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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갈대밭 하늘 위, 시간을 거슬러 페달 밟다

김해 철도테마파크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11-25 19:37:3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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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선된 철교 활용한 레일바이크
- 최대 4명 탑승 … 왕복 3㎞ 코스
- 수풀 우거진 초입 기차마을 연상
- 광활한 갈대숲·낙동강 운치 선사

- 새마을호 개조해 만든 열차카페
- 산딸기향 가득 와인터널 이어져
- 와인·뱅쇼 마시며 낭만 음미하고
- 오색 조명 속 사진으로 추억 남겨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는 버려진 철교와 터널을 활용한 철도테마파크가 있다. 이곳은 기차가 달리지 않는 철교 위로 레일바이크가 달리고, 차량이 끊긴 터널은 빛과 와인이 공간을 채운다. 새마을호를 개조한 열차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기차 여행을 떠나는 듯한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낙동강 철교를 활용한 레일바이크. 거대한 물고기의 뼈대가 드러난 듯 녹이 슨 철교에 들어서면 반복되는 구조물의 패턴이 나름의 운치를 발산해, 오래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레일바이크 타고 낙동강 시간여행

낙동강 철교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과 김해시 생림면을 연결하는 3개의 철교를 뜻한다. 1938년 착공해 2차 세계대전과 6·25를 겪고 각각 1940년, 1962년, 2009년에 완공됐다. 1962년 준공된 두 번째 교량은 총길이 996.6m. 개통 당시 한강철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철교였다. 2009년 완공된 철교는 2010년부터 마산역까지 KTX 운행을 시작했다. 레일바이크는 2009년 폐선된 두 번째 철교를 활용한 것이다.

김해 낙동강 레일바이크를 타는 구간은 탑승장에서 출발해 철교 끝 반환점에서 되돌아오는 왕복 3㎞ 코스다. 바이크는 햇빛과 눈비 등을 막아주는 캐노피가 설치돼 있고, 한 번에 최대 4명까지 탈 수 있다. 페달은 앞 칸 두 자리에만 있고 뒤 칸에는 없다. 전 구간 수동 운영되므로 브레이크와 페달로 직접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출발할 때는 내리막 구간이 있어 페달을 밟기에 수월한 편이지만 돌아올 때는 이 구간이 오르막이므로 초반에는 체력을 아껴두는 게 좋다.

레일바이크는 매시간 정각, 최대 30대가 출발한다. 평일 등 관광객이 적은 시간대에는 탄력적으로 운영해 대기하지 않고 곧바로 탑승 가능하다. 바람개비와 수풀로 조성된 초입은 한적한 기차마을을 연상케 한다. 철길 바로 옆에 마을이 있어 이 구간을 지날 때는 환호성을 참고 조용히 지나가는 게 매너다.

거대한 물고기의 뼈대가 드러난 듯 녹이 슨 철교는 나름의 운치가 있다. 반복되는 구조물의 패턴이 낯설면서 신비로워 오래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광활한 갈대숲과 낙동강이 사방에 펼쳐져 시시각각 풍경이 바뀐다. 페달로 레일바이크의 속도를 조절하며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단 레일바이크 간격은 추돌사고 예방을 위해 10m 정도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사진을 찍고 이리저리 풍경을 구경하다 보면 금세 반환점에 닿는다. 눈부신 자연과 바람 소리를 즐기느라 눈과 귀가 정신이 없는 새 꾸준히 페달을 밟던 허벅지가 점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낙동강 바람이 흐르는 땀을 곧바로 씻어줘 쌀쌀한 바람도 견딜 만하다. 3㎞를 천천히 오가는 데는 30~40분이 걸린다.

새마을호 열차를 개조한 열차카페. 기차여행을 떠나는 듯한 낭만이 전해진다.
철도테마파크는 김해시 생림면 마사리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김해경전철 박물관역에서 60번 버스로 갈아타고도 한 시간 넘게 더 들어가야 한다. 버스 배차 간격이 한 시간 이상이라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택시를 탔는데 기사조차 “거기까진 처음 가본다”고 말했다. 철도테마파크에서는 택시를 잡는 게 더 힘들어진다. 기차를 타고 삼랑진역에서 하차한 뒤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편(10분 이내 소요)이 훨씬 더 가깝다.

매표소는 주차장에서 체육·잔디광장을 가로질러 안쪽에 있다. 탁 트인 광장에서는 축구나 테니스를 즐길수 있다. 레일바이크와 와인동굴을 함께 이용하면 패키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 레일바이크를 탈 때는 2명 이상 함께 가는 편이 좋다. 최소 탑승 인원이 2명이라 혼자서 타더라도 2인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홀로 페달을 밟고 3㎞를 왕복하는 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맞은편 관광객들이 오손도손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마주하면 자칫 여행이 고달파질 수 있다.

■‘산딸기’ 테마 달콤한 와인터널

생림터널을 리모델링한 ‘와인터널’에서 김해 특산물인 산딸기로 만든 와인과 식초, 잼 등을 맛볼 수 있다. 터널을 밝히는 오색 조명과 트릭아트를 활용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나오면 새마을호를 개조한 열차카페를 지나 ‘와인터널’이 이어진다. 생림터널을 리모델링한 길이 485m짜리 와인터널이다. 경북 청도의 와인터널이 감을 이용한 와인을 선보인다면 이곳에선 김해 특산물인 산딸기를 사용한 와인을 전시·판매한다. 산딸기는 대한민국 신지식 농업인장 222호인 산딸기닷컴 최석용 대표의 농장에서 생산된다. 최 대표는 2000년 귀농해 수많은 실험 끝에 2007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유기농 산딸기 재배에 성공했다.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 통을 본떠 입구를 만들었다. 입구부터 오색 조명과 코르크 마개로 장식한 세계지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진다. 그중 최 대표가 산딸기 재배를 하며 와인이나 잼 등 관련 상품을 만들기까지 겪은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해둔 ‘영농일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딸기에 깃든 최 대표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덤덤하면서도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남겨뒀다.

‘책장 넘기듯 계절이 넘어간 기분이다. 오늘은 남자 일꾼 4명이 와서 부직포를 걷어내고 유기농 퇴비를 뿌렸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을 해결했다. 비가 온 지 얼마 안 돼서인지 먼지가 날리지 않아 정말 좋았다. 작년에는 먼지가 나서 일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산딸기농장 농장일지 2011년 2월 21일 중.

방문객들은 터널 중간에 마련된 코너에서 산딸기로 만든 와인, 잼, 식초 등을 맛볼 수 있다. 무알코올 칵테일과 와인, 과일 등을 넣고 끓인 음료인 ‘뱅쇼’도 판매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와인 한잔 마시는 기분을 내도록 했다. 와인과 관련한 세계사, 산딸기 모양의 구조물로 꾸민 포토존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특히 와인의 신이라 불리는 디오니소스가 와인을 따라주는 듯한 트릭아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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