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에 디저트 층층히 쌓아
- 홍차와 함께 즐기는 영국문화
- 염정수 기능장 한식다과로 구성
- 전통 모티브로 만든 트레이에
- 단맛 가득 사과정과·매작과부터
- 케이크 같은 인삼 밤 슈 등 올려
- 소믈리에 엄선 전통차 곁들여
‘애프터눈 티’는 점심과 저녁 사이인 오후 시간대에 약간의 간식과 차를 즐기는 문화로, 19세기 영국 귀족사회에서 시작됐다. 보통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샌드위치와 빵, 초콜릿 등 디저트류가 3단 트레이에 각각 담겨 나오며, 차 또는 커피와 함께 즐긴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면서 지역에도 애프터눈 티를 다루는 호텔과 카페가 많아졌다. 최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의 한식당 셔블은 한국식 디저트로 메뉴를 구성한 ‘달보드레 애프터눈 티’(이하 달보드레)를 출시했다. 달보드레는 달달하고 부드럽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청사초롱을 모티브로 한 단아한 트레이에 정과 조란 모약과 등 전통 다과부터 밤 슈, 화과자 등의 서양 디저트와 전통 식자재를 접목한 메뉴를 담아낸다. 전통미와 달곰한 맛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났다. 한국식 디저트 ‘K-애프터눈 티’를 음미한다.
■ 청사초롱 트레이 ‘단아함’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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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의 한식당 셔블에서 출시한 한국식 디저트 ‘달보드레 애프터눈 티’. 궁중잔치에 썼던 모약과와 매작과는 물론 화과자와 밤슈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도 있다. 청사초롱을 모티브로 주문 제작한 트레이가 단아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서정빈 기자 |
서양식 애프터눈 티는 맨 아래 1단 트레이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가벼운 디저트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먹는 순서도 아래에서부터 시작한다. 한식 디저트는 먹는 순서가 따로 없다. 달보드레는 30년간 셔블을 이끈 염정수 한식 기능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메뉴에는 느림의 미학과 정성이 모두 깃들었다. ‘사과 정과’는 사과를 얇게 썰어 말린 뒤 설탕을 넣고 쪄서 장미꽃 모양으로 만든 과자다. 부서지지 않을 정도의 식감과 사과향을 보존하기 위해 최소 이틀을 말려야 한다. 말린 사과를 꽃잎처럼 이어붙여 장미로 만들었다. 적당한 양의 설탕 덕분에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온다.
대추씨를 빼내 채 썰어 다지고 물과 설탕을 넣고 졸인 뒤 다시 대추 모양으로 빚은 ‘대추 조란’은 대추 특유의 달달한 즙과 진득한 맛이 매력이다. ‘탕후루’처럼 윤기가 흐르는 ‘매작과’는 중력분으로 반죽한 얇은 피를 세 겹 겹쳐 튀겨낸 한과이다. 쑥이나 치자 시금치 등으로 연두색을, 장미와 비트로 분홍색을 각각 입혔다. 세 겹의 얇은 피 덕분에 바삭거리면서도 속이 알차다. 딱딱할 것 같은 강정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반전을 줬다. 염 기능장은 “일반 강정이 딱딱한 이유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 굳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디저트와 접목한 메뉴도 있다. 작은 케이크의 일종인 ‘인삼 밤 슈’는 반죽에 인삼 달인 물을 넣었다. 고명으로 작은 인삼 정과와 밤을 얹어 부족한 맛과 모양을 살렸다. 인삼의 쓴맛은 최대한 줄이고 달달한 맛을 극대화했다.
앙증맞은 복숭아 모양의 화과자는 달보드레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메뉴다. 팥 앙금에 찹쌀떡을 넣고 반죽해 특유의 찰기와 쫀득한 식감을 유지했다. 염 기능장은 “찹쌀떡과 앙금이 얼마만큼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식감과 맛이 달라진다. 최적의 비율을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 전통 디저트, MZ세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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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블 염정수 한식 기능장이 달보드레 애프터눈 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달보드레는 커피와 케이크 등 서양식 디저트 문화는 발달한 반면 전통음식은 점점 소외되자 이를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메뉴다. 염 기능장은 “조리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지만 몸에 좋은 재료만을 엄선했다. 달달한 맛의 서양 디저트에 비해 당도는 낮은 편이고, 몸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추천했다.
특별한 한국식 디저트를 위해 청사초롱과 전통 기와 문양 등을 모티브로 한 트레이도 주문제작했다. 디저트는 모두 전통 도자 브랜드 ‘광주요’의 그릇에 담겨 나온다. 한국식 ‘단아함’이 철철 흐르는 외관 덕분에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젊은층에게 먼저 눈에 띄었다. 호텔 하윤경 대리는 “한식당을 찾는 손님은 연령층이 높은 편인데, 달보드레 출시 이후 MZ세대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뉴트로 열풍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달보드레는 연잎차와 감잎차 커피 중 곁들일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전문 티 소믈리에가 엄선한 차다. 염 기능장은 “한식 다과를 처음 먹으면 단맛이 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연잎차를 먼저 마시고 다과를 먹으면 입안에서 퍼지는 부드러운 달달함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