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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항구도시, 뒤는 산복도로…여러 얼굴의 부산을 만나는 시간

부산포 개항가도 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2-03 19:43:3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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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정신 곳곳 새겨진 개항가도

-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대승 거둔 곳
- ‘부산 최초 3·1운동’ 일신여학교 근처에
- 태극문양·역사스토리 벽화도 감동 선사

# 증산전망대서 만난 ‘진짜 부산’

- 산복도로 해발 131m 위치한 증산공원
- 경사형 엘리베이터 타고 전망대 오르면
- 조선소·빌딩숲 등 각양각색 풍경에 매료
좌천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부산포 개항가도’는 증산전망대에서 ‘진짜 부산’을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망대 기둥이 만든 프레임 안으로 조선소의 상징과 다름없는 크레인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따라 늘어선 모습이 이색적이면서 부산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부산 전문 여행사면서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는 가지 않는다. 단체 여행 프로그램은 단 1명의 신청자만 있어도 기사 가이드 차량 등이 총출동한다. 부산 유일의 산복도로 여행 전문업체 ‘부산 여행특공대’ 이야기다. 왜 부산 유일 산복도로 여행 전문업체인가. 특공대 손민수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간단하다. 산복도로를 여행하는 건 업계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밖에 없는 거다.” 그는 “광안대교나 해운대해수욕장만 다녀오는 관광객이 ‘정규군’이라면, 산복도로를 파헤치는 여행객은 ‘특공대’라고 부르고 싶다”며 “산복도로에서 몰랐던 부산과 마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의 추천에 따라 ‘진짜 부산’을 만나기 위해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을 찾았다.

■부산의 독립정신을 새긴 길

좌천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부산포 개항가도’ 시작을 알리는 화살표가 이어진다. 조선 시대 왜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개항한 부산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곳이다. 손 대표는 “부산포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부산시민의 날’(10월 5일)이다. 그런데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항가도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부산의 ‘독립정신’을 새긴 길이다.

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보면 산을 따라 촘촘히 집이 들어선 산복도로 마을이 펼쳐진다. 피란민의 애환이 녹아든 산복도로 마을 풍경은 조금 전 본 항구도시 부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벽화거리인 ‘좌천동 역사스토리 골목’부터 코스가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에는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벌어진 부산의 역사적 순간을 그림으로 새겨놨다. 튀어나온 벽돌과 부서진 건물 그림 등이 무척 현실적이다. 이곳에서는 태극기 포토존을 놓치면 안 된다. 집마다 조각조각 그려진 태극문양이 골목 중간에 있는 포토존 앞에서 하나의 거대한 태극기로 합쳐진다. 조금 더 가까이 가거나 너무 멀리서 보면 문양이 흩어져 태극기로 보이지 않는다. 포토존에서 시작해 골목이 굽이치는 지점까지 펄럭이는 태극기는 어떤 트릭아트보다 웅장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구 출신 독립운동가를 새겨둔 한 버스 정류장의 벽.
벽화거리를 나오면 임진왜란의 첫 접전지인 부산진성에서 전사한 정발 장군의 충렬을 기린 사당 ‘정공단’, 항일독립유공자 정오연의 생가터,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전쟁에 내몰린 고아와 산모들을 보듬은 일신기독병원 등을 차례로 만난다. 부산 경남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이자 부산 최초의 3·1운동이 시작된 부산진 일신여학교도 근처에 있다. 기미 독립선언사가 새겨진 커다란 가벽을 따라 오르면 독립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안용복 기념 부산포 개항문화관까지 둘러보면 역사 투어는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는 셈이다. 좌천동에 거주한 기록이 남아 있는 어부 안용복은 조선 후기 울릉도와 독도에서 불법 어업을 일삼는 일본어선에 항의하고, 조선의 독도 지배권을 확인시킨 인물이다. 문화관에는 독립 수호와 부산포의 역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타고 ‘진짜’ 부산행

안용복 기념 부산포 개항 문화관 앞에서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면 증산전망대가 있는 증산공원까지 편리하게 닿는다.
이제 몰랐던 부산과 마주할 차례다. 문화관 맞은편에서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탄다. 해발 131m 증산공원으로 향하는 가장 간편하고도 빠른 교통수단이다. 한 번 갈아타는 방식으로 90m 넘는 지점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는 다시 나무 덱으로 만든 계단을 마저 올라야 한다. 증산은 부산의 한자 지명 ‘釜山(가마솥처럼 생긴 산)’의 유래가 된 산이란 설이 있다.

좌천동의 좁은 골목을 누비고 오르막길을 올라 다시 좁다란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계단을 오르는 것, 모두 산복도로 길이다. 손 대표는 이 같은 여정을 두고 “부산을 걷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증산공원 맨 위에 있는 3층짜리 정자 형태의 증산 전망대 역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정자 모양의 증산전망대.
증산전망대 입구에서 숨을 고르고 3층까지 올랐다. 전망대 꼭대기에 다다르자 기둥이 만든 프레임 사이 ‘진짜 부산’이 펼쳐졌다. 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수많은 크레인이 촘촘히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메웠고, 바다 건너 영도 산복도로까지 눈에 보였다. 전망대 정면에서 몸을 오른쪽으로 90도 틀면 빌딩 숲이, 다시 90도 틀면 집들이 산을 빈틈없이 메운 서구 산복도로 풍경이 쏟아진다. 항구도시와 피란도시 그리고 현재 부산의 각기 다른 분위기가 360도로 여행객을 감싸는 풍경이 다채롭다.


# 성북전통시장 웹툰거리, 마치 만화속 세상 온 듯

■ 근처 가볼만한 곳 

태극기 벽화가 인상적인 좌천동 역사스토리 골목.
부산포 개항가도와 증산전망대만으로는 아쉽다면 인근 동구도서관과 성북시장 웹툰거리를 둘러보면 좋다.

동구도서관은 증산공원 인근에 있다. 도서관에만 방문하는 경우에도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면 쉽게 닿을 수 있다. 도서관 옥상은 현재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폐쇄됐는데, 부산여행특공대 손민수 대표의 말에 따르면 ‘동구 야경 명소 1번지’다. 이곳 역시 증산전망대처럼 다양한 ‘부산 뷰’를 자랑한다. 앞으로는 고층 빌딩이 우거진 도심 숲을, 뒤로는 빼곡한 산복도로 집들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산복도로 풍경은 증산전망대에서 볼 때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다.

부산 최초로 3·1운동이 시작된 부산진 일신여학교.
성북전통시장(수정동)으로 발길을 옮기면 웹툰 이바구길에 닿는다. 산복도로 전통시장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정비한 ‘웹툰거리’다.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골목과 가게 곳곳에 그려져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가게마다 취급하는 물건을 그림으로 벽에 옮겨 놓아 구경하는 재미를 키웠다. 시장 전체가 커다란 만화책처럼 펼쳐져 이색 여행 코스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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