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맞춤법·표준어 혼란 불러
- 방심위, 행정지도 권고 의결
‘Aㅏ’ ‘노우 The 뼈’ ‘Pa스Ta’ ‘ma싯겠어’ ‘운빨러’ ‘RGRG’ ‘딥빡’. 이 말들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지. 영어와 한글이 뒤섞여 발음 그대로 읽으면 단어가 되는 이 말들이 최근 TV 자막으로 등장했다. 1030세대는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말이겠지만 그보다 나이 든 세대는 좀 시간을 두고 봐야 겨우 알 수 있는 말이다. ‘아이 크은랩벋아돈노더ㄹㄹㄹ랩’ ‘흑뽀ㅐㄱ’ ‘푸핥’ 등 아무리 봐도 모를 외계어 같은 자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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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심의소위원회의 법정 제재 ‘주의’ 의견 이후 순화된 자막을 사용하고 있는 MBC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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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한글 파괴에 앞장섰다’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법정 제재 ‘주의’ 의견으로 전체 회의에 올라온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최종 의결했다.
원래 자막은 영상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음성이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되곤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황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기발한 단어 조합이나 기호를 자막으로 삽입하면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시작했다. 또 출연자들의 행동에 대한 연출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유행어나 줄임말을 사용하는 수준이었으며, 맞춤법에 맞는 말들을 주로 사용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출연자가 하는 말들을 그대로 쓰거나 강조하는 말들까지 자막으로 쓰면서 자막 홍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간에 기발한 자막을 쓰는 경쟁을 하면서 영어와 한글이 혼합되거나 소리 나는 그대로 적는 자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이름을 어미처럼 사용하는 신조어도 빈번이 등장한다. 한두 번이면 애교나 기발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너무 빈번해지면서 자막의 폐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을 비롯한 10대가 즐겨 시청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맞춤법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조사가 있는 가운데 자막을 보고 맞춤법이나 표준어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방심위 또한 “방송에서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한글 파괴를 우려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없으면 뭔가 비어 있고 심심할 정도다. 그만큼 시청자는 자막에 익숙해져 있고, 기발한 자막은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층 일부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한글의 기본을 파괴하면서까지 자막으로 마구 써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