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생물학적 성별 집착하는 사회 꼬집어

영화 ‘걸’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1-13 19:23:2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걸(2018)’에는 발레를 전공하며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는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 7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황금카메라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 독특한 지점이 있다면 주인공은 여성으로 성전환하려는 트랜스젠더이며, 감독 루카스 돈트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이룬다는 식의 휴먼드라마 공식을 답습하는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16세 라라는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앞두고 있다. 명문인 발레 학교에 진학해 발레리나가 되는 걸 꿈꾸던 라라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 한편으로는, 학교에 적응하면서 동급생들과 같이 공연에 나서기 위해 기량을 닦는다. 그러나 순조로운 듯했던 성전환 준비와 학교 생활에의 적응은 점점 그녀를 심리적인 절벽으로 몰아세우게 된다.
   
영화 ‘걸’ 스틸컷.
영화에는 두 갈래 긴장의 선이 교차한다. 서둘러 여성의 몸을 갖고자 하는 라라의 정신적 정체성과 변이가 더딘 신체 사이의 괴리, 그리고 자신의 내적 정체성과는 별개로 작용하는 외부의 시선, 개인의 성 정체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105분의 러닝타임을 첨예한 긴장감으로 채운다. 집과 학교, 병원이라는 삼각형의 꼭짓점을 부지런히 오가는 일상의 순환 속에서 감독은 내내 거울의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라라 스스로 집에서 자신의 신체를 비춰볼 때 등장하기 시작한 거울은 발레 연습실을 거쳐 이동 중 지하철 창가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는 시점숏, 엔딩 직전 병실의 창문 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거듭한다. 라라가 자신의 몸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데서 관객은 내적 정체성과 실체 간의 불일치를 응시하는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살피게 된다.

이러한 반사 이미지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제4의 벽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포함한) 타인의 사회적 시선이라는 이중의 검열을 완성한다. 아버지, 상담의를 비롯한 라라의 주변인들은 여성으로서 라라의 존재론적 변이를 긍정하며, 발레학교의 선생은 동기들에 비해 늦었음에도 발레에 열심인 라라의 열정을 인정한다. 문제는 역시 여성성이라는 젠더적 가치와 생물학적 성 정체성의 상관관계다. 서둘러 여성의 몸을 갖고자 하는 라라이지만 옷 갈아입기 싫어하는 어린 동생을 거칠게 채근하는 데서 일순간 가부장적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학우들은 자신들의 공간인 샤워실에서 같이 몸을 씻으며 라라의 후천적 여성성을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결국은 성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남성기를 드러낼 것을 강요하며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만다.

   
전자가 자기의식 속에 남아있는 남성성의 잔재라면 후자는 ‘트랜스섹슈얼은 여자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여자처럼 느끼거나 여성이 될 수 없다’(엘리자베스 그로츠, ‘뫼비우스의 띠로서의 몸’)며 성 정체성을 생물학적 영역에 한정하는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발레 동작을 보여줄 때 몸 전체가 아닌 얼굴의 표정에 집중하도록 숏의 사이즈를 좁게 잡거나, 무리한 연습과 호르몬치료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몸을 클로즈업으로 훑을 때, ‘걸’의 카메라는 내적으로는 스스로와 불화하고, 외적으로는 성별 위화감에 의해 상처 입는 라라의 상황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의 미덕은 특정한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 일단 보여주는 사려 깊음에 있다. 성 정체성의 변화에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신체적,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합의와 포용의 난제가 남아있음을 비추는 선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