면의 이야기 단락으로 이어진다. 그중에는 결말까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본래 영화란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와 장면의 흐름을 관객이 수용하는 일방향성에 바탕하지만, 인터랙티브 영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관객의 의사와 선택이 극에 개입한다.
그러나 첨단을 달리는 듯한 인터랙티브 영화의 아이디어 자체는 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B급 컬트의 제왕으로 꼽히던 윌리엄 캐슬은 ‘사도니쿠스 씨’(1961)의 상영 중 결말 직전에서 영화를 멈추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극 중 살인자의 생사여부를 두고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의 관습처럼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내리는 찬반투표를 붙였다고 한다. 결과는 관객의 압도적인 사형선고였는데, 정작 우스운 건 살인자를 살리는 엔딩 따위는 아예 촬영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난에 지나지 않았지만 객석 의자에 전기가 흐르게 해 관객의 공포를 자극했던 ‘팅글러’(1959)처럼, 4D 영화의 초기 형태를 실험하기도 했던 캐슬의 면모를 생각하면 이 에피소드엔 인터랙티브 영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정도의 역사적 의미는 있다.
진정한 형태의 인터랙티브 영화는 체코의 단편영화 감독 라두즈 친체라의 ‘키노아우토마트‘(1967)에 가서야 나타난다.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의 체코관에서 선보인 이 최초의 인터랙티브 영화를 위해 친체라는 극장의 설비를 뜯어고쳤는데, 127개의 좌석마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버튼이 있었고, 앞서 윌리엄 캐슬이 그랬던 것처럼 다섯 번의 분기점마다 진행자가 나타나 버튼을 누른 관객의 전자투표 결과에 따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 영화의 상영은 다른 선택지의 내용을 담은 여분의 필름 릴과 다른 내용을 번갈아 틀 수 있는 두 대의 영사기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인터랙티브 영화들은 이를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대체하고 극장 대신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로 끌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한참 전에 등장했던 인터랙티브 영화는 3D와는 달리 영화의 주류로 부활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영화가 관객을 순전한 구경꾼의 입장에 묶어두면서 정해진 서사에 대한 몰입을 요구한다면, 인터랙티브 영화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인해 도리어 관객이 영화 밖 현실로 튕겨나가는 소격효과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인터랙티브 영화의 미래는 다른 장르로 가서야 완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위쳐3’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준비된 ‘경우의 수’의 스크립트가 펼쳐지는 비디오 게임 말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