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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얼굴의 열일곱 암자 순례…자기성찰에 닿는 시간

양산 통도사 암자 기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10-28 19:47:2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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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산문서 출발 무풍한솔길 지나
- 5.5㎞, 6.5㎞ 2개의 코스로 나뉘어
- 하루로 부족해 5, 6곳 택하길 권해

- 영축산 8부 능선보다 높은 백운암
- 800m 가파른 산길 걸어 도착하면
- 색색의 야생화·단풍 발아래 펼쳐져

- 서운암엔 빼곡히 채운 수백 개 장독
- 옥련암은 ‘큰빛의 집’ 한글 현판 눈길
- 108 계단 올라 번뇌 씻는 자장암 등
- 다양한 이야기 담은 암자 매력에 풍덩

소나무가 바람에 물결치듯 춤을 춘다는 통도사 무풍한송길(1.2㎞)을 지난다. 암자 순례의 시작점이다. 통도사에는 본절을 제외하고 17개의 암자가 있다. 양산시는 암자 순례길 1코스(통도사산문~무풍한송길~통도사~보타암~취운암~수도암~서운암~사명암~옥련암~백련암)와 2코스(통도사산문~무풍한송길~통도사~안양암~자장암~서축암~반야암~극락암~비로암)를 나눠 순례자를 안내한다. 1코스는 5.5㎞, 2코스는 6.5㎞다. 걸어서 하루 만에 모든 암자를 둘러보기는 힘들고 5, 6곳을 택해 천천히 둘러보면 좋다. 시간만 잘 맞추면 암자에서 점심 공양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다.
통도사 암자는 각각 주차장이 딸려 있어 차량으로 입구까지 접근할 수 있다. 단 해발 715m에 있는 백운암은 주차장에서 내려 800m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굽이치는 영축산을 오르는 일은 고달프지만, 잡념을 멈추고 자기 성찰에 닿는 순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순례 묘미’ 백운암 향하는 길

통도사 암자는 각각 주차장이 딸려 있어 차량을 이용하면 입구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단 한 곳, 백운암만은 예외다. 백운암은 영축산(1059m)의 8부 능선을 지나 해발 715m에 있다. 통도사에서 6.5㎞ 떨어져 있고,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수도처로 유명하다.

좁은 산길을 따라 백운암 주차장까지는 차로 갈 수 있지만, 백운암으로 이어지는 800m 구간은 두 다리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통도사 관광안내소는 “순례의 진정한 묘미는 잡념을 없애고 자기성찰에 닿는 것이다. 백운암에 가본다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방문을 적극 추천했다.

800m. 평지 직선거리라면 걷기에 별 무리가 없다. 그런데 오르막인데다 지그재그로 난 가파른 산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굽이치는 영축산은 코앞의 너덜길 말고는 다른 것을 먼저 보여주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찬 상태로 10m 같은 1m를 전진했다. 중간중간 혹시 도깨비에게 홀려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게 아닌지 하는 공포감을 느낄 무렵, 청아한 목탁 소리가 적막을 뚫었다. 백운암 화장실을 보고서야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청정약수로 이름난 백운암 약수 ‘금수’로 갈증을 달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다랗고 하얀 개가 낯선 순례자를 조용히 지켜본다. 돌계단을 경계로 대웅전과 나한전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땀을 식히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영축산 정상도 이곳에서 무척 가깝게 보인다. 색색의 야생화와 단풍이 발아래 까마득히 펼쳐진다.

■암자마다 다른 매력, 다른 풍경

백운암으로 향하는 길. 경사가 심해 주의해야 한다.
서운암은 통도사 본절에서 1.3㎞ 정도로 가깝다. 암자 곁을 빼곡히 채운 수백 개의 장독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서 담근 약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은 인터넷 사이트와 현장 등에서 판매된다. 스님들이 암자 곳곳에 뿌린 야생화 씨앗은 봄이 되면 꽃을 피워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고려대장경을 원형 그대로 도자기판에 새긴 16만 도자대장경이 봉안된 장경각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서운암 인근 옥련암은 약수 ‘장군수’가 유명하다. 장군수를 마신 덕에 옥련암 스님들은 힘이 셌는데, 큰절 스님이 몰래 물길을 돌리자 힘센 스님이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 때문이다. 산문 역할을 하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지나면 옥련암의 대웅전 격인 ‘큰빛의 집’이 나온다. 현판이 한글로 적혀 있는 게 독특하다. 한글로 불교를 편다고 해서 기도문도 한글로 새겼다. 600년 역사를 지녔지만 현대에 지어진 부속 건물이 많아 모던한 분위기다.

위부터 수백 개의 장독이 목가적인 서운암. 한글 현판이 이색적인 옥련암. 서원 분위기를 풍기는 서축암.
자장동천이 흐르는 자장암은 통도사 창건주인 자장율사가 수도한 곳으로 알려졌다. 번뇌를 씻어준다는 야트막한 108번뇌 계단을 오르면 멀리 영축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암자가 펼쳐진다. 법당 뒤에는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암벽에 구멍을 뚫어 만든 황금개구리로 불리는 금와 보살의 ‘거주지’가 있다. 불심이 깊으면 구멍 속 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다보탑과 석등이 있는 서축암은 청색 기와지붕에 5채 현실로 조성된 무량수전이 중심을 잡는다. 기다란 담벼락과 어우러져 커다란 기와집이나 서원에 들어선 것 같다.


# 낙동강 위 가로지르는 듯 황산 베랑길 자전거 여행

■ 인근 가볼 만한 명소

자전거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황산 베랑길.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황산공원(물금읍 물금리)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연 친화 공원이다. 야구장 축구장 생태탐방선 자전거길은 물론 유람선을 타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맘때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공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자전거길 8876m, 산책로 1만340m를 누빌 때 불어오는 낙동강 바람이 잡념을 씻어준다.

한국의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된 황산 베랑길은 물금취수장에서 원동취수장까지 2.2㎞ 구간을 나무 덱으로 조성한 길이다. 베랑은 ‘벼랑’의 경상도 사투리다. 베랑길 바로 곁에서 흐르는 낙동강 덕분에 물 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조선시대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이었던 옛 영남대로의 일부인 황산잔도 구간을 복원했다. 자전거 마니아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길이다.

법기수원지(동면 법기리)는 일제강점기 1932년 태어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일반에 닫혀있다가 80년 만인 2011년 세상에 다시 나온 숲길이다. 반송 벚나무 추자나무 은행나무 등 수령 80~130년의 나무들이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며 서 있다. 제방에 오르면 산으로 둘러싸인 수원지 댐이 펼쳐지며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장관을 이룬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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