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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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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사진)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수상 소감도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날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브래드 피트, 글렌 클로즈, 고(故) 김기영 감독, 시상식 이후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인아 프로듀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여정은 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한 것일까?
먼저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등장해 윤여정에게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털사에서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던 거예요?”라는 말을 들은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를 제작한 플랜B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다. 윤여정은 이전 인터뷰에서 ‘미나리’의 제작비가 적어서 겪은 고생담을 이야기했었는데, 그에 대한 조크를 브래드 피트에게 던진 것이다.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라는 말도 덧붙여 ‘미나리’를 제작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과 더불어 이와 같은 독립영화를 더욱 많이 제작해달라는 바람도 내비쳤다.

또 윤여정은 ‘힐빌리의 노래’로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동갑내기 배우 글렌 클로즈를 향해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저는 그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라는 겸손의 말도 전했다. 예의상 립서비스를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윤여정은 20년 전쯤 영국에서 글렌 클로즈가 주인공 블랑시 역을 맡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봤는데, 당시 쉰 살이 넘은 나이에 열연을 펼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그리고 윤여정은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1966년 TBC 공채 3기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윤여정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1971년 영화 데뷔작인 김 감독의 ‘화녀’였다. 당시 스물네 살의 신인 배우였던 윤여정은 섬뜩하고 광기 어린 연기로 대종상, 청룡영화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화녀’는 다음 달 1일 재개봉한다.

마지막으로 이인아 프로듀서는 ‘미나리’의 시나리오를 윤여정에게 건넸고, 정이삭 감독과의 만남도 주선한 후배이자 절친이다. 그는 ‘미나리’ 미국 촬영 때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밥을 해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래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함께 참석하려고 했으나 1인만 동행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미나리’의 주인공인 한예리에게 양보했다. 자신보다는 한예리가 참석하는 것이 ‘미나리’와 한국 영화를 위해서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런 진정성이 모여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열매가 맺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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